출처 : https://youtu.be/7leYK-EhBTA?t=870 (14:30)

https://tbs.seoul.kr/cont/FM/NewsFactory/interview/interview.do?programId=PG2061299A


이태원 '참사' 아닌 '사고'?...언어학자가 본 정부의 용어 사용 적절성 

신지영 교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와의 인터뷰

김어준의 뉴스공장  2022-11-03 



* 내용 인용 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 4부

[인터뷰 제5공장] -전화연결

10.29 이태원 '참사' 아닌 '사고'? 

언어학자가 본 정부의 용어 사용 적절성

- 신지영 교수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 김어준 : 이태원 참사 바로 다음 날부터입니다. 정부가 참사가 아니라 사고라고, 그리고 피해자가 아니라 사망자라고 그렇게 결정해서 지침을 하달했죠. 국어학자로부터 이 사안에 대해 의견 좀 들어보겠습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 신지영 : 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 김어준 : 네. 안녕하십니까? 


▷ 신지영 : 잘 지내기긴 어렵긴 하지만요. 네. 


▶ 김어준 : 이 사안에 대해서 이제 뭐 여러 가지 정치적 논평이 있는데, 국어학자 입장을 한번 들어봐야겠다 싶어서 저희가 연결했습니다. 이 이태원 사고라고 이 사고, 이 사건, 이 사태, 이 참사에 관한 그 명칭을 딱 단일하게 정부가 못을 박았어요. 이 결정 어떻게 보십니까? 


▷ 신지영 : 일단은 이제 언어만큼 사실은 가장, 언어는 가장 정치적인 거거든요. 왜냐하면 관점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 김어준 : 그렇죠. 


▷ 신지영 : 어떤 사건에 대해서 특히 이름을 붙인다. 그러면 이 사건을 이렇게 봐라 하는 관점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굉장히 정치적이기도 하고,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이다. 전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요. 그러니까 그런 차원에서 아마 질문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태원 사고라고 하고, 분향소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데요. 이거는 굉장히 그 뭐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뭔가 이상하다뿐만 아니라 그러니까 말과 행동이 다르구나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 김어준 : 어떤 의미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겁니까? 


▷ 신지영 : 이태원 사고라고 우리는 바라보겠다, 이렇게 그 글을 통해서 분향소에 분향소를 딱 들어가면 우리는 이태원 사고다. 우리는 그렇게 바라보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김어준 : 정부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죠. 네. 


▷ 신지영 : 그렇죠. 정부가 그렇게 보겠다는 거죠. 그러면 이게 그 여기서 정부가 뭐라고 했냐면 이게 이제 뭐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이름 붙이기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을 해보면 과연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첫째는 이태원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과연 적절할까.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사고, 그 사건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 왜 이태원 사고 사망자, 이렇게 용어를 쓰느냐?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압사나 참사를 하면 굉장히 위험한 지역이다, 이태원이. 그렇게 그래서 압사라든지 참사라든지 이런 말을 안 쓰는 게 좋겠다라고 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서 사고라는 말을 쓰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 김어준 : 정부는 압사, 참사라고 써버리면 이태원에 관광객이 가겠느냐. 관광객이 거기 가길 꺼려하지 않겠느냐. 관광객을 걱정한 거예요, 지금. 


▷ 신지영 : 그렇죠. 그런데 더 걱정해야 될 것은 이태원이라는 말을 쓴 것이죠. 그러니까 그곳을, 그곳이 위험하다. 사고든 사건이든 뭐라고 부르든 이태원이라는 지명이 들어가면 이태원이라는 곳에 대해서 뭔가 사건이 일어났던 곳, 아주 참사가 일어났던 곳, 이렇게 해서 지역에 대해서 낙인을 찍는 일이거든요. 


▶ 김어준 :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의미가 그 말이군요. 만약에 정말 관광객이 우려됐다면 이태원이라는 단어를 뺐어야지. 


▷ 신지영 : 네. 그러니까 참사라든지 뭐 이런 말을 빼는 것보다는 사실 진짜 만약에 정말로 우리 국가의 이익이나 아니면 지역민의 그 마음이나 이런 것들을 헤아렸다면, 그러니까 대한민국 관점에서 봤다면 이태원이라는 말을 빼자, 이렇게 호소해야지, 이것을 뭐 압사냐, 아니면 참사냐. 특히 참사라는 말에 대해서 굉장히 이제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는 태도가 드러나는데요. 


▶ 김어준 : 참사, 압사 이거 굉장히 민감해하죠. 참사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 신지영 : 그렇죠. 참사라는 말이 이제 그것을 이야기하는, 참사가 가지고 오는 연상되는 연상 의미가 있잖아요. 


▶ 김어준 : 이태원이라는, 


▷ 신지영 : 용산 참사, 네. 


▶ 김어준 : 이태원이라는 단어를 피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참사라는 단어를 피하고 싶었던 거예요. 


▷ 신지영 :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앞뒤가 안 맞는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가 있고요. 


▶ 김어준 : 관광객을 우려했으면 이태원을 빼고 참사는 살려서 앞에 다른 걸 넣으면 되잖아요. 


▷ 신지영 : 그렇죠. 외신에선 지금 이태원 계속 나오고 있고, 그다음에 서울이라는 말이 오히려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크러시라고 이제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 김어준 : 서울 크러시. 


▷ 신지영 : 네. 그러니까 사실은 이렇게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 외신 기자회견도 우리가 했잖아요. 그럼 오히려 국무총리는 서울이라는 말이나 지금 외신에서 이태원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지역에 대한 낙인을 찍을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마치 우리가 우한폐렴 이렇게 안 하고 코비드19이라고 하자고 WHO에서 지역에 대한 낙인을 찍지 말자, 이런 차원에서 그런 지침을 내리고 그걸 따랐던 것처럼 사실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느냐라고 국무총리가 이야기를 했어야 그게 진짜 우리나라 국무총리로서의 행동이다,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김어준 :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이 9.11테러라고 하지 맨해튼 테러라고 안 하죠. 


▷ 신지영 :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이 방송을 통해서 제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요. 이태원 참사, 이 이태원이라는 지명을, 지역명을 쓰지 말고 차라리 10.29 참사, 이렇게 이야기하자라고, 


▶ 김어준 : 10.29 참사. 


▷ 신지영 : 10.29 참사라고 이야기하자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라고 생각합니다. 


▶ 김어준 : 만약에 정부가 첫날부터 이렇게 불렀다면 10.29 참사라고 불렀다면 아마 10.29 참사라고 외신도 받아쓰고 우리도 그렇게 익숙해졌을 텐데.


▷ 신지영 : 맞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언론도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될 것 같고요. 


▶ 김어준 : 그러니까 교수님의 핵심 지적은 이 참사라고 쓰는 것은 참사가 맞으니까 참사라고 쓰는 건데, 그 앞에 지역명을 붙이는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시는 거죠. 


▷ 신지영 : 네. 그게 더 큰 문제다, 사실은. 더 우리가 바라봐야 되고, 만약에 정부가 정말로 말씀드렸듯이 이태원에 있는 상인들, 그다음에 지역민들, 그다음에 대한민국의 사람들을 생각했다면 이태원이라는 말을 빼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정부다운 일이지, 사고냐, 참사냐, 이런 걸 가지고 이야기하는 거는 좀 말이 안 되는 태도다라는 것이고요. 


▶ 김어준 : 희생자, 피해자 대신에 사망자라고 쓴 이 단어 선택에 대해서는 국어학자로 어떻게 보십니까? 


▷ 신지영 : 그것도 마찬가지죠, 사실은. 말로는 어떻게 얘기했냐면 우리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라고 대통령도 얘기했고, 국무총리도,


▶ 김어준 : 그렇죠. 


▷ 신지영 : 심지어는 장관도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그거 그거에 따르면 피해자나 희생자가 맞지, 


▶ 김어준 : 그렇죠. 


▷ 신지영 : 그렇다면 사망자라고 중립적으로 쓰자라는 것은 중립적이라는 것을 함정을 파놓고 사실은 중립적으로 바라봐라, 이렇게 시민들한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그건 중립적인 입장이 아니죠. 


▶ 김어준 : 단순 사망자인데 정부가 이런 지원을 할 리가 없죠. 


▷ 신지영 : 맞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피해 지원과 관련돼서 부적절한 어떤 논란이나 이런 것들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희생자라든지 피해자라고 해야 한다라고 정부가 오히려 나서서 이야기를 해야죠. 그리고 사실은 이태원을 재난지역으로 한 것도 아니고요. 용산을 지금 재난지역으로 했잖아요. 


▶ 김어준 : 그렇습니다. 


▷ 신지영 : 그렇다면 이것은 용산참사라고 해야죠. 만약에 정말 지역에 대한 감수성이 없어서 그렇게 했다면. 그러니까 이태원이 아니라 용산이어야 하고, 용산이 아니라 서울이어야 하고, 서울이 아니어야, 아니고 대한민국이어야 한다라는 그런 문제의식을 사실은 가졌다면 지역에 대한 문제라든지 이런 것도 문제지만 이 사태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바라보기가 훨씬 더 쉬울 텐데, 이게 지금 이렇게 부르자는 것이 그냥 중립적인 게 아니라 매우 정치적인 것이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도록 국가가 이야기하고 있다. 


▶ 김어준 : 이 상황에서 중립이 어디 있습니까? 


▷ 신지영 : 네. 그러니까요. 


▶ 김어준 : 이 상황에서 국민들이 길을 가다가 100명 이상이, 150명이 길 가다가 그냥 이런 일을 겪었는데 여기에 중립이 어디 있다고 자꾸 중립적인, 


▷ 신지영 : 맞습니다. 


▶ 김어준 : 중립적으로 바라보라고. 


▷ 신지영 : 게다가 사실은 이 지역이 얼마나 낙인이 되는지는 우리는 사실은 그 태안 기름 유출 사고라고 우리가 이름을 지었잖아요. 그런데 사실 이게 굉장히 부적절한 이름이거든요. 태안이, 태안하고 관련이, 태안은 피해지역입니다. 오히려. 


▶ 김어준 : 그렇죠. 


▷ 신지영 : 그런데 사람들이 태안에 낙인이 찍혀 가지고 태안 하면 아 기름 유출 사고가 난 곳, 이렇게 생각하는데, 


▶ 김어준 : 그런 의미. 네. 


▷ 신지영 : 그 주체는 삼성 1호기였고, 그다음에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였거든요. 


▶ 김어준 : 그렇죠. 


▷ 신지영 : 그러니까 사건 이름을 지을 때는 가해한 쪽을 이야기해야지, 피해 지역의 이름을 붙여서 낙인을 찍는다? 이건 말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요. 


▶ 김어준 : 이해했습니다. 


▷ 신지영 : 10.29 참사라고 우리가 부르자라고 좀 더 목소리를 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어준 : 자,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그 사건명을 정할 때 그런 고려를 해야 된다는 말씀을 제가 이해했고요.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대통령이 자꾸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해서, 


▷ 신지영 : 맞습니다. 


▶ 김어준 : 이게 대체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한 건가 싶었더니 이게 대중 통제, 군중 관리, 이런 의미예요. 


▷ 신지영 : 네. 


▶ 김어준 : 이 용어 선택은 어떻게 보십니까? 


▷ 신지영 : 이거는 사실 도어스테핑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잖아요. 


▶ 김어준 : 모르죠. 


▷ 신지영 : 그러면 개념이 무슨 말인지 모르면 굉장히 말하는 사람 쪽에서 유리해집니다. 특정할 수가 없으니까요. 


▶ 김어준 : 그렇지. 


▷ 신지영 : 뭔가 있어 보이잖아요. 이게 뭔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것이구나. 그러니까 뭔가 대책을 세우는 것 같구나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 김어준 : 알고 보면 없어 보입니다. 


▷ 신지영 : 그렇죠. 인파 관리라든지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나 명확하니까 그래서 말을 가지고 우리가 권력을 받는 방법이 강하거나 새롭거나 어렵거나. 그래서 어렵거나를 선택한 거죠. 


▶ 김어준 : 별 말 아닌데, 


▷ 신지영 : 맞습니다. 


▶ 김어준 :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선택해서 시비를 차단하는 거군요. 


▷ 신지영 : 그렇죠. 심지어는 외신 앞에서 그 국무총리가 계속 그렇게 얘기를 해 가지고 외신들이 오히려 외신들의 빈축을 사는 일도 있었고요. 


▶ 김어준 : 그렇죠. 이런 단어를 왜 사용합니까, 대체. 


▷ 신지영 : 그러니까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사실은 외신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 김어준 : 시간이 10초밖에 없습니다. 


▷ 신지영 : 아, 네. 우리 기자들한텐 그렇게 안 하다가 외신들에 대해서만 특별하게 시간을 내 가지고 질의응답을 하는 것, 이거 우리 언론 잘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어준 : 그러니까요. 우리 기자들은 총리를 그렇게 오래 만날 수가 없죠. 


▷ 신지영 : 네. 맞습니다. 


▶ 김어준 :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신지영 : 네. 감사합니다. 


▶ 김어준 : 신지영 교수였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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