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에 공기부양정이 달린다는데 …
국토부 관리·레저용 운항 방침에
학계 “소음 커 생태계 영향” 반발
중앙일보 | 강찬수 | 입력 2012.02.23 01:03 | 수정 2012.02.23 01:16

국토해양부가 4대 강에 도입 추진 중인 공기부양정.한강·낙동강 등 4대 강에 하천관리와 레저를 위해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을 도입하겠다는 국토해양부 방침을 두고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공기부양정 운항에 따른 소음과 파도가 철새나 물가동물의 서식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지난 20일 '공기부양정의 구조 및 설비 등에 관한 기준'을 고시했다. 5월로 예정된 선박 도입을 위한 기준을 밝힌 것이다. 국내에서 바다가 아닌 하천·호수에 공기부양정을 도입하는 건 처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선박은 보가 설치된 4대 강에서 운항할 수 있는 최적의 선박"이라며 "유역관리용뿐만 아니라 레저용으로 도입하기 위해 관련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거론되는 종류는 러시아제 10인승이다. 국토부는 추후 상황에 따라 유람선으로 사용 가능한 40~50인승 도입도 검토하 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침에 대해 생태학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기섭 박사는 "공기부양정의 빠른 속도와 굉음 때문에 철새와 물고기가 놀라는 등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강을 도로로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소장도 "운항이 잦을 경우 파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수달처럼 물가에 사는 동물들은 보금자리가 물에 잠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운항속도와 소음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50개 주(州) 중 31개 주에서 모터보트 등에 대해 50피트(약 15m) 거리에서 측정한 최대소음이 75~90데시벨(㏈)을 넘지 않도록 정해 놓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고 1000달러(약 112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순천만 생태관광을 진행하는 순천시도 소음 문제와 파도로 인한 갯벌 침식을 막기 위해 2009년 모터보터와 민간 탐조선의 운항을 금지했다.

하지만 공기부양정을 도입하려는 국토부나 소음 규제를 담당해야 할 환경부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양 부처 간 협의도 없었다. 국토부 해사기술과 임을빈 사무관은 "소음 등의 문제는 환경부 등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자연정책과 정의석 사무관은 "국내 하천·습지에서 선박의 소음 등을 규제한 사례는 아직 없다"며 "국내외 사례를 살펴본 뒤 규제 필요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기부양정=선체 바닥을 통해 압축공기를 수면으로 강하게 내뿜어 무게를 지탱하고 물 위에 나와 있는 추진기를 돌려 앞으로 나아가는 선박. 최초 개발한 영국 회사의 상품명인 '호버크래프트(Hovercraft)'를 선박명으로 쓰기도 한다.

강찬수 기자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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