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2852.html
김건희 여사 지인은 태워놓고…전용기에 기자는 타지말라?
대통령실, 윤 대통령 순방에 <문화방송> 기자 공군1호기 탑승 제한
<한겨레> <경향>도 전용기 탑승하지 않기로 결정
제1438호 등록 : 2022-11-10 16:01 수정 : 2022-11-10 17:33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27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건희 여사도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2022년 11월11일부터 시작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문화방송>(MBC) 기자들의 동행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11월 10일 <문화방송> 기자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문화방송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피디연합회 등 6개 단체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통령실이 권력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단체들은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 비용은 각 언론사들이 자비로 부담한다”며 “마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대통령 순방 수행기자들은 각 언론사들이 대통령 전용기에 많은 비용을 내고 탑승해 왔다.
반면 지난 6월말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출장에선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ㄱ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귀국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검사 출신 대통령실 비서관의 부인이 대통령 부부의 국외 일정에 동행한 것으로, 사적 인연을 활용한 부적절한 수행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ㄱ씨의 행사기획능력을 자문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ㄱ씨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자녀로 건강식품업체 대표를 지냈다. 이런 ㄱ씨가 대통령 전용기에 어떻게 탑승했는지, 비용을 냈는지는 대통령실이 명확하게 밝힌 바 없다.
대통령실이 <문화방송> 기자 탑승 불허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올해 9월 미국 뉴욕을 방문 중에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영상은 대통령실 풀(Pool) 기자단 소속 <문화방송> 기자가 촬영해 전체 방송사에 공유됐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100여개 언론사를 통해 보도되자 당시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고, ‘이 XX들’은 ‘한국 국회’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문화방송>이 이를 최초 보도했다는 이유로 이례적으로 공문을 보내 보도 경위를 질의하며 압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화방송> 박성제 사장과 박성호 보도국장 등 4명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대통령 전용기 탑승까지 거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언론 자유가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선거 공약집 미디어 개혁 부분엔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를 보호·신장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언론사를 가려 인터뷰를 하거나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한 한 인터넷 매체를 폄훼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인터넷 매체를 평가절하하며 메이저 언론을 통해 의혹 제기를 하라고 말했을 때 예시로 든 메이저 언론 가운데 하나가 <문화방송>이다.
<문화방송>은 “이번 조치는 언론의 취재를 명백히 제약하는 행위”라며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면 엠비시는 대체 항공 수단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현장에 가 취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와 <경향>도 대통령실의 통보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반민주주의적 결정이라고 보고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기로 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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