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11121952207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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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adream.tistory.com/34853
폭우 뚫고 밝힌 5만 개 '촛불' … "이태원 참사, 국가책임이다"
[현장]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 촛불집회' 개최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2.11.12. 20:09:02
"막을 수 있었습니다. 살릴 수 있었습니다."
전국 100여개 시민단체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물으며 촛불을 들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10.29참사청년추모행동, 정의당 등 100여개 시민단체 및 진보정당들은 12일 저녁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 모여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민추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현장에 남아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저녁부터 여타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이에 더해지면서 세종대로 일대는 주최 측 추산 5만 여명의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집회가 시작된 오후 5시 20분께부터 현장 일대엔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촛불 대신 스마트폰 불빛을 통해 '추모의 밤'을 밝혔다.
▲12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참여자가 스마트폰 불빛을 촛불 대신 들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스마트폰 불빛을 통해 '추모 촛불'을 밝히고 있는 집회 참여자들 ⓒ프레시안(한예섭)
특히 이날 현장엔 참사 당일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쳤던 시민과 참사 피해자의 친구 등 참사의 직간접적 당사자들이 익명의 편지를 보내와 '진정한 추모'의 의미를 묻기도 했다.
'핼러윈이라는데 이태원은 한 번 가봐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마음으로 당일 현장에 방문했었다는 청년 A 씨는 "현장에 서기엔 힘이 들어" 직접 쓴 편지의 대독을 주최 측에 부탁해왔다.
A 씨는 편지에서 "내가 심폐소생술(CPR)을 했는데도 살리지 못했던 사람들이, 나 때문에 살지 못한 것만 같아 죄책감으로 돌아왔다"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날 이태원에 갔던 생존자 분들께도, 돌아가신 피해자 분들께도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고 추모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당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세상을 떠난 한 피해자의 친구 B 씨도 편지를 보내왔다. B 씨는 "참사 현장에 아는 사람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엔 울분을 참으면서 없다고 (거짓) 말을 했다"면서도 "나는 이제 살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한 후 너희들(피해자)을 보러가겠다"고 피해자 '추모'의 의미를 되짚었다.
▲12일 저녁 내린 폭우로 우비를 입고 이태원 참사 피해자 추모를 위한 묵념을 진행하는 집회 참여자들 ⓒ프레시안(한예섭)
시민들은 "막을 수 있었던 참사와 살릴 수 있었던 피해자들"에 대한 최종 책임이 결국 "국가에 있다"며 경찰청·행정안전부 등 주무부처의 '꼬리 자르기'식 태도를 규탄했다.
김주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지난 11월 9일은 제60주년 '소방의 날'이었다. 그런데 소방관들은 그날 정부로부터 용산소방서와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라며 "참사의 책임이 정말 현장에서 쉬지 않고 뛰어다닌 일선 실무자들에게 있나, 지난 경찰국 시행령 이후 소방 당국의 지휘권도 함께 가져간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이 최종 책임자 아니었나" 되물었다.
그의 물음에 시민들은 "윤석열이 책임져라", "행안부가 책임져라",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등의 구호를 즉석에서 연호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대표, 나도원 노동당 대표,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 등 현장을 찾은 진보정당의 대표들도 "꼬리 자르기 식 수사를 중단하고 책임의 '몸통'을 규명하라"고 입을 모았다.
김예원 녹색당 대표는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조는 재난을 예방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재난 대처에 대한) 능력도 의지도 없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우리는 용산구민과 이웃 시민들의 안전을 단 하루도 맡길 수 없다"고 참사 당일 박 구청장의 책임 부재를 역설했다.
▲연대 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진보정당 대표들. 왼쪽부터 나도원 노동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대표,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 ⓒ프레시안(한예섭)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이렇게 참사의 '진짜 책임'을 묻고, 그를 통해 "안전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행위야말로 '참사를 애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진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는 특히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상의 안전에 무관심하다. 혹은 안전을 파괴해 가고 있다"라며 "오늘과 같은 추모의 자리가 더 다양하게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의 수사는 참사의 원인 규명이 아닌 법적 처벌의 대상자를 가려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일 현장에 있던 생존자가 가해자로 지목되고, 일선 소방관과 경찰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수사는 '왜 위험성을 낮게 인식했는가', '위험을 인식하고도 왜 재난관리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재난의 원인이 된 재난·참사에 있어서는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마련할 것 △피해자 가족이 다른 가족들을 만나고 법률 지원과 심리치유 등 필요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 △피해자 가족 및 생존자 등에게 참사의 진상규명과 수습, 조사 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12일 집회에 참여한 한 참여자가 피켓과 촛불을 들고 앉아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정부가 설정한 국가 애도기간이 종료된 후 처음으로 개최된 이날 촛불집회는 전국민중행동 등 참여단체들의 논의를 통해 전국행동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상임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시민추모촛불 제안 기자회견'에서 "12일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각 단체가 주최하는 전국적인 릴레이 추모행동이 이어질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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