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pressian.com/pages/articles/2022111618344569026


전 용산서장 증언 "대통령실 이전 뒤 경호·경비 업무 증가…인원 보충도 있어"

李 "참사 전 서울청에 2차례 기동대 요청, 집회 이유로 미배치" 진술도…류미진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해 반성"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2.11.16. 19:01:29 최종수정 2022.11.16. 21:48:15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이후 경호·경비 업무가 증가했고 그에 따른 인원 보충도 있었다고 밝혔다. 참사 발생 전 서울경찰청에 두 차례 기동대를 요청했지만 집회·시위가 많아 배치되지 않았다는 진술도 했다.


이 전 서장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후 업무량이 증가하고 일선 현장의 고충이 늘었나"라고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묻자 "경호나 경비 쪽 업무가 일정 부분 늘어났다. 그러나 거기에 맞춰서 인원이 추가로 배정돼 보충됐다"며 "현장 직원들이 당연히 힘드셨겠지만 저희들도 거기에 맞춰 인원 보충이라든지 효율적인 업무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나 역시 현장에서는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 의원이 "민생 치안보다 집무실 경호 경비에 경찰 인력이 집중됐던 것인가"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특정 업무만 집중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인력이 어느 정도 보강됐나"라고 구체적으로 묻자 이 전 서장은 "제 기억에 의하면 80명 정도가 추가로 용산서로 배치됐다"며 "경비, 정보, 교통, 안보, 대통령실 이전 유관부서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최 의원이 "이태원 핼러윈 때 질서유지를 위해 기동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요청을 서울경찰청에 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을 하자 "정확한 날짜까지 기억하기는 힘드나, 제가 (용산경찰서) 주무부서에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기동 지원 요청을 하라'고 지시했고 주무부서가 서울청 주무부서에 지원 요청을 했다"며 "그런데 주무부서에서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추후 서울청에서 재차 검토가 있었으나 그때도 다시 집회·시위 때문에 어려운 걸로 결정된 걸로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이 전 서장의 진술이 사실일 경우, 용산서 차원을 넘어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상황 판단에 대해 책임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사고 당일 서울교통공사에서 사고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지시를 했는지 확인했다. 이 전 서장은 "제가 보고받기로는 저희 (송병주 용산서) 112 상황실장이 21시 34분경에 무정차 요구를 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임재 "참사 전 이태원 상황 보고 못 받아 늦게 도착" 


이 전 서장은 '늦장' 도착, 대통령실 전화 미수신, 옥상 지휘 등 참사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한 해명도 내놨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사고 당일 오후 9시 24분쯤 용산경찰서 주변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하고 오후 9시 30분쯤 이태원 상황 관련 보고를 받은 뒤 9시 47분쯤 관용차를 타고 이태원으로 출발해 오후 10시쯤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한 것으로 돼있다. 이후 약 55분 동안 근방을 맴돌다 오후 11시 5분경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첫 압사 관련 신고가 나온 시각은 오후 10시 15분이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이 전 서장의 참사 당일 행적을 언급한 뒤 "참사가 일어나고 40분 동안 어떤 보고를 받고 지휘를 했고 상부에는 어떤 보고를 했나"라고 물었다. 이 전 서장은 "그날 밤 제가 이태원 참사 과정에서 단 1건의 보고도 받지 못했다. 제가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23시경"이라고 밝혔다. 


"차 안에서는 뭐 했나"라는 조 의원의 질문에 이 전 서장은 "21시 57분경에 녹사평역에 도착해 당시 현장 관리하고 있던 상황실장에게 상황을 물었다"며 "'지금 사람들이 많고 차가 정체되고 있으나 특별한 상황은 없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이 "대통령실 전화는 왜 받지 않고 콜백(call back)도 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제 기억에 의하면 당시 23시 20분경에 행정안전부에서 전화가 왔으나 그 당시는 제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정말 겨를 없이 상황을 지휘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그러나 23시 26분에 다시 제가 콜백을 했다. '현재 10명에서 13명 정도가 의식 불명으로 CPR(심폐소생술) 중이다. 계속 상황 파악 및 대처를 하겠다'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밤 11시 36분에야 직속 상관인 서울청장한테 보고했는데 왜 11시 5분에 도착하고 30분이나 늦게 보고를 했나"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제 기억으로 23시 10분경에 정확한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서 옥상에 올라갔다. 그 정도 상황이면 이미 상황 계통에서 상황 보고가 됐을 거라고 저는 우선 응급조치가 필요한, 그런 조치를 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이 "우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 전 서장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인가"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옥상에서 현장 지휘를 급박하게 하고 있었다. 장관님이 오시는 내용도 몰랐고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정 의원이 "현장이 아닌 옥상에 주로 계셨다"고 다그치자 이 전 서장은 "거기가 위치가 제일 좋은 장소였기 때문에 거기서 전체적인 흐름과…(현장상황을  파악했다)"고 답변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혼잡 경비 책임이 누구에게 있었나'라는 김 의원의 질의에는 "지금 말씀이 책임 회피로 보일 것 같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때 당시 핼러윈 축제 대해서는 (송병주 용산서) 112 상황실장이 컨트롤타워를 하는 것으로 그렇게 (정했었다)"고 답했다. 


이임재·류미경 "고인과 유족에게 죄송" 


한편 이 전 서장과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일했던 류미경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은 이날 행안위에서 참사 발생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혼잡 경비 책임을 졌던 이로 지목한 송 실장은 건강상 이유로 이날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서장은 "어떤 말씀으로도 부족하겠지만 고인과 유족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당시 경찰서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이고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류 전 과장도 "제가 당일 상황관리관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류 전 과장은 자신이 상황실을 이탈해 본인 사무실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관행'이라고 했다.  


여야는 모두 이 전 서장에 대한 질책을 쏟아냈지만, 강조점은 미묘하게 달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경찰 역사에서 가장 비겁한 경찰", "부하 경찰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운 대한민국 경찰의 수치"(장제원), "이임재 증인이 조금만 기민하게 상황 중요성을 알고 대처했다면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만희)이라고 하는 등 이 전 서장 본인의 과오를 부각했다.


반면 민주당은 "용산서가 시위 투입 경찰 인력을 줄이고 국민 생명·안전을 위해 경비력을 보강했어야 한다"(최기상)라고 대통령실 이전과의 연관성을 간접 지적하거나, "잘 작동되던 체계가 왜 그날만 작동을 안 했겠나. 특별한 무언가가 그날 있었고, 그것이 마약 단속이라고 생각한다"(송재호) 등 항간의 의혹을 언급했다. 


또 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겨냥해 "경찰국 시행령을 강행할 때는 경찰을 직접 지휘감독할 권한·책임이 장관에게 있다고 했다가 참사가 발생하니 이제는 권한·책임이 없다고 한다"(오영환)라고 비판했고, 여당에서는 일부 매체의 사망자 명단 공개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며 "민주당도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조은희)라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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