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112216193463290
미·일에만 집중하던 尹정부, 중·러에 손 내밀었지만 실패
유엔 안보리, 북한 ICBM 발사에 대한 공동 성명 채택 또 실패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2.11.22. 16:39:26 최종수정 2022.11.22. 17:55:29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한 회의를 열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 속에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한 채 논의를 마무리했다.
사실상 안보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상황을 타개할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우방국 공조에만 매달리고 있어 당분간 북한의 군사 행동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의 비확산 문제에 관한 안보리 회의에서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한국, 일본 등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안보리 차원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안보리는 공동의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과 관련해 이번 회의를 포함, 올해 들어 벌써 10번째 회의를 가졌지만 어떠한 성명도 채택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이날 회의에서 애초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조치인 '결의안'(Resolution)'이 아닌, 중간 단계 수준인 '의장성명(Presidential statement)'을 제안한다면서 동참을 촉구했다.
하지만 장쥔 주유엔중국대사는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국이 (북한에) 신의를 보여야 한다"면서 "군사 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 북한을 규탄하고 압박하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상황이 악화된 데에는 미국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과 동맹들이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여 그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면서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근시안적인 군사 행동의 결과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의장성명을 비롯해 가장 낮은 수준의 대응 조치인 '언론성명'(Press Statement)' 등 가시적 입장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 등 14개국은 회의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장외 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일단 상황을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안보리 회의가 개최됐다. ⓒAP=연합뉴스
안보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커지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이른바 '가치 외교'를 표방하면서 미국, 일본 등 우방국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에만 집중한 채 위기를 타개할 만한 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우방국들에만 집중하다 보니 안보리의 한 축인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어려워졌고, 안그래도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대립하는 상황 속에 한국이 나서서 국제사회의 통합된 대응을 유도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 행동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제야 중국과 러시아를 찾아 북한에 대한 단합된 대응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실제 정부는 안보리 회의가 열리기 전인 한국시간 21일 오후,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통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및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에 안보리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태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우방국들과 공조를 통해 북한에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22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반복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국제사회의 엄중한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안보리 이사국을 포함한 주요 우방국들과 긴밀히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합의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우방국 등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브라질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일부 상임이사국의 의견 차가 있어도 우방국과 긴밀히 공조해서 북한 위협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들의 의견을 애써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대다수의 안보리 이사국들이 북한 도발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고 단합해서 대응하겠다는 데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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