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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부터 '이랑'까지 … "新 블랙리스트 시대 열렸다"

문화계 "尹 정부 취임 5~6개월 만에 블랙리스트 시대 다시 열려"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2.11.22. 18:26:07


행정안전부가 부마항쟁기념재단의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가수 이랑의 공연 곡을 검열했다는 의혹이 나온 가운데, 문화계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다시 작동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 전반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화연대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토론회 '문화정책이 사라진 시대, 윤석열 정부를 평가한다'를 개최하고 윤 정부 문화정책의 방향성 및 예산 편성 구조를 볼 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부활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21일 JTBC는 '행정안전부 측이 가수 이랑의 민주화운동 기념식 공연을 사전 검열했다'는 요지의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행안부는 부마항쟁기념재단 측에 기념식 당시 공연할 예정이었던 이랑의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이랑과 담당 감독 측이 이를 거절하자, 재단은 가수와 감독을 새로 뽑아 공연을 대체했다. 이에 따라 감독 연출료 1000만 원, 가수 공연비 700만 원 등 애초 배정돼 있었던 정산금도 '연출자 가수를 합쳐 700만 원만 지급'하는 쪽으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는 사회에서 늑대·마녀 등으로 호명돼온 '들고 일어난 약자들'을 다룬 노래다. 이랑은 지난해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해당 노래에 대해 "행진하면서 힘차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랑은 해당 곡이 포함된 3집 [늑대가 나타났다]로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포크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이랑의 정규 3집 <늑대가 나타났다> 앨범 커버 이미지 ⓒ유어썸머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10월 풍자 만화 '윤석열차' 검열 논란과 이번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 취소 논란 등을 두고 "하루가 멀다 하고 검열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며 "블랙리스트 사건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게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검열) 행정처리였다. 윤 정부 취임 5~6개월 만에 (문화예술계가) 다시 그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윤석열차' 만평에 대한 정부의 경고가 논란이 된 데 이어, 지난 15일엔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도 윤석열 정부와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를 풍자한 만화가 전시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앞선 지난 2월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캠프에서 일하던 안상수 국민의힘 인천공동총괄선대위원장이 "문화예술계 쪽은 좌파들이 많다"라고 발언하며 문화계에서 '블랙리스트' 논란이 다시 일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모인 문화계 관계자들은 특히 지난 정부가 약속한 바 있는 '블랙리스트 사회적 기억 사업'에 대한 예산이 이번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에는 편성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현 정부의 문화정책·예산편성 기조 전반이 "현 정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는) 예술인권리보장 환경조성이 예산에 포함돼 있는데, 예술인권리보장을 위한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 따르면 예술인심리상담 관련 예산 5억 8000만 원, 예술인권리보장 환경조성 관련 6억 8000만 원 등 약 13억 원가량이 관련 예산으로 배정돼 있다.


문화연대 측은 "이 중 6억 8000만 원은 신고센터 운영에 관한 금액이지만, 이 금액만으로는 신고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을 것"이며 "또한 예술인권리 정책 공론화를 위한 홍보 예산도 부족한 실정에 피해 예술인 구제에 대한 예산은 예산안에서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태림 미술평론가(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윤석열차' 사건, '늑대가 나타났다' 사건을 함께 거론하면서 "예산 확충을 통해 '예술인 권리 보장제도'가 제대로 확립되면 이런 것들(검열행위 등)이 다 검토 대상이 된다"며 "윤 정부가 내세웠던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 기조는 국민에 대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날 토론회에서 문화계 관계자들은 예산안 분석 외에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의 문화정책 전반의 특징을 요약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연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윤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에 대해서 △전문성 및 이념 논란에 휘말린 박보균 문화부 장관 등 '예술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인선' △성평등, 소수자성, 다양성 등의 키워드를 논의하지 않는 '미래가치의 부재' △자유와 문화정책을 연결시키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등 '자유와 공정이란 함정' △문화정책 수립에 대한 '거버넌스 및 소통체계 축소' 등을 주요 비판 지점으로 제시했다. 


김대현 문학평론가(웹진 에이스퀘어 편집위원장)는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정부는) 예술의 산업화, 예술의 경쟁력 확보에만 중점을 둔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는 "결국 시장친화적인 콘텐츠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다양성이 존중돼야 할 생태계를 승자독식의 생태계로 인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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