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2628


"자리 지키려고 숨만 쉬는 식물인간들 응징해달라"

기자명 정리=이진동 기자   입력 2022.11.22 22:31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 배우 이지한 희생자의 어머니]

"입에 물 들어가는 것 싫어 입 꿰메버리고 싶은 심정"

"아들, 12월 방영 방송드라마 촬영에 온 정성 쏟아"

"망언을 일삼는 이들을 보면 숨을 쉴 수가 없다"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처음으로 한데 모여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정부로부터 참사와 관련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억울함을 풀어놓을 길도 없었습니다. 뉴스버스는 이태원 10.29 참사를 기록하는 차원에서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밝힌 희생자들의 사연과 유가족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 편집인 주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배우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22일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있는 자를 응징해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오마이TV캡처)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배우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22일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있는 자를 응징해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오마이TV캡처)


저는 배우 이지한의 엄마입니다.


지한이와의 추억이 너무 많아 적을 수 없어서 머릿속에 담아왔어요. 2001년 육아 일기장에 '너는 별명을 효자로 지어야 되겠구나'라고 써있더군요. 그 아이는 그렇게 착했습니다.


연줄 하나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기 힘으로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들어갔고, 올해 오월에 한 달 간의 오디션을 거쳐 큰 기획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12월에 방영을 앞두고 매일 같이 제대로 먹지를 못했어요. 운동은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오직 그 작품에 온 신경과 온 정성을 쏟고 있었습니다.


오후 2시에 바지와 와이셔츠를 데려입히고, 구두끈을 매주면서 ‘엄마 나 오늘 밥 먹고 와야 돼. 다음날 촬영이 있어서 금방 올 거야'라고 했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날 12시 아이가 죽었다니요. 믿고 싶지 않았고, 믿을 수 없어서 병원으로 가보았는데, 지한이가 맞았습니다. 그날도 못 먹은 것 같았어요. 볼이 너무 배어 있었고, 배가 훌쭉해서, '지한아 넌 오늘도 못 먹었구나'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제 심장이 눈물로 가득 차 숨조차 쉬기 어려워 마스크를 내립니다.


그러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을 해야 할까 곰곰 생각하다 그래서 가장 힘 있는 사람이 대통령 밖에 없겠구나, 그 분에게라도 편지를 써보자, 그 분에게 호소를 해보자고 생각해 두서없이 막 적었습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배우 이지한의 엄마입니다. 해가 뜨는 것이 두렵고, 제 입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이 싫어 제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며, 제 뼈에 붙은 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엄마' 하며 들어올 것 같고, '배고파요'라는 환청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도 받으려 합니다. 지한이 아빠는 장례 직후 자살 시도를 하였고, 지한이 누나는 '자기가 대신 죽었어야 한다'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58명 쳐다만 보면서 생매장한 사건"


이 참사는 분명히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일어난 인재이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 사건이 분명합니다. 저는 법을 공부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저는 이 사태가 158명을 쳐다만 보면서 생매장한 살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동 대처가 오후 6시 34분부터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158명의 희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확신합니다.


상하체계는 모래성 같아 사건이 생기면 모두 무너지게 되어 있었고, 지능인들로 구성된 줄 알았지만 탁상 공론하는 지식인들이었고, 발로 뛸 줄 알고 뽑아줬건만 자기 자리 지키려고 숨만 쉬는 식물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만약 류미진 전 과장,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 경찰청장, 서울시장, 행안부 장관, 국무총리의 자식들이 한 명이라도 그 곳에서 '숨 쉬기 어렵다' '압살당할 것 같다' '살려달라' '통제해 달라'고 울부짖었다면 과연 그 거리를 설렁탕 먹고 뒷짐 지고어슬렁 어슬렁 걸어갈 수 있었을까요. 절대 아니죠. 이건 아니죠. 그럴 수 없죠. 


이러한 행위는 칼을 들지는 않았어도, 정황상으로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여 모두 형사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법을 개정하면서, 어찌 이 어른들을 그냥 넘어가려 하십니까. 이번 대통령 선거 때는 태어나서 34년 만에 처음으로 제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이번엔 잘할거야. 잘하고 말고 그 믿음은 지금도 의심치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간절히 부탁하고 또 부탁드립니다. 10만 명의 아이들도 보호할 수 없다면, 158명의 희생자와 다친 청년들도 구할 수 없다면, 이 오천만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포기해야 합니까? 나라를 버려야 합니까? 이 억울한 마음을 FBI에 의뢰해야 합니까? 이 분한 심정을 전 세계에 알려야만 합니까? 대한민국의 축제나 콘서트에 올 때는 반드시 경호원을 대동하여 와야 한다구요. 그래야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말을 바꾸고 증거를 인멸하는 행태가 바뀌는 겁니까?


대통령님. 사고 현장 앞을 밥 먹고 뒷짐지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던 이, 112 상황실에 있지도 않았던 이, '핼러윈은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고 말하는 이, 그 중에서 가장 괘씸죄를 추가하고 싶은 행안부 장관의 말 바꾸기,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행안부 장관, '이 책임의 앞과 뒤는 누구의 책임이냐'며 비웃으며 빈정대던 이, 이 모두에게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는 물론이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여 주십시오.


"대통령이 아끼는 이들이 국민 생명 잃게했다면 가까이 둬 무엇을 얻을 것인가"


대통령님이 아끼는 사람들이 국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해 생명을 잃게 했다면, 그들을 가까이 두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귀하지 않은 생명이 어딨습니까 장관의 아이도 회사원의 아이도 시장 상인의 아이도 생명의 무게는 다 같지 않습니까?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믿을 것입니다. 왜냐구요. 저와 제 남편, 그리고 지한이도 윤석열 대통령님을 뽑았기 때문입니다.


망언을 일삼는 공직자들, 죽어가는 청년들을 보고만 있던, 아니 못 본체하는 이, 그들의 자녀들이 압살을 당해봐야 알 수 있는 이들일까요. 이 망나니 같은 저능한 식물 인간들을 응징해 주세요.


국민들의 뜨거운 눈물이 제게는 너무나 큰 위안이 되었으나, 망언을 일삼는 그들을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다시는 우리 청년들이 어처구니 없이 생매장 당하지 않도록 표본이 되게 형사적으로 엄하게 처리해 주십시오. 찬란한 미래까지 짓밟힌 아들의 이 어미의 마지막 소원을 제발 들어주세요. 믿습니다. 믿겠습니다. 믿을 것입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배우 이지한 엄마 올림"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배우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씨가 생전에 '엄마 생일 축하해'라며 직접 부른 '별보러 가자'를 '마지막 육성'이라며 들려주고 있다. (사진=오마이TV 캡처)

'이태원 10.29참사' 희생자 배우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씨가 생전에 '엄마 생일 축하해'라며 직접 부른 '별보러 가자'를 '마지막 육성'이라며 들려주고 있다. (사진=오마이TV 캡처)


그리고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지한이가 이 노래를 불러 마지막 육성을 남겼습니다. 짧게 들어보겠습니다. (희생자 이지한씨가 직접 부른 '가수 적재의 별보러 가자' 노래 틀어줌) '엄마 생일 축하해 사랑해..' (지한이의) 마지막 육성입니다. 


여기 계신 158명의 희생자 부모님들은 제 슬픔보다 더 깊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제 아들은 이렇게 저를 사랑했으며, 이렇게 추억이 많아 잊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서게 됐습니다 


국민 여러분 도와주세요. 기자분들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증거인멸은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료 삭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걸 낱낱이 밝혀 이 억울한 청년들의 찬란한 미래가 짓밟히지 않도록 십조를 줘도 절대 바꾸지 않았을 내 아이들의 앞날에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없도록, 국민 여러분들과 기자들께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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