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112619545982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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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로 인한 상처 너무 커…국가 범죄 낱낱이 밝혀야"

참사 한달여, 이태원에서 밝혀진 조용한 촛불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2.11.26. 19:55:15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여 가까운 시간이 흐른 26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다시금 조그마한 촛불이 밝혀졌다. 각 종교 단체와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시민 40여 명은 광장에서 종교 형식을 갖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힐 때까지 유가족들과 함께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촛불 집회는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나눔의집협의회와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NCCK 인권센터,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인권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들은 이미 여야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광화문 집회와 별개로 매주 이태원광장에서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원장인 자캐오 신부의 진행으로 집회가 시작됐다. 우선 성공회와 천주교 예수회가 공동으로 기독교 방식의 기도회를 열어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집회 참석자들은 한 손에 촛불을 든 채, 종교를 가리지 않고 찬송가를 부르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이어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에 출석하는 시민 김미영 씨가 <요한 묵시록> 일부 구절을 읽어 희생자들이 내세에는 평화를 찾기를 기원했다. 


"하느님께서는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하느님이 되셔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실 것이다. 이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26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애도와 연대의 기도, 그리고 촛불' 행사에 모인 이들이 각 종교 제례 형식에 따라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프레시안(이대희)


자캐오 신부는 이번 참사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며 자신을 찾아온 (신도) 이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하루는 참사 바로 전날 이태원을 들렀던 지인이 찾아와서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참사 소식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이 '다행'이라는 마음가짐이었다며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밉고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의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이번 참사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


이어 이원영 용산시민연대 활동가가 연단에 올라 정부의 잘못을 성토했다. 


이 활동가는 "참사 당일 경찰은 참사 현장 바로 인근의 대통령 집무실을 지키고 있었으나, (대통령에 비하면) 그림자와 같은 젊은이들이 모인 이태원 좁은 골목에는 국가가 없었다"며 "우리 사회의 참사는 항상 가장 어두운 곳에 거한 이들, 가장 낮은 곳에 모인 이들에게만 반복적으로 일어난다"고 개탄했다. 


이 활동가는 이어 "참사 당일 수많은 이들이 참사 이전부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철저히 무시당했음이 밝혀졌다"며 "이번 참사는 분명히 권력형 범죄다. 직무를 유기한 이들의 범죄 사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이 연단에 올라 불경을 읊으며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바랐다.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대각 스님 역시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음이 확인된 이번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유가족을 위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각 스님은 "젊은이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참사를 당한" 이번 사태로 인해 "국가도, 나라도 (시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며 "많은 이들이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이 땅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을 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대각 스님은 이어 참사 이후 "정부가 희생자의 유가족을 빨리 모아 유가족이 직접 대책을 논의하도록 하고, 소통하도록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절실했"으나 "정부는 해야 할 일을 참사 후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각 스님은 "이제라도 생명의 소중함을,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남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나가야 할 것"이라며 남은 이들이 힘을 모아 이후를 대비해야 함을 강조했다. 


ⓒ프레시안(이대희)


오광선 원불교 인권위원회 교무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참사 현장까지 거리가 걸음으로 불과 15분여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며 "어떻게 어디 섬도 아니고, 깊은 산중도 아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이토록 비참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오 교무는 이번 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비교하며 우리 사회 주류 세력을 직접적으로 성토했다.


오 교무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이들이 움직이지 않았고, 참사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유가족을 오히려 탄압했다"며 "같은 일이 이번에도 반복되려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오 교무는 이어 "그들이 다시금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친구들을 못다 핀 꽃으로 만들었다"며 "반드시 정부가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지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이어 조용히 참사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어 참사 당일 첫 신고가 접수된 시간인 저녁 6시 34분을 기해 불을 끄고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한편 이들의 추모와 별개로 서울 숭례문 일대 등 도심 한가운데서는 다시금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참석자 규모를 약 1만여 명으로 추산했고, 주최 측은 3만여 명 규모로 추정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이 연호됐다. 그에 맞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는 극우 단체들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26일 집회 참가자들은 용산구 이태원광장에서 가진 집회를 마무리 한 후, 도보로 참사 현장인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해밀턴 호텔 골목으로 이동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프레시안(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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