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83534
인권 가이드라인 부적절 사례 답습한 김건희 캄보디아 사진
국내 아동후원단체들 홍보 방식도 '빈곤 아동 전시'... "빈곤 대상화 바로잡아야"
22.11.28 05:04 l 최종 업데이트 22.11.28 05:21 l 신상호(lkveritas)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심장병 아동과 찍은 사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빈곤을 활용한 마케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국내 아동후원단체들이 빈곤을 강조한 후원 마케팅을 지속해왔고, 김 여사 사진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사례라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김건희 여사가 심장병 아동과 찍은 사진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아동을 동정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고통을 전시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가 정리한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미디어가이드라인'에 적용해 보면 김 여사가 찍은 사진은 굳이 '빈곤 포르노'라고 규정하지 않아도 문제점이 많다.
이 가이드라인은 '질병 아동'에 대한 사진(동영상) 촬영을 할 때 "아동을 동정 및 시혜의 대상이나 약자·피해자로 묘사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굶주리고 병든 아동의 이미지를 이용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탈피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여사가 심장병 아동을 안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는데, 이는 아동이 '동정심을 일으키는 약자'로 보일 여지가 충분하다.
가이드라인상 부적절 사례를 그대로 답습한 '김건희 사진'
김건희 여사가 실내에서 아동을 안고 찍은 사진은 가이드라인에서 부적절한 사례로 지목된 사진의 구도를 그대로 답습했다. 가이드라인은 부적절한 사례 사진을 소개하면서 "아동을 불쌍한 동정의 대상으로 묘사한 것이며, 특정 인종은 의존적이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편견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의 사진을 두고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이 가이드라인에 미흡한 사진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국제개발협력 청년 커뮤니티안 공적인사적모임이 지난 15일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빈곤포르노를 규탄한다'면서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도, 김 여사의 사진이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서명운동을 제기하면서 "김건희 여사는 자신을 위해 미디어를 활용해 가난한 자들의 삶을 동원하지 말라. 취약계층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단순한 사진놀이를 넘어 먼저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빈곤 포르노'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의힘 측은 과거 오드리 헵번, 안젤리나 졸리, 김혜자, 정우성 등 유명 배우들도 비슷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언급한 배우들 역시, 아프리카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빈곤 아동들과 비슷한 구도의 사진과 영상을 찍었고, 여러 단체들이 후원 마케팅에 활용해왔다.
▲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의 '부적절한 사례' 중 하나. 가이드라인은 '특정 국가와 인종의 나약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때문에 김건희 여사 사진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내 후원단체들이 아동들의 열악한 상황을 묘사한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후원 마케팅'을 펼쳐온 것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TV 광고와 유튜브 등에 등장하는 '후원 광고'를 보면 '빈곤'을 극대화한 이미지로 도배돼 있다.
상수도가 없어서 연탄을 떼는 기초생활수급 가정 아동이나, 밥그릇을 들고 있는 아프리카 아동 등 국내 자선단체들의 후원광고 속 이미지들은 역시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미디어가이드라인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일부 자선단체는 후원 대상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대역 배우를 쓴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아동을 수단화한 자선단체 마케팅 방식 돌아볼 때"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기금이나 후원금을 모으는 단체에서 내놓았던 홍보물들도 김 여사 사진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많았다"며 "김 여사 사진뿐만 아니라, 이들 단체 홍보물도 사람의 동정심, 마음을 이용하는 얕은 수를 쓴다는 점은 같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눈물과 동정심을 자극해 후원을 하도록 했던 방식이 과연 적절했는지 성찰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도움이 필요한 아동의 인권을 세세하게 배려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김 여사의 사진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도 "약자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를 홍보에 이용하는 것은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라며 "김건희 여사가 잘못했지만, 빈곤을 활용한 그런 형태의 마케팅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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