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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모인 탄핵 청원자들 "석열·건희 감방 보내자"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입력 2024.07.20 22:35 수정 2024.07.20 22:37
7월 전국집중촛불, 윤 탄핵 청원자 대회로 개최
탄핵 노래방…부산·광주 촛불공연에 열기 후끈
코미디언 김미화, 촛불국회의원 모임도 무대에
"주권자 국민이 명령한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1만여명 탄핵 청원자들, 명동 일대서 빗속 행진
20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99차 촛불대행진 7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7.20. 촛불행동TV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마감되는 20일 오후 서울 도심에선 전국에서 모인 대통령 탄핵 청원자들이 촛불을 들고, 탄핵 열기를 끌어올렸다. 시민들이 직접 참가한 무대는 정부의 실정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함께 대통령 탄핵 열망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선 99차 촛불대행진 7월 전국집중촛불이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1만여 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은 "국민이 명령한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대화 협치 필요 없다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라" "민주민생 평화파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석열을 탄핵하고 채 해병의 한을 풀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번 7월 전국집중촛불은 윤석열 탄핵 소추안 즉각 발의 청원에 서명한 국민을 위한 '탄핵 청원자 대회' 형식으로 열렸다. 앞서 지난달 2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등록된 탄핵 소추안 발의 청원은 13일 만인 지난 3일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촛불행동에 따르면 국민청원이 시작된 뒤 15일 동안 관련 뉴스만 1100여 건이 보도됐다. 마감일인 이날 오후 7시 기준 청원자 수는 143만 4000여 명이다.
촛불 무대도 윤석열 탄핵을 청원한 국민들이 중심이 됐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나눠준 종이 팻말에 각자 "나는 ○○○○번째 윤석열 탄핵 청원자다"라고 쓴 뒤, "윤석열은 당장 내려와라" "올해 안에 대선!" 등 각양각색의 문구를 적었다. 현 정권의 실정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했다. '촛불 합창단'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촛불이 이긴다> 공연으로 시작한 집회는 탄핵 청원자들의 발언으로 본격적인 문을 열었다.
20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99차 촛불대행진 7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군산촛불행동 회원과 남대진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4.7.20. 촛불행동TV 갈무리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드디어 탄핵정국이 문을 열었다"며 "이 모든 것은 150만에 이르는 국민들 탄핵청원이 만든 위대한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국회는 오로지 탄핵명령 내린 국민만 믿고 그 명령에 따라 앞뒤 가리지 말고 돌진하면 된다"면서 "탄핵은 결국 대세가 될 것이며, 윤석열은 처참하게 쫓겨나 처벌받게 될 것이고, 김건희도 함께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이게 정의다. 그날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민심은 확고하다"며 "국민들을 믿고 더 용감하게 더 담대하게 싸워나가자"고 외쳤다.
이날로 '100차 촛불대행진'을 맞이한 군산촛불행동의 남대진 공동대표는 "국민은 이미 심판했다. 국회는 미적거리지 말고 당장 탄핵하라"라며 "시사 유튜브에서 평론만 하지 말고 여기 나와서 함께 외치라"고 했다. 또 언론을 향해서도 "2년간 외치는 시민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보도한 적 있는가"라며 "공영방송 지켜달라고 여기와서 호소하는 MBC마저도 왜 광장의 외침을 외면하고 침묵하냐"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지치지 않고 윤석열 탄핵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결코 쉬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집회는 가수 남진의 노래 <님과 함께>를 개사한 <촛불함께>를 부르는 '탄핵 노래방' 순서에 이어 각 지역에서 올라온 시민들의 공연으로 열기가 달아올랐다. 부산촛불행동 회원들은 트로트 가수 박현빈의 유행곡 <앗! 뜨거>를 개사한 노래를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앗 뜨, 앗 뜨거 너 때문에 내 가슴 불난다 불나 (…) 탄핵도 좋아 특검도 좋아, 석열 건희 감방에 보내버리자"라고 노래 불렀다. 시민들도 빠른 박자의 노래에 맞춰 따라부르거나 춤을 췄다. 이어진 광주촛불행동 회원들은 율동과 함께 가수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개사한 <탄핵열차>를 불렀다. "비 내리는 용산역 윤석열차에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노래에 맞춰, 시민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으쌰라 으쌰"라며 응원 구호를 외쳤다.
20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99차 촛불대행진 7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부산촛불행동 회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4.7.20. 촛불행동TV 갈무리
20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99차 촛불대행진 7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광주촛불행동 회원들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24.7.20. 촛불행동TV 갈무리
시민들의 무대에 이어서 드라마 <수사반장> 주제음악을 만든 재즈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과 재즈 프로듀서 호세윤이 '형님들 뺀드'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라 <수사반장> 주제가와 <Oye Como Va(이제 내려와)> 등을 공연했다. 호세윤의 부인이자, 연예인 블랙리스트로 올라 고초를 겪었던 코미디언 김미화 씨도 함께 했다. 김 씨는 "요즘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용산 '브이원(V1)' '브이투(V2)' 때문에 웃는다. 용산의 V1, V2가 들을 수 있도록 한번 박장대소를 해보자"며, 시민들과 크게 웃었다. '형님들 뺀드'와 김미화 씨는 가수 윤복희 노래를 개사한 <웃는 얼굴 다정해도>와 신중현의 곡을 개사한 <박절미인>과 등을 불렀다. <박절미인>은 "박절하게 거절 못해 크리스챤 디올~"이라며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풍자했다.
20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99차 촛불대행진 7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코미디언 김미화 씨(가운데)와 형님들 뺀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2024.7.20. 촛불행동TV 갈무리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과 윤석열 탄핵을 약속한 야당 대표들도 무대에 올라, 시민들의 촛불 열기를 이어갔다.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탄핵청원을 계기로 결성된 국회의원 모임으로 현재 더불어민주당 강득구·김준혁·문정복·민형배·부승찬·양문석·장종태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모임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은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윤석열은 국민을 무시하고 거부권으로 거부하고 있다"며 "이제 마지막이다. 모든 걸 걸고 윤석열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탄핵시키라하면 여러분과 함께 탄핵시키겠다"며 "그것이 역사의 요구이고, 시민의 요구"라고 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내년 봄에는 새로운 민주정부 시대를 만들어달라"며 "함께 하겠다"고 외쳤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어둠은 새벽이 오기 전에 가장 짙은 어둠을 내뿜는다.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어둠을 뚫고 반드시 새벽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촛불은 온라인에서 140만 명이라는 횃불로 타올랐다"며 "우리는 이 횃불을 들고 이 짙은 어둠을 뚫고 나갈 것이며 이 어둠은 반드시 우리에게 채 해병의 빛나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당 김준혁 의원은 "소통간사로서 촛불행동과 국회의원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국회의원들과 접촉하고 당 대표님들과 함께 소통해서, 더 많은 의원들이 이 자리에 나오도록 하겠다. 그래서 여러분이 요구하는 윤석열 탄핵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99차 촛불대행진 7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촛불행동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문정복, 강득구,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2024.7.20. 촛불행동TV 갈무리
정당 대표단도 무대에 올랐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는 "누군가는 윤석열을 탄핵하고 싶어도 국회, 헌법재판소 때문에 안될 거라 말한다"며 "국민 다수가 이토록 분노하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그 명령을 깔아뭉개고 대통령 임기를 채울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명한 국민의 용기있는 행동이 이제 거대한 역사를 만들 것"이라며 "국회 탄핵청원은 그 시작"이라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우리에게는 이미 부정의한 대통령을 끌어내렸던 역사와 경험이 있다. 동시에 탄핵 이후에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지 못해서 절망과 회의감을 느꼈던 시간도 존재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 과업이 대통령 탄핵하고 끌어내리는 것에 멈추는 게 아니라, 언론·사법·민생·정치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과 경로를 제시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이 지긋지긋한 윤석열 정권을 빨리 끌어내리고, 하루하루 살기 위해서 몸부린 친 시민들을 제발 살려내달라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시민들의 '주권자 선언문' 낭독으로 집회는 절정을 이뤘다. 이정권 고양파주촛불행동 공동대표, 김수진 남양주촛불행동 대표, 김혜민 광명촛불행동준비위 대표 등은 촛불시민을 대표해 선언문을 낭독했다.
시민들은 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 전역은 머지않아 탄핵의 물결로 뒤덮일 것"이라며 "어디에 있든 어디를 보든 탄핵하라는 압도적 민심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과 그 일당이 빠져나갈 길은 어디에도 없다"며 "이제 탄핵의 시간이다. 누구도 주권자 국민의 앞길을 가로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로 오늘 이곳에서 위대한 주권자의 범국민 탄핵 항쟁이 시작됐음을 선언한다"며 "민주·민생·평화를 파괴하는 윤석열을 우리의 손으로 반드시 탄핵시키자"고 외쳤다. 1만여 명의 시민들은 선언서 낭독 말미에 "주권자 국민이 명령한다, 윤석열를 탄핵하라"라고 함께 외쳤다.
20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99차 촛불대행진 7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따. 2024.7.20. 사진 이호 작가
'선언문' 낭독에 이어 노래패 '맥박'이 <평등가> <부탁합니굥> 등의 공연을 했다. 시민들은 공연 직후 행진에 나섰다. 행진에는 10·29 이태원 유가족도 참가했다.
풍물패와 나팔을 앞세운 행진 대열은 본집회가 열린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한국은행 앞 사거리, 을지로 입구역 등 명동 인근을 행진한 뒤 시청역 인근 더플라자호텔 앞을 지나 다시 본 집회장으로 돌아왔다. 행진 끝에 비가 쏟아졌지만, 탄핵 열기를 잠재울 순 없었다.
시민들은 "백해무익 정치오물 국힘당을 해체하라" "김건희와 한동훈 댓글공작 수사하라" "무법천지 범죄자집단 윤석열 일당을 갈아엎자" "3년은 못참는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심판은 끝났다 탄핵에 나서라" "검찰독재 민주파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이대로는 못살겠다 윤석열 정권 갈아엎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리집회는 '백금렬과 촛불밴드'의 <뱃놀이> 우중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빗속에서도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쓰고 "어기야디여차" "어이야디야"라고 후렴을 부르며 끝까지 함께 했다.
오는 27일 100차 촛불대행진은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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