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2VwNKDHgNAE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19810_36515.html
'아침이슬' '상록수' 김민기‥청년 저항 상징 잠들다
입력 2024-07-22 20:39 | 수정 2024-07-22 20:5116
앵커
나이 스물에 지은 이 노래로 청년 문화의 원형이자 저항의 상징이 된 사람. 극단 학전의 대표 김민기 씨가 지병으로 향년 73세의 나이에 별세했습니다.
그는 음악인이자 연출가였고, 한국 대중문화계의 선구자였으며 자기 자신을, 무대의 '앞것'들을 빛나게 해주는 '뒷것'이라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문다영, 이정은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그저 고맙다' '할 만큼 했다'
영원한 청년 김민기 학전 대표가 이 말을 남기고 어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해 가을 위암 4기를 진단받았는데 암이 간으로 전이되며 병세가 악화 됐습니다.
[김성민/학전 총무팀장(유가족)]
"'그냥 정말 다 그냥 고맙지', '할 만큼 다 했지. 너가 걱정이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지만 그림 대신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7·80년대 그의 노래들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상징하자 군사정권은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했습니다.
[고(故) 김민기/ 2001년]
"주변에 감시나 그런 게 굉장히 심했어요. 그래서 정상적인 어떤 사회생활이라 그럴까 그런 거를 할 수도 없었고…"
한 때 공장 노동자, 농부가 돼 민중 속으로 들어갔던 그는 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열고 공연 연출가로 변신했습니다.
배울 학, 밭 전 '배움의 밭'이라는 뜻대로 학전은 문화 예술계의 인재를 키워내는 '못자리'가 됐습니다.
[장현성/배우(학전 출신)]
"저희가 건강히 좋은 시간들을 선생님 덕분에 보냈던 거 같습니다."
[유홍준/전 문화재청장]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가 이룩해놓은 거는 어마어마한 우리 문화유산의 자산이 됐죠."
그렇게 33년을 버텼지만 학전은 올해 3월 재정난과 건강문제로 문을 닫았습니다.
발인은 24일이며, 이 날 유족은 예전 학전이 자리했던 아르코꿈밭극장에 들렀다 장지로 향합니다.
MBC뉴스 문다영입니다.
영상취재: 김신영·이원석 / 영상편집: 김민지
[아침이슬/김민기 작곡·김민기 노래]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스무 살의 미술학도 김민기가 '아침이슬'을 내놓았던 1971년.
군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때였습니다.
[고(故) 김민기/2000년]
"사회분위기가 굉장히 좀 어수선했고 그런 중에 어떤 개인적인 결단이라고 그럴까 무슨 그런 것을 내려야되지 않나…"
작곡을 한 그는 '사상범'으로 분류돼 고문을 받았고, 노래는 금지곡이 됐습니다.
군사 정권의 감시 속에 학교도 졸업 못했던 그는 부평의 한 봉제공장에 취업해 일을 하며 노동자들을 위한 야학도 운영했습니다.
이 시기 노동자 부부들의 합동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노래가 <상록수> 입니다.
[상록수/김민기 작곡·김민기 노래]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역시 금지곡이 됐지만 노래는 시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습니다.
91년 문을 연 학전은 이름 그대로 사람을 키워냈습니다.
김민기는 무대 위 '앞 것'들이 빛나도록 하는 자신을 '뒷 것'이라 칭하며, 젊은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내주었습니다.
김광석, 들국화, 윤도현가 학전에서 노래할 자리를 찾았습니다.
[고(故) 김민기/ 2011년]
"TV 이런데서 댄스뮤직 이런 것들도 전부 이제 갈 때 한 쪽 그 컴컴한 지하 극장에서 어떤 아날로그의 맥을 쭉 이어올 수 있지 않았나…"
4200회 넘게 공연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은 한국 최초로 모든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했고 모든 배우를 오디션으로 뽑았습니다.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가 학전 출신입니다.
그러나 김민기는 잘나가던 지하철 1호선을 2008년 중단하고 아동극에 몰두했습니다.
소위 돈이 안 돼도 미래 세대를 놓으면 안 된다는 신념이었습니다.
[고(故) 김민기/ 2011년 ]
"아이들에 대한 그런 어떤 문화가 그냥 손을 놔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쟁이의 고집을 가진 김민기, 이제 영원한 청년이자 뒷 것으로 남았습니다.
MBC뉴스 이정은입니다.
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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