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홈플러스 '대형마트 규제 반대' 서명운동 조직적 개입 드러나
“서명운동 취합결과 매일 본사에 보고하라” 등 지시 문건 입수
최지현 기자 cjh@vop.co.kr 입력 2012-02-27 17:43:11 l 수정 2012-02-27 22:52:37
대형마트와 SSM 등 유통업계 6개사가 각 지점에 보낸 영업규제에 반대하는 서명운동 관련 지침 문건 중 일부 ⓒ통합진보당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6개사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들이 '대형마트 규제 반대' 서명운동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입점 업체에 서명인원을 할당하거나 의무적으로 동참하게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입점 업체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27일 통합진보당이 대형마트 관계자를 통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SSM 등 유통업계 6개사는 지난 24일부터 일주일 간 영업시간 등 영업 제한조치에 반대하는 '100만 소비자운동'과 관련된 지침을 각 지점에 내려보냈다. 해당 문건에는 서명운동의 구체적인 진행 방법까지 명시돼 있다. 실제 지난 주말 수도권의 대형마트 매장 등에서는 주최가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은 채 영업 규제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문건에 따르면 △소비자 후생을 저하시키는 규제 도입에 반대함을 표시하고 △지자체가 조례 개정 시 강제 휴무일을 일요일이 아닌 평일로 하고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단위 지자체별 조례 개정 대응 탄원 및 소비자 서명운동 결과 제시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 등 유통업계 6개사가 각 지점에 보낸 영업규제에 반대하는 서명운동 관련 지침 문건 중 일부 ⓒ통합진보당
문건에는 구체적으로 점포당 서명인원 목표인원으로 대형마트 2천600명, 슈퍼마켓 200명으로 명시됐으며, 준비사항으로 서명부스와 포스터, 고객 안내문 등 선전물이 규격화됐다. 또 입점업체가 의무적으로 동원되고 대형마트 간 연대망 구성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객이 서명시 작성을 꺼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란으로 서명진행 △자발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입점업체 관계자 1명 선정 △서명운동 취합 결과 매일 본사 보고 △지역 내 타 대형마트/SSM 점포와 연락망 구성 및 커뮤니케이션 실시하라는 등 구체적인 행동 방침까지 명시돼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서명운동은 대형마트와 서명운동 실무자 간의 수직적인 체계속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들이 이같은 서명운동을 조직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은 전국 각 지차체에서 골목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SSM 영업을 제한하는 조례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중의소리
이마트 역삼점에 비치된 '소비자 서명운동' 부스. "소비자는 대형마트 슈퍼마켓ssm의 강제 휴점을 반대합니다"라는 문구와 '오늘은 소비자의 주권을 찾는 날'이라는 글귀가 적힌 배너와 함께 서명판이 비치돼 있다. 서명란에는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을 자세히 기재하게 돼 있다. 25일과 26일 역삼점 이외에도 이마트 각 지점에서 발견됐다.
통합진보당은 "대형마트와 SSM은 영업시간 등 제한조치를 무력화시키고자 소비자 서명운동을 가장한 여론 호도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유통업종사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중소상인생존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영업시간 규제 및 의무 휴일제에 대한 법률 훼손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모 대형마트 관계자는 “서명운동은 임대업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하는 것이다. 이번 규제로 인해 피해 입는 중소상인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며 “대형마트도 같이 규제를 받기 때문에 업주들의 활동을 옆에서 돕고 있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달 공포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의 강제휴무 조례 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25개 자치구에 내려보냈다. 이는 대형마트와 SSM의 경우 매달 하루나 이틀씩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이다. 또 문을 열더라고 새벽 0시에서 아침 8시까지는 영업을 못하도록 제한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는 64곳, SSM은 267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외 다른 지역에서도 대형마트와 SSM 영업을 규제하는 조례 개정은 확산되고 있다.
최지현 기자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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