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F-35 한국에 떠넘기려는 이유는?
F35는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갔지만 아직 제대로 된 폭탄 투하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국방비 감축으로 인해 록히드마틴에서 벌어질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이 한국 정부에 이를 떠넘긴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기사입력시간 [232호] 2012.02.28  09:10:40  조회수 956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월4일 미국 지역 일간지 중 하나인 <노스웨스트 플로리다 데일리 뉴스> (www.nwfdailynews.com)에 게재된 기사 하나가 한국 정부를 놀라게 했다. 기사는 미국 록히드마틴 스테핀 오브라이언 부사장의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일본, 한국은 F35 개발에 자금을 대지 않았지만 이를 구매하기로 동의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한 대당 6500만 달러인 가격에 더해 그 나라들이 개발비 일부를 보충하는 걸 도와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일본, 한국은 7대 개발 프로그램 협력국보다 더 많은 F35를 주문할 예정이다”라고도 했다. 요지인즉 한국 정부가 이미 록히드마틴 사와 F35를 구매하기로 사전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록히드마틴은 해당 기사가 오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또한 해당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음을 한국 언론에까지 알리는 성의를 보였다. 록히드마틴이 이렇게 진땀을 흘리며 해명을 하는 이유는 아직 한국 정부가 F35 구매를 공식화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배경에는 F35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놓여 있다.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록히드마틴 사의 F35 생산 공장 모습. 총 6000여 명이 근무한다. ⓒLockheed-Martin 제공

F35는 록히드마틴 사가 개발한 미국의 제5세대 전투기로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최첨단 전투기다. 하지만 F35가 태어나기 전 더 불행했던 F22가 있었다. F22는 냉전 시대 소련에 대적하기 위한 최첨단 전투기로 탄생했다. 이 ‘꿈의 전투기’는 현존하는 지구상의 전투기 중 최강자로 불릴 만큼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알래스카 상공에서 벌어진 두 차례 가상 공중전에서 F22가 가세한 ‘블루포스’가 ‘레드포스’에 144대0, 241대2로 압승하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일명 ‘알래스카 전설’이라 불리는 이 가상전에 F22는 겨우 12대가 출격했을 뿐이지만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는 이 놀라운 결과에 흥분해 F22 750대를 도입하려 했다.

문제는 F22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 한 대당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원)라는 천문학적 액수가 드는 것은 물론이고 한 번 뜨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소련 해체 이후 전쟁 양상도 바뀌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양대 전쟁에서 산악을 뛰어다니는 탈레반이나 사막에서 전투를 하는 저항 세력들이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을 사용했던 탓이다. 이들을 상대하고자 막대한 비용이 드는 F22를 도입해 출동시킨다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F22는 187대로 생산이 중단되는 불운의 전투기가 되었다. 대신 록히드마틴은 F22에 비해 성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을 대폭 낮춘 보급형 F22인 F35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존 매케인 “F35는 스캔들이자 비극”

하지만 F35의 운명도 순탄치 않았다. 덩치 큰 F22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싼 가격의 F35를 만든다는 발상부터가 무리였다. 개발비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들어갔다. 미국 정부는 ‘돈 먹는 하마’인 F35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국방위원인 존 매케인은 “간단히 말해서 JSF(F35) 프로그램은 스캔들이자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10년여 세월 동안 국민 세금이 560억 달러(약 63조원) 가까이 투입됐지만 F35가 미국 국방부가 요구하는 폭탄 투하 능력 등을 충족시키지 못해 성능 시험 일정이 지연되자, 가장 중요한 비행 테스트 또한 아무리 빨라도 2015년 이전에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월 초 게이츠 국방장관은 “(해병대용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B 전투기 개발사인 록히드마틴에 2년간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이 기간에 F35 개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개발 프로그램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F35 도입과 관련해 미국 국방부가 상원에 요청한 예산 조정안은 반대에 부딪혔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칼 레빈 위원장과 존 매케인은 F35 전투기 도입에 필요한 예산을 다른 곳에 전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방부의 요청을 거부하고, 2017년까지 생산을 요청한 F35 전투기 423대 중 120대의 생산을 늦추도록 했다. 이로써 국방부는 향후 약 151억 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경제위기에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F35 예산 삭감은 군수업체의 대량 해고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록히드마틴은 6500여 명을 해고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 일간지 <노스웨스트 플로리다 데일리 뉴스> 홈페이지에 F35 구매 관련 기사가 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둔 3조8000억 달러(약 4271조원) 규모의 2013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2012년 재정적자는 1조3000억 달러인데 이를 2013년 9010억 달러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 한 해 F35 전투기 관련 예산이 16억 달러 삭감되는 등 국방비가 크게 감축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오바마는 고용 확대를 위한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군비 감축과 고용 확대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인데, 록히드마틴의 경우 F35 예산 삭감으로 인해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질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가 꺼내든 카드가 해외 판매 확대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대치 중이고 전투기가 노후된 한국 같은 나라에 이를 판매하면 군비를 감축하더라도 제조사의 대량 해고를 피할 수 있다. 

록히드마틴의 F35 생산 공장이 있는 텍사스 포트워스는 나날이 들려오는 F35 관련 뉴스에 울고 웃는다. 록히드마틴 F35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는 “작년 한 해 F35에 관한 뉴스를 들으면서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일자리를 찾기 힘든 지금 해고되면 가족의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 동료들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일본, 싱가포르, 한국에서 우리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뉴스를 들으면 하루가 신나다가도 캐나다, 인도 등이 F35 인도를 보류할 것이라는 뉴스를 들으면 온종일 침울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정부가 F35를 60대나 구매할 것이라는 소문은 록히드마틴 공장뿐만 아니라 하청업체에도 파다하게 퍼져 있다고 전했다. 

<노스웨스트 플로리다 데일리 뉴스>에서 관련 기사가 나온 뒤 록히드마틴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이 회사 주가는 F35의 예산 삭감 뉴스가 들린 지난해 12월15일 곤두박질친 바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일본, 한국이 7대 개발 프로그램 협력국보다 더 많은 F35를 주문할 예정이다”라는 뉴스가 나오자 다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뉴스가 오보이든 아니든 록히드마틴 사로서는 나쁠 것 없는 기회다. 미국의 한 일간지 기자는 “의도된 보도 릴리스(배포)일 수도 있다. 록히드마틴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알릴 리 없다. 기자가 착각해서 기사를 그렇게 썼다는 것도 난센스다”라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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