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부경대, 지침 근거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막고 경찰까지 불러... 학생들, 기본권 제한 반발
24.11.08 12:01 l 최종 업데이트 24.11.08 14:44 l 김보성(kimbsv1)
▲7일 국립부경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찬반을 묻는 대학생들의 국민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학교 측이 경찰을 불러 대응하고 있다. ⓒ 부산대학생겨레하나
국립부경대학교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사실상 불허하자 대학생들이 총장직무대리 면담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진행 중이다. 학교 측은 지침에 따른 당연한 대응이란 입장이지만, 학생 측은 "과거로 퇴행"이라며 반발했다.
'정치적인 건 안 돼' 가로막힌 윤석열 퇴진 투표
8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정리하면, 국립부경대 학생 등 10여 명은 하루 전 대학본부 총장실 앞에서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이는 학교 측이 7일 대연캠퍼스 백경광장에서 펼쳐진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활동을 제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부스를 설치한 뒤 투표에 들어갔으나, 학교 측은 시설물 지침에 어긋난다며 이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 내로 순찰차가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신분 확인을 위해 경찰을 불렀다. 종교나 정치적 목적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단 내용을 담은 지침을 적용한 결과다.
"경찰 불러 학생 쫓아내다니 말이 되나"
마찰이 빚어지자 학생들은 투표소 운영을 중단하고 항의를 위해 총장실을 찾았다. 그러나 직무대리를 만나지 못하자 그대로 문 앞에 주저앉았다. 이들의 농성은 자정을 지나 다음 날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이런 활동을 하기 위해 허가나 승인이 필요하단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고 발끈했다.
부경대 4학년인 왕혜지씨는 "정당한 목소리를 탄압하는 건 민주주의 시대와 맞지 않는다"라며 "총장직무대리의 답변을 들으려 여기서 밤을 새웠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앞서 그는 학내 광장 주변 100미터 내 투표 진행을 담은 집회신고서를 부산 남부서에 접수했다. 면담 확정부터 요구한 왕씨는 "날짜가 잡히지 않는다면 물러설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국립부경대학교가 시설물 지침 등을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막아서자 대학생 단체들이 7일 대연캠퍼스 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부산대학생겨레하나
이들과 함께하는 윤석열퇴진부산대학생행동(준)과 부산대학생겨레하나는 학교 측이 과도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치 활동을 이유로 2024년에 설마 경찰을 불러 학생들을 쫓아내려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독재시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학교 측은 "정당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해당 지침에 정치 종교적인 행사가 금지돼 있어 정해져 있는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해명했다. 농성에 대해선 "학생들에게 신분을 밝힌 뒤 정식적으로 요청하면 날짜를 잡아주겠다고 했지만, 직무대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해 난감하다. 현재 원만한 해결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번 소식을 접한 국립부경대 졸업생들은 "있을 수 없는 사태"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변청숙 부경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1980년대에서나 볼법한 장면인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정치기본권은 학생의 당연한 권리"라며 "부당하다고 보고 같이 연대해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학생행동 등은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라며 지난달 24일 부산대 앞을 찾아 1만 명을 목표로 한 국민투표 돌입을 알렸다. 학생들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퇴진 찬반을 물어 이를 12월에 공개하겠단 계획이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대학본부의 반대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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