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방왕’ 김재철, 박성호 기자회장 해고…MBC 창사 이래 최초
기자들 “막장드라마 끝을 보겠다”…트위플 “누가 누굴 해고해!”
문용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2.02.29 18:34 | 최종 수정시간 12.02.29 18:35
자사 노조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재철 MBC 사장이 마침내 ‘해고의 칼’을 뽑아들었다. 이번 파업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해 해고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에 김 사장의 해임과 공정보도를 요구하고 있는 노조도 더욱 강경한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MBC 기자회 공식 트위터(@MBCgija)
MBC 노조는 29일 오후 공식 트위터를 통해 “MBC 김재철 사장은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해 해고,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최종 결정했다”며 “MBC 노동조합은 사측의 터무니 없는 징계 폭거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기자회장이 해고된 것은 MBC 창사 이래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51년 역사상 처음. 군사정권도 하지못한 일을 기어코 한 김재철. 역사에 기리남을 그 이름 김.재.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에 대한 해고결정 소식은 트위터리안들의 ‘RT 물결’을 타고 널리 퍼지고 있다. 아울러 김 사장과 MBC 사측을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트위터 상에는 “아- 진짜 갈때까지 가는구나”(skandml****), “끝이 보이는데 뭘 못하겠어요”(ryu****), “보통 사람만 되었어도 감봉 정도였을 텐데...과연 신출귀몰 김재철”(Kain_S****), “당최 누가 누굴 해고해야 하는 거임?”(dyb***)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metta****’은 “낙하산 하나 치우기가 이리도 힘든가”라고 탄식했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tak0518)는 “이제 김재철은 너를 해고하려는 10만명의 사람들이 여의도에 모이는 것을 보게 될꺼야”라는 글을 남겼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kennedian3)는 “기자 자르는 기개 청와대에 조인트 까일 때 좀 발휘하지 그랬나?”라고 비꼬았다. 신기남 전 의원(@skn21c)은 “해고와 고소! 이것이 공영방송 MBC의 문제 해결법인가요?”라고 따져물었다.
분노 못참는 MBC 기자들…“막장드라마의 끝 보고야 만다”
박 회장의 해고사태를 맞은 MBC 기자들의 분노도 트위터 상에 울려퍼졌다.
MBC 기자회 공식 트위터(@MBCgija)는 “조금전 김재철 사장이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한 해고 처분을 최종 승인했다.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에 대해서도 정직3개월 중징계 처분을 확정다”며 이 “폭거, 가만히 보고있지도 않겠지만 사측 의도대로 저열하게 싸우지도 않겠다. 결대로 한다”고 언급했다.
성장경 기자(@gon846)는 “공정방송하자는 기자대표에게 칼을 휘둘러 피를 묻히는군요”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성 기자는 “기자 박성호는 경찰기자 캡, 법조 1진, 국회반장, 아침뉴스 앵커를 역임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며 “김재철 따위가 기자직을 박탈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사람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소희 기자(@mbc_sohee)는 “오늘을 잊지않겠습니다. 끝까지 싸워서 누구보다 훌륭한 존경하는 선배를 다시 보도국에 모셔오겠습니다. 그 날을 기다려주십시오”라는 글을 남겼다. 박 기자는 “처음엔 분노였는데 이제는 비탄”이라며 “사표는 김재철 사장이 써야한다. 이 막장드라마의 끝을 보고야 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상호 기자(@PorcoRosso38)는 “김재철 당신보다 박성호, 양동암 기자와 함께 할 사람이 여기 훨씬 더 많다”는 글을 올렸다. 나세웅 기자(@NaShoong)는 “기자회장 해고 등 중징계에 항의하며 5층 보도국 복도에서 농성하고 있다”며 “김재철이 누굴 징계한다는건지 분통터진다”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김재철 MBC 사장은 MBC 구성원들이 마지막으로 걸었던 기대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자신의 후배들을 무참히 짓밟았다”며 “같은 언론장악의 제단에 또 한 명 자신의 후배를 바친 김 사장은 한국 언론사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공영방송 사장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재철 사장 치하에서 징계 받는 것은 가문의 영광”
MBC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더 나은 방송, 더 나은 일터를 만들고자했던 기자들의 목소리에 단 한번도 귀기울이지 않던 김 사장이 엄포 끝에 내놓은 첫 칼부림이 해고라는데 우리는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우리 모두를 해고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사측의 억지대로 파업을 기획하고 주도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면 대상을 잘못 골랐다”며 “우리를 일터에서 떠나도록 부추긴 사람은 공정방송을 붕괴시키고 조직문화를 망쳐놓은 김재철 사장 본인이다. MBC에서 가장 먼저 해고당해야 마땅한 이는 김재철 사장 바로 당신”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는 아직 파업에 가세하지 않은 동료들에게 “불공정 방송에 항의하는 동료들의 뜻을 전달한 기자회장을 해고하는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파업 특근 수당까지 받으며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운가?”라며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이제 결단해야 할 때”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징계의 칼날은 아직 멈추지 않은 상태다. 과거 ‘뉴스데스크’를 이끌었던 김세용, 최일구 기자와 정형일 기자, 한정우 기자, 민병우 기자 등 자신의 보직을 던지고 파업에 가세한 간부 기자들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다음달 5일 예정돼 있다.
이날 인사위원회에는 이용마 기자(홍보국장), 김민식 PD(편제부문 부위원장), 김정근 아나운서(교육문화국장) 등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수위도 결정된다. 이와 관련, 29일 발행된 ‘총파업 노보’는 “징계 대상자들은 모두 인사위원회 참가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노보에 따르면 한 징계 대상자는 “김재철 사장 치하에서 징계 받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이왕 징계를 내릴 거면 주의, 근신 등 약한 것 말고 센 것으로 부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간부 사원은 “사측이 용서를 비는 모습을 바라나 본데, 그럴거면 애초에 파업에 참가하지도 않았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노보는 “사측이 밝힌 인사위 회부자들에 대한 징계 사유는 ‘불법 파업과 집단 업무 거부 주도, 선동’ 및 ‘회사 질서 문란’ 등”이라며 “공정방송을 무너뜨려 공영방송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끝내 사장을 파업으로 내몬 건 김재철 사장이다. 퇴출대상자인 김 사장이 내리는 징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는 노조의 입장을 전했다.
한편, 노보는 “김재철 사장과 사측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원들에게 ‘파업 특별수당’ 명목으로 1주일에 20만원씩, 4주일 치 80만원을 지급했다”며 “앞으로는 1주일마다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당근과 채찍’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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