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카르텔]⑭ 尹 정권 '언론장악 돌격대'로 환생한 여론공작 '좀비들'
박종화 2024년 11월 29일 07시 00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권에서 공영방송 및 방송통신정책기관 흔들기에 앞장선 보수 단체들의 뿌리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여러 불법적 지원을 받았던 일명 ‘아스팔트 우파’ 세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세력은 과거 국가정보원(국정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 받았고, 이후 간판만 바꿔 달며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현재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권 당시 이들에 대한 수사를 한 건 윤석열 중앙지검장이었다. 사법 처리까지 됐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마치 좀비처럼 부활한 뒤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의 선봉에 섰다. 이 세력을 구성한 여러 단체들은 겉으로 보이는 이름만 다를 뿐, 상당수가 같은 건물에 모여 있거나 사무실을 공유했다. 특정 인사들이 이 세력을 지배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등 5개 언론사가 속한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이하 공동취재팀)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돌격대로 나선 ‘아스팔트 우파’의 기원을 추적했다.
 
‘언론장악 카르텔’... 데이터 분석으로 실체 그려보니 '양대 산맥'으로 분할 
 
앞서 공동취재팀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곳곳에서 주요 선수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네트워크 지도를 그렸다. 사회관계망분석(SNA)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들은 크게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와 새미래포럼이라는 두 개의 단체를 중심으로 각각 두 덩어리로 나뉜다. 두 단체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발족해 언론 분야에서 여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실상 관변 단체 구실을 해왔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출신과 기원에는 차이가 있다.
 
오른쪽 덩어리가 공언련류 단체가 지상파 방송사 내 보수 성향 노조에서 비롯된 연합체라면, 왼쪽은 새미래포럼류 단체다. 새미래포럼류 단체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라고 불리는 극우 성향 재야 단체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동취재팀이 공언련에 이어 새미래포럼류 단체의 기원을 추적한 결과, 이들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시절 국가정보원(국정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화이트리스트’였고 이후 간판을 바꿔 달며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현재에 이르렀다.
 
공동취재팀이 ‘윤석열 정부 언론 장악의 홍위병 역할을 하는 단체’의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새미래포럼’(왼쪽)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를 중심으로 한 그룹 등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왼쪽 네트워크에 속한 새미래포럼과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최근 2년여간 여당 국민의힘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가장 많이 참여한 곳으로 꼽힌다. 새미래포럼은 공언련와 함께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카르텔 인물 네트워크’의 양대 축이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은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지난해 한국언론재단의 사업 지원을 받아 ‘가짜뉴스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 시상식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보도를 ‘가짜뉴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새미래포럼(위)과 자유언론국민연합(아래)의 홈페이지 모습. 다른 단체이지만 생김새가 매우 유사하다.
 
공동취재팀은 왼쪽 네트워크에 속한 단체들을 추적하며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이 단체들의 홈페이지가 매우 유사한데다 주소지가 한군데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종로빌딩이다.
 
언론장악 카르텔 거점 기지는 ‘종로빌딩’
 
종로빌딩 3층 사무실 유리창에 붙은 단체 소개 팻말들. (2024년 8월 26일 촬영)
 
종로경찰서 맞은편에 자리잡은 종로빌딩 5층과 8층에는 자유연대, 자유민주국민연합, 자유언론국민연합, 한국NGO연합, 국민노동조합,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언론테러범시민대책위원회, 대한민국 감사국민위원회, 비상시국국민회의, 자유민주국민연합, 더트루스닷컴, 광화문광장편법공사저지시민연대, NGO프레스, 국민의자유와인권을위한 변호사모임, 프리덤칼리지장학회, 자유시민서울시장후보공천연대 등의 단체들이 주소를 두고 있다.
 
이들은 언론 분야를 포함해 각종 정치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기자회견, 토론회, 고소·고발 등 활동을 벌이며 정부·여당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해온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단체다.
 
‘아스팔트 우파’ 중 각종 기자회견, 집회, 행사 등을 주도하며 굵직한 역할을 해온 단체는 자유연대가 대표적이다. 자유연대는 “참여연대를 벤치마킹하되 참여연대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라며 2018년 8월 발족했다.
 
자유연대는 갑자기 생겨난 단체가 아니다. 뿌리는 애국단체총협의회(애총)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이 애총을 수시로 압수수색하자 더 이상 자유진영의 사령탑으로서의 시민단체 운영을 할 수 없다”며 2017년 11월 자유민주국민연합을 만들었다. 또 “문재인 정권과 좌파 대응에서 실천력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며 2018년 8월 자유연대를 창립했다. 애총에서 자유민주국민연합과 자유연대가 갈라져 나온 것이다.
 
‘이명박근혜’ 시절 국정원 지원 관변단체들, 좀비처럼 언론장악 돌격대로 환생
 
애총은 과거 국정원과 대기업의 돈을 받아 관제데모 등을 기획한 ‘관변 단체’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종북세력” 또는 “좌파”로 규정하고 이들이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활동을 했다. 국정원의 아스팔트 우파 단체 활동 지원은 좌파, 종북세력 저지 활동의 일환이었다. 당시 국정원은 이른바 ‘대기업 매칭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기업들이 후원, 협찬, 기부금, 사무실 지원 등의 형식으로 아스팔트 우파 활동을 지원하게 했다. 국정원은 애총을 A급 단체로 분류해 STX로부터 돈을 받게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애총은 국정원과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 지원을 받았다. 2017년 박영수 특검팀은 청와대 요구를 받은 전경련이 회원사인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대기업 자금을 통해 보수단체 42곳에 3년간 약 69억원을 지원했다고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애총은 당시 7회에 걸쳐 2억6천만 원을 받았다. 42개 단체 가운데 네번째로 많은 액수다.
 
애총은 재향경우회, 고엽제전우회, 자유총연맹 등 11개 단체가 참여한 우파 단체 연합체로,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치 현안이 떠오를 때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역사 국정 교과서 논란 등  다양한 국면에서 집회·회견을 열어 보수 세력의 스피커 역할을 했다. 2016년 말부터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당시 애총은 촛불 집회에 맞선 맞불 집회의 한 축으로 활동하며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불씨를 당기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적폐 청산’ 작업 과정에서 이명박-박근혜 시절 조직적인 관변단체 지원 의혹이 불거지며 대부분의 단체들이 와해되면서 활동 범위가 축소됐다. 그러나 애총은 자유민주국민연합, 자유연대 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아스팔트 우파 단체를 재구성했고, 이들은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카르텔’의 돌격대가 됐다.
 
70평 종로빌딩 사무실에 수십 개 단체를 만든 사람
 
종로빌딩에 입주한 각 단체의 활동 내역과 등기부등본 등을 종합하면, 이 단체들을 설립했거나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물은 이희범씨다. 이 씨는 각 단체들의 대표, 또는 사무총장 등 요직을 맡고 있다.
 
이 씨는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의 대항 세력을 자처했던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공학연)’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 시절 ‘화이트리스트’를 모두 경험했다. 공학연은 GS(2011년 6000만원), LG(2012년, 2013년 총 2억원)을 지원 받았다. 또 국정원 지원을 받고 서울 역삼동의 ‘부림주택’에 입주한 관변단체 중 하나인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었다.
 
2022년,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가 미 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린 수요시위에 맞서 맞불집회를 열고 방해하는 모습.
 
뿐만 아니다. 이씨는 ‘촛불집회는 북한 추종세력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체제 전복 시도’라고 주장하는 한국자유회의 창립 발기인이다. 또 민주노총에 대항하여 만들었다는 국민노조의 위원장이며, 애총 사무총장이자 청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각종 사안에 대해 지지자들의 서명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의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다. 공동취재팀이 입수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도를 보면, 이씨는 당시 시민사회본부 본부장으로, 박승환 전 한나라당 의원(17대 국회), 박인주 전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이명박 정부)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대선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조직총괄본부(주호영 본부장) 조직도. 이희범 씨는 시민사회본부장에 이름을 올렸다.
 
선대위 조직도를 보면, 이 씨는 최근 논란이 됐던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비서관보다 높은 직급(본부장)이었다. 김대남은 대통령실 입성 전, 윤석열 대선 후보 선대본 투게더본부의 ‘부실장’이었다. 공동취재팀은 지난 10월, 김대남이 ‘새로운민심새민연’이라는 단체를 통해 정부 비판 언론에 대한 고발을 사주한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3월30일 한 유튜버 영상에 등장한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오늘부터 케이비에스 시청료 거부 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일단 1단계, 전기요금에 징수되는 시청료를 분리징수해야 한다. 시청료가 안 들어가야 케이비에스(KBS) 직원들이 반성도 하고, 구조조정도 한다. KBS, MBC는 대한민국에 없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 시기는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사이트에 ‘국민참여 토론’을 제안(3월9일)하며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던 때다. 정부 방침에 발맞춰 보수 단체가 행동으로 호응한 셈이다. 이희범 대표는 수신료 거부 서명 운동을 “우리 자유연대”와 함께 ‘종로빌딩’에 있는 단체가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공동취재팀과 만난 이 씨는 “종로빌딩은 오랫동안 자유우파 시민사회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교조가 극성이던 시절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공학연) 등을 통해 잘못된 권력에 대해 많은 저항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 해봤자 불과 돈 몇 푼인데 큰 일이 있는 것처럼 다 압수수색하고 구속하고 잡아들였다”라고 말했다. 최근 언론 관련 활동에 매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의 문제다. 상황이 악화되고 하니까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서 결성하고 활동도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아웃사이더… 국민의힘은 우리는 동반자라고 생각 안 해”
 
이 씨는 올해 1월 초 언론테러범시민대책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2월 말, 실제로 이 단체가 만들어졌지만 이 씨가 활동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지난 4월 19일 법정 구속됐기 때문이다. 2019년 검찰이 자유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는데, 이 씨는 당시 검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5개월을 구속된 채로 재판을 받다 지난 9월13일에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공교롭게도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 2024년 총선 등 대형 선거가 끝날 때마다 형사 처벌을 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현재 자신의 처지를 “아웃사이더”라고 표현한다. 그는 취재진에게 “이 사회가 미친 사회다. 민주당은 NGO 단체 자체가 하나의 권력 동반자인데 국민의힘은 권력의 동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의 모양 내기밖에 안 된다”라며 정부 여당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정상이 되는 때 나서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오늘의 대안은 여기까지 하고 나중에 때가 되어, 어느 정도 사회가 정상이 될 때 정치를 하는 게 의미가 있다”라며 외곽에서 또다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작진
언론장악 공동취재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IN, 오마이뉴스, 한겨레
취재  박종화, 연다혜, 박재령, 문상현, 신상호, 박강수
디자인  이도현
 
 

 

 
[주간 뉴스타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명태균 게이트 '완벽 정리'
뉴스타파 2024년 11월 28일 20시 00분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를 촉발한 첫 보도가 나온 지 어느새 석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일개 국회의원의 공천을 둘러싼, 실체조차 불분명한 의혹에 불과했던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권을 뿌리부터 흔드는 게이트급 사건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니 몇 시간이 멀다하고 이른바 단독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청자나 독자들 입장에서는 대체 무엇이 새로운 사실이고 전체 맥락에서 그 사실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뉴스타파가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는 기성언론들의 파편적인 보도를 넘어 맥락이 풍부한 전체 그림을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주간 뉴스타파>에서는 매일 밤을 새가며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과 함께 명태균 게이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해봤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명태균 게이트 완벽 정리, 줄여서 '꼬꼬명 완벽 정리'입니다.  
 
명태균 게이트의 네 갈래 의혹
 
지금까지 나온 명태균 관련 의혹은 크게 네 갈래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명태균 사이의 의혹 
2. 국민의힘 대선 캠프와 명태균 사이의 의혹
3. 다른 유력 정치인들과 명태균 사이의 의혹 : 오세훈, 조은희, 김영선 그리고 이준석
4. 국민의힘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명태균 사이의 의혹
 
매일 매일 보도되는 구체적인 사실들이 이 네 갈래 의혹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만 생각해보셔도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주간 뉴스타파에서는 이 네 갈래 의혹을 하나 하나 풀어봅니다. 
 
첫 번째 갈래 : 윤석열-김건희와 명태균
 
명태균 게이트의 첫 번째 갈래는 뭐니 뭐니해도 대통령 부부와 관계된 의혹입니다. 이 의혹의 얼개는, 명태균 씨가 여론조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등을 받았다는 겁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여론조사는 크게 공표 여론조사와 비공표 여론조사로 나뉘는데 지금까지 뉴스타파가 확인한 바로 명태균 씨는 
2) 공표 여론조사의 경우 질문을 교묘하게 비틀어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유도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는 아니지만 아예 전화 한통 돌리지 않고 100% 날조 보고서와 데이터를 '창조'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명태균 씨의 이같은 '조작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때도 이루어졌고 후보 선출 이후, 즉 대통령 선거 본선 때도 이루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명태균에게 여론조사를 지시한 적도 없고 보고를 받은 적도 없기 때문에 설령 명태균이 여론 조사를 조작했다해도 우리와 무관하다'고 해명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를 뒤집는 정황은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런 명태균 씨에게 무엇을 해줬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명태균 씨가 '밀던' 김영선 전 의원가 재보궐 선거에서 공천을 받도록 해준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의 육성이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윤석열-명태균 통화 내용 (2022.5.9)
 
명태균 씨는 자신이 공천을 받도록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내세워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국회의원 세비 절반을 매달 상납받았는데 이 역시 간접적인 증거입니다. 
 
김건희 여사는 명태균 씨를 더 각별히 챙겼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 정리하면 
1) 김건희 여사는 명태균 씨를 추켜 올리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하면서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네, 무식하면 원래 그렇다는 '오빠' 혹은 '지'가 등장하는 그 메시지입니다. 
2) KTX 대통령 특별열차를 타고 창원에 내려가 명태균 씨를 만났고 현금 5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습니다. 김영선 의원의 '세비 반띵'도 이 만남 이후부터 시작됐습니다. 
4) 명태균 씨의 어린 자녀와 김건희 여사가 영상 통화를 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명태균 씨의 어린 자녀는 김건희 여사를 '고모'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다시 정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와 관련된 도움을 크게 받았고 (당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후보 바꿔치기' 수준에 이를 정도로 그 영향이 컸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댓가로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해줬고 명태균 씨로부터 하여금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으로부터 나오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사실 다른 대가가 더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명태균 씨는 창원 제2산단 지정 정보를 발표 전에 미리 알고 있었는데, 이 정보를 이용해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이 이권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에 대한 비용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명태균 씨가 만든 여론조사 회사의 직원이자 김영선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강혜경 씨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치르지 않은 대금은 3억 7천여만 원에 달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비용 내역에는 이 돈을 지출했다는 내역이 없습니다. 3억 7천여만 원 어치에 이르는 여론조사를 공짜로 제공받았다면 '빼박' 정치자금법 위반입니다. 
 
두 번째 갈래 : 윤석열 캠프와 명태균
 
명태균 게이트의 두 번째 갈래는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와 명태균 씨의 관계입니다. 대선 캠프에서 제일 중요한 인물은 누가 뭐라해도 대통령 후보 본인이죠. 대통령 후보를 꽉 잡고 있던 명태균 씨가 캠프에서도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을 거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명태균 씨가 만든 여론조사 보고서가 윤석열 캠프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신용한 전 교수의 외장하드에서 나온 보고서가 그 증거입니다. 다만 어떤 경로, 즉 어떤 사람을 통해서 캠프에 갔는지는 아직 완전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가능성은 여러 가지죠. 윤석열 후보 본인이 직접 보고서를 받아서 캠프에 공유했을 가능성도 있고, 캠프 수뇌부가 받아서 전달했을 가능성도, 실무자가 받아서 전달했을 가능성도 모두 열려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명태균 씨 본인이 보고서를 만들어 '영감' 또는 '위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말한 녹취를 뉴스타파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명태균 씨가 캠프 인사에 관여한 정황도 있습니다. 우선 이미 잊혀진 정치인이었던 김영선 의원이 느닷없이 윤석열 캠프의 국민민생안전본부장으로 발탁되는 등 최소 3명의 캠프 인사에 명태균 씨가 관여한 정황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의 일이긴 하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 거제시장 후보로 나선 김한표 전 의원이 '컷오프'된 사실을 명태균 씨가 공식 발표 일주일 전에 미리 알았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세 번째 갈래 : 오세훈, 조은희, 이준석
 
명태균 게이트의 세 번째 갈래는 국민의힘의 다른 유력 정치인들과 연관된 의혹입니다. 명태균 씨는 한 마디로 말하면 '여론조사 조작'의 전문가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내 그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해 온 인물입니다. 그것도 돈을 받지 않고 공짜로요. 이런 명 씨와 함께 일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 게 윤석열 대통령 후보만은 아니었겠죠. 
 
1) 오세훈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가장 많이 나온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입니다. 오 시장의 경우도 기본 구조는 윤석열 대통령과 비슷합니다. 명태균 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18건의 비공표 여론 조사를 실시해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그 중 13건에 오세훈 시장과 관련된 질문이 있었습니다. KBS가 확인한 결과 이 중 6건에서 윤석열 후보의 경우와 비슷한 조작이 확인됐습니다. 없는 샘플을 만들어내 결과를 원하는대로 조작하는 방식이죠. 
 
오세훈 서울시장은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도 없고 보고서를 받아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뉴스타파 보도로 결정적인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스폰서로 알려진 최측근 김한정 씨가 3,3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죠. 강혜경 씨는 이에 대해 여론조사 비용의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오세훈 시장은 여전히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단순한 후원자인 김한정 씨가 '사고를 쳤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김한정 씨와 강혜경 씨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한정 씨는 "오세훈 시장이 명태균을 만난 뒤 나에게 만나보라고 해서 만났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더구나 김한정 씨가 운영하는 '공정과상생학교'라는 사단법인의 이사들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 유관기관에 대거 취업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한정 씨가 단순한 후원자라는 해명도 설득력을 잃게됐습니다. 김 씨가 명태균 게이트 초기 "10억 원이나 20억 원을 주고 명태균에게 뒤집어 씌운 다음 사건을 덮자"는 취지로 말한 사실과 "김건희 여사의 육성을 나도 들었다"고 말한 사실 역시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드러났는데, 미루어 보면 김한정 회장이 단순한 여론조사 비용 대납 그 이상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 역시 있어 보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경우에도 선관위에 제출한 선거비용 내역에 미래한국연구소에 지급한 여론조사 비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돈을 주지 않고 공짜 여론조사를 받아 활용했다면, 혹은 현재 받고 있는 의심대로 '스폰서'였던 김한정 회장이 비용을 대납한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2) 조은희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원래 서초구청장을 지내다 2022년 재보궐 선거 때 구청장을 사임하고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조은희 의원 역시 명태균으로부터 공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명태균 씨와 강혜경 씨 사이의 전화 통화녹음파일에 따르면 조은희 의원은 당에서 제공받은 당원들의 안심번호 명부를 통째로 명태균 씨에게 넘기고 이에 바탕한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혜경 씨는 명태균 씨에게 안심번호 명부를 전달받은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정식 의뢰서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정식 의뢰서는 작성되지 않았고 여론조사 비용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로 얻게 된 응답자들의 정치 성향 데이터, 이른바 '로데이터'가 조은희 의원 측에 넘어간 정황도 있습니다. '로데이터'를 활용한 불법적인 선거 운동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명태균 씨가 '내가 조은희 의원의 공천에 개입해 당선에 기여했으며 그 대가로 조은희 의원이 시의원 공천권 한 자리를 넘겨줬다'고 지인들에게 말하는 녹취도 공개됐습니다. 민주당이 오늘(28일) 공개한 이 녹취에 대해 조은희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명태균의 자기 과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3) 이준석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금까지 언급된 정치인들 중 명태균 씨와 가장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태균 씨와 김영선 의원이 '김건희 공천 개입을 폭로할테니 비례대표 자리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이른바 '칠불사 회동'에 동석했습니다. 뉴스토마토 기자에게 이 칠불사 회동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명태균 게이트의 출발점이 된 김영선 의원 공천 관련 의혹 보도를 촉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이준석 의원이 보이고 있는 태도는 묘합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김영선 의원의 재보궐 선거 공천 당시 다름 아닌 자신이 당 대표였는데도 "당시 공천은 공관위가 전적으로 알아서 했다"며 본인의 책임에는 선을 그었고, 사태가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공천 개입으로 확장되자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과 포항시장 등의 공천에 개입했다고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본인과 무관할 수 없는 사태에 대해 스스로를 제보자 또는 폭로자의 위치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이준석 의원이 단순한 제보자나 폭로자일 수는 없습니다. 뉴스타파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준석 의원과 명태균 씨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취재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갈래 : 여의도연구원과 명태균
 
명태균 게이트의 마지막 네 번째 갈래는 국민의힘 공식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명태균 씨 사이의 의혹입니다. 개별 정치인들을 넘어 여의도연구원이 명태균 씨와 연루되어 있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차원이 달라집니다. 명태균 씨의 주특기인 '조작 여론조사'를 당 차원에서 활용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타파 취재로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2)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여의도연구원 지상욱 원장이 서울시장과 구청장 선거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이 두 번째 의뢰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여의도연구원이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 자체를 문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맡긴 뒤 공식적으로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힘 공식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조사 역량이 훨씬 뛰어난 다른 여론조사 기관을 두고 대체 왜 명태균 씨의 '비정상적 여론조사'를 필요로 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당 차원에서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데 명 씨의 '비정상적 여론조사'를 활용한 것이라면, 명태균 게이트는 국민의힘 정당 전체를 위기에 빠트릴 수도 있을 겁니다.   
 
명태균 게이트도 다른 이슈로 덮일까?
 
윤석열 정부 들어 정권과 여당에 불리한 사건이 터지면 곧이어 더 큰 사건으로 덮이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명태균 게이트 역시, 채해병 사망 조사 외압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공범 관련 의혹을 덮으면서 등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여당은 명태균 게이트 역시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건으로 덮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명태균 게이트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의한 국정 농단 혐의 뿐 아니라 정권이 탄생한 과정 즉, 정권의 정당성과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어지간한 사건으로는 덮일 만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죠. 더구나 이 게이트를 덮을만한 사이즈의 사건이 또 터진다면 그때는 정말 정권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뉴스타파는 명태균 게이트의 진실이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취재하고 보도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제작진
취재  봉지욱 조원일 임선응 이명선 강민수 박종화
촬영  최형석 오준식 이상찬
편집  장주영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글ㆍ진행  심인보
연출  송원근 김새봄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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