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언론장악' 핵심 단체들, 박근혜·이명박이 키웠다
[언론장악카르텔 추적 19] 종로빌딩에 모인 자유연대·자유민주국민연합 등, 간판 바꿔달고 활동
미디어 신상호(lkveritas) 24.11.29 07:00ㅣ최종 업데이트 24.11.29 07:00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편집자말]
▲자유민주국민연합, 자유연대 등이 자리잡은 종로빌딩의 모습언론장악카르텔공동취재팀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을 주도하는 보수단체들의 뿌리가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 사건 등과 연루됐던 인사들로 확인됐다.
이들 단체는 보수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아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 이후 간판을 바꿔달고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 등 5개 언론사가 참여하는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앞서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논란에서 주요 선수로 등장하는 인물들 간 연결망을 그렸고, 이들이 크게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와 새미래포럼이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두 단체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발족했고, 언론 분야에서 여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실상 관변 단체 구실을 해왔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출신과 기원에는 차이가 있다. 공언련 관련 단체는 지상파 방송사 내 보수 성향 노조에서 비롯된 연합체라면, 새미래포럼은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극우 성향 단체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새미래포럼 관련 단체들 주소지의 특이점
새미래포럼 관련 단체들의 '주소지'에서는 특이점이 발견됐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종로3가역 사이에 있는 종로빌딩(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42)에 단체들이 몰려있다는 점이었다.
각 단체들의 홈페이지, 등기부등본을 종합하면 자유연대, 자유민주국민연합, 자유언론국민연합, 한국NGO연합, 국민노동조합,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언론테러범시민대책위원회 등 정부 비판 언론에 적대적 입장을 보여온 보수단체들이 모두 이 빌딩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주요 국면에 등장한 단체들이다.
종로빌딩에 자리잡은 새미래포럼과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과 함께한 언론 세미나의 단골 손님이다. 특히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2년 연속 한국언론재단 지원을 받아 '가짜뉴스 시상식'을 개최했는데, 이들이 선정한 가짜뉴스는 대부분 윤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들이다. 또한 다른 연관 단체, 산하 단체들도 위원회, 연합, 협의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 집회 등을 통해 정부와 여당을 지원하거나 대야 투쟁 최전선에 자리하고 있다.
복수의 보수단체 대표 이희범, 대선 때 윤석열 캠프 활동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가 유튜브 방송을 하는 모습자유연대 유튜브 캡쳐
각 단체 소속 인사들은 동일인물인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인물이 자유연대 이희범 대표다.
이 대표는 자유연대 뿐 아니라 NGO연합, 언론테러범시민대책위 대표 등 종로빌딩에 있는 다수 보수단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시민사회본부장 직함을 달고 활동했다.
이 대표는 27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공동취재팀과 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가 언론이라고 본다. 특히 허위사실, 가짜뉴스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뉴스화하고 확장시키는 것은 범죄"라고 했다. 또한 종로빌딩 단체들에 대해선 "(재정) 상황이 악화돼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 모였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연관이 깊다. 그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지난 2014∼2016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주도해 자금을 공급했던 우파 단체 중 하나다.
2017년 박영수 특검팀과 검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청와대 요구를 받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 자금을 동원해, 보수단체 42곳에 3년간 약 69억 원을 지원했다. 이중 애국단체총협의회는 7회에 걸쳐 2억 6014억 원을 받았는데, 42개 단체 중 네 번째로 많은 액수였다. 당시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주도한 김기춘 비서실장, 조윤선 정무수석 등은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7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를 보면, 2009∼2012년 국정원이 공기업·대기업과 보수 단체를 짝지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육성 사업을 진행했다. 이중 애국단체총협의회는 A급으로 분류돼 STX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다. 이 대표가 사무총장을 지냈던 보수단체인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역시 국정원 매칭 사업을 통해 GS 자금을 지원 받았다.
이같은 지원을 등에 업은 애국단체총협의회는 2011년 한미 FTA 비준,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역사 국정 교과서 논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등 주요 국면에서 집회 등을 통해 보수 우파 스피커를 자처해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17일 공동취재팀과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이 정권 잡았을 때는 조 단위가 시민사회에 뿌려졌다"면서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라고 해봤자 불과 얼마 안되는 푼 돈인데 큰일이 있는 것처럼 다 압수수색하고 구속하고 잡아들였다"고 억울함을 표시했다.
종로빌딩 단체들, 공영방송 장악·방심위 민원사주 의혹 옹호
▲보수단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가짜뉴스 시상식을 열었다.자유언론국민연합 누리집 캡쳐
이 대표는 앞서 지난 2020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이 애국단체총협의회를 수시로 압수수색하자 더는 자유 진영의 사령탑으로 시민단체를 운영할 수 없게 됐고, 2017년 자유민주국민연합, 2018년 자유연대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간판을 바꿔가면서 '아스팔트 우파'를 재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결성된 단체들이 현재는 종로빌딩에 자리를 잡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이들 단체들은 MBC와 KBS 등 공영방송 장악에 힘을 실어주면서 대통령 비판 언론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 대표와 종로빌딩 단체들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공언련 등과 교류하면서 '가짜뉴스 토론회' 등을 열고, TV 수신료 폐지 서명 운동도 벌였다.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 논란 당시인 2022년 11월 공언련과 40여개 아스팔트 단체들은 'MBC 광고 집행 반대 집회'를 열고, MBC 광고 집행 중단을 촉구하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지난 10월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신고자가 민원인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신고자의 구속과 엄정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공동취재팀과 인터뷰에서 방심위 민원사주와 관련해 "마치 위원장이 친인척을 동원해서 그런 일을 다 한것처럼 보도하고 그걸 공격하는 행위 자체가 악한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류희림 위원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한편 이 대표는 올해 4월 19일 법정 구속됐다가 9월 13일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2019년 검찰이 자유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는데, 당시 검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였다. 공교롭게도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 2024년 총선 등 대형 선거가 모두 끝나자 5년 전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자신의 처지를 "아웃사이더"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NGO를 권력 동반자라고 보지만, 국민의힘은 권력의 동반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문상현(시사IN)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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