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김여사 꼬리표 ‘마음투자지원사업’…의료계는 보이콧
입력 : 2024.12.03 19:00 반기웅 기자 이혜인 기자
3일 서울시내 한 보건소에 마음건강지원사업 안내 책자가 놓여있다. 정효진 기자
정부가 총 79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시행 중인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시행 초기부터 표류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부 바우처(상담비) 발급을 위한 사전 상담이 요식적으로 이뤄지고, 바우처가 애초 용도와 달리 아동 심리 상담과 놀이치료에 쓰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 단체인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이 사업을 두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상담에서 치료로 이어지는 걸 목표로 삼았던 사업 정책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
사전 상담 10여분만에 바우처 의뢰서 발급
기자가 최근 서울의 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니 상담 시간은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불면과 우울을 증상으로 말하자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질문과 함께 간단한 문답만 나눴다. 10개 문항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자 상담이 종료됐다. 오전 11시 상담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5시쯤 바우처 신청을 위한 의뢰서가 발급됐다.
올해 7월부터 시행 중인 마음투자 지원사업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민간 상담센터에서 쓸 수 있는 현금 바우처를 제공한다. 정신질환 조기 발견, 자살·자해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는 내년도 433억5500만원 등 마음투자 지원사업에 총 7892억원을 투입한다.
이 사업을 두고 여러 논란이 일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는 등 졸속 추진 지적도 나왔다. 야당은 자살 예방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김건희 여사의 주력 사업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마음투자지원사업 홍보 영상. 보건복지부 유튜브 캡쳐
이 사업은 심리상담에 대한 시민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의료계는 지금 사업 구조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선별해 적절한 치료를 하기 어렵다고 본다. 상담은 ‘겉핥기’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을 채우려고 바우처 발급을 남발할 수도 있다. 박한선 서울대 교수(인류학·정신과 전문의)는 “내담자가 오면 세밀한 검사를 통해 ‘이건 병원에 가는 것이 좋겠다’, ‘이건 상담이 낫겠다’는 식의 선별하는 과정을 충분히 둬야 하는데 그걸 무시하고 가니까 의료계 협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예산은 엄청 쓰지만 효과는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지난 6월 회원들에게 내부 서신을 보내 “해당 사업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한다. 회원들도 사업 참여를 보류해달라”고 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로 구성된 전문가 단체다. 전국 1600여 곳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중 마음투자 지원사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현재 약 100곳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신과 전문의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는 누구든 진료하지만 바우처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바우처 신청자는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증 정신질환자 의료환경이 더 열악해지고, 공공 정신건강 인프라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사회는 “의료와 복지에 정해진 예산은 그 크기가 정해져 있고, 어딘가에 투입된 예산은 다른 곳에서 빼 온 예산이기 마련”이라며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예산이 줄면 이들은 희소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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