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비상계엄은 매우 문제적, 심각한 오판”…미 관리들 노골적 비판
캠벨 “매우 문제적·불법적이라는 시각 있어”
설리번 “계엄 선포, 모든 곳에 경종 울려”
이본영 기자 수정 2024-12-05 09:53 등록 2024-12-05 09:12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 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 연합뉴스
 
백악관과 국무부 등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심각한 오판”이라고 평가하고 한국 상황에 대해 “계속 공개적으로 발언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관계에서 이례적으로 미국이 한국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윤 대통령의 추가 ‘행동’ 가능성을 견제하는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4일(현지시각) ‘애스펀 전략 포럼’이 개최한 행사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이 “심각한 오판”을 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캠벨 부장관은 또 비상계엄 선포는 “매우 문제적”이며 “불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국 정상에 대한 미국 행정부 인사의 이런 공개 언급은 매우 이례적이다. 캠벨은 전날에도 한국과는 무관한 행사에서 비상계엄에 대한 발언을 자청해 “우리는 한국의 최근 상황을 심각한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주요 인사들도 비상계엄 선포를 잇따라 비판하면서 윤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연설한 뒤 한국 상황에 대한 질문에 “한국 민주주의는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며 “우리는 계속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한국의 상대방들과 개인적으로도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엄 선포는 우리에게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틱한 발표는 워싱턴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경종을 울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설리번은 또 “우리는 한국의 민주적 제도가 적절히 작동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한국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정한 뒤 윤 대통령이 이를 따르는 절차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의 다른 모든 곳들과 마찬가지로 계엄 선포를 텔레비전 발표로 알았다”는 미국 행정부 입장도 다시 밝혔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워싱턴/AP 연합뉴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워싱턴/AP 연합뉴스
 
백악관이 한국 상황에 대해 계속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힌 것은 윤 대통령이 다시 반헌법적 행동을 할 가능성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민주주의 회복의 가장 강력한 사례들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계속해서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쪽의 이런 태도와 기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미국 국방부가 한-미가 4~5일 워싱턴에서 열기로 한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핵협의그룹(NCG) 도상연습(TTX)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전날 밝힌 배경에도 이런 불만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는 ‘민주주의 동맹’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행동이 그를 매우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든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합이라면서 한국-미국-일본의 3각 협력 강화를 자신의 주요 치적으로 내세워왔다. 한국에서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장면은 2021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간 것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의원들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인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어 “세계는 민주주의와 법치가 승리하도록 신속히 행동한 한국인들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들의 회복력을 목격했다”고 했다. 또 “한국 지도자들이 다음 조처를 고려할 때 헌법에 따라 한국인들의 뜻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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