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 '충청파'가 핵심...충청도 출신 면면 살펴보니
정진석·노상원·문상호·곽종근·박종준·김성훈·안창호 등...지역민들 "수치스럽다"
25.01.23 12:06 l 최종 업데이트 25.01.23 12:06 l 심규상(djsim)
▲윤석열의 12.3 내란과 연관된 충청지역 인사들. 윗줄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아랫줄 왼쪽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 오마이뉴스
"윤석열의 변호사 대부분이 충청 출신이라며?"
지난 20일 충남 시·군 지역 풀뿌리지역언론인 연대모임인 충남지역언론연합 정기총회에서 나온 말이다. 모임 장소는 논산시 노성면 병사리 한국유교문화진흥원. 논산 노성면에는 파평 윤씨 재실(齋室,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이 있다. 파평 윤씨 집성촌도 있다. 윤 대통령의 부친인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논산과 공주에서 살았다. 회원들이 서로 안부를 확인하자마자 대화는 12.3 비상계엄 관련 이야기로 흘렀다.
"윤갑근 변호사가 파평 윤씨에 청주 출신이죠. 송해은 변호사도 청주구유."
"김홍일 대표 변호사(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는 예산 출신이유."
"안 그래도 충청 출신이 (내란 사태에) 많이 가세해 창피스러운데 어째 변호인까지 죄 충청도래?"
비상계엄 주도한 장성들, 충청도 출신
윤석열, 계엄 전날 공주산성시장 방문 "여러분, 저 믿으시죠"
▲공주산성시장 라디오방송국 방문한 윤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2일 충남 공주산성시장 내 공지와 안내 등을 위한 라디오방송국에서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12.2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주도한 사적 모임에 '충암파'만 있는 건 아니다. 비상계엄을 주도한 주요 부대 장성 출신 중에는 충청 지역 출신이 많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 사령관 등이다.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임한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경호차장도 충청 출신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및 수사에 대해 '방어권 보장'을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도 대전 출신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충청 지역 연고와 인맥, 학맥으로 얽혀 있다.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윤 대통령은 부친의 고향인 점을 들어 지난 대선 기간 '충청의 아들'을 자임했다. 공교롭게도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12월 2일 공주산성시장을 찾아 시장 라디오를 통해 "여러분 저 믿으시죠?"라고 말했다.
'지역 연고'는 계엄 과정에서 중요한 관리 요소였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계엄 전 미리 상황을 관리할 장교를 모집하면서 '영남 출신' '육사 출신 소장'을 조건으로 달았다. 지시를 받은 문상호 전 사령관은 '호적지를 조사해서 호남 출신은 전부 열외로 해라'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역 연고를 보면 노 전 정보사령관(예비역 소장, 1962년생)은 충남 서천 출신이며 대전고를 졸업했다. 1971년생인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소장)은 대전이 고향이고, 대전 소재 보문고를 나왔다. 곽종근 전 사령관(중장, 1968년생)은 충남 금산에서 태어났고, 대전 충남고를 졸업했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공주사대부고, 김성훈 경호차장은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 출신으로 대전 동산고를 졸업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대전 출신으로 대전고를 졸업했다. 때문에 윤석열에 충성하는 '충성파'를 빗대어 '충청파'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돈다.
'육사 학맥'으로 끌어주고 밀어준 '별들'
▲'계엄 모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검찰 송치'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024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출신 고교는 이번 계엄과는 상관 관계가 없다. 군 출신 의 경우 학맥으로 보면 '육사 출신'이라는 점이 이들을 끌어주고 밀어준 힘으로 작용했다.
육사 41기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육사에 수석 입학하고 졸업과 함께 보병 소위로 임관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여러 차례 전역 위기에 몰렸으나 그때마다 육사 출신 선배들의 비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성추행 사건으로 정보사령관직에서 불명예 제대한 예비역 민간인 신분임에도 계엄령 초안을 작성했다는 의심을 받는 등 비상계엄의 핵심 역할을 한 건 육사 세 기수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최측근이라는 점으로 설명된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부평을)에 따르면, 노상원은 육사 선배인 김용현과 계엄 전후로 자주 통화했고,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김용현을 소개해 준 인물로 꼽힌다.
그가 계엄선포 몇 개월 전 신점을 보는 무속인을 찾아 김용현의 사진과 사주를 건네며 '나를 배신하지는 않겠느냐'고 물었다는 증언과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 전 꾸렸던 선거캠프를 드나들었다는 증언은 그가 사적으로 '석열파' 또는 '용현파' 일원으로 일해 왔음을 보여준다.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이 지난 2024년 12월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파견 경위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육사 50기인 문상호도 노상원을 통해 김용현과의 관계를 형성했다. 문상호는 계엄이후 지난 12월 10일 국회에서 박선원 의원의 '노상원 알아요. 몰라요?'라는 질문에 '잘 모른다'고 부인했다. 박 의원이 다시 '박근혜 정부 시절에 1년 동안 당시 노상원 경호차장과 청와대에서 근무하지 않았냐고 추궁하자 그때 서야 '안다'고 인정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노상원이 김용현에 문상호를 소개했다. 지난해 정보사령부 군무원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대북 첩보활동을 하는 군 정보작전 요원들의 신상 등 군사기밀이 유출돼 인적정보망(휴민트)가 붕괴하는 큰 사건에도 정보사령관직에 유임된 것도 김용현과의 각별한 관계가 적용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문상호가 노상원이 소집한, 이른바 '안산 롯데리아 회동'을 하며 계엄을 준비해 온 것은 그가 '석열파' 또는 '용현파'의 핵심 구성원임을 말해준다.
▲답변하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를 받는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국조특위 3차 회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육사 47기인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비상계엄의 주요 병력 지휘관이었다. 그는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의원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실제 그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 안 되면 전기라도 끊으라'고 지시했다(이상현 제1공수특전여단장 증언).
곽종근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이 두 번 전화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두 번째 통화에서 '의결 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거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또 계엄 임무를 2024년 12월 1일 김용현으로부터 비화폰을 통해 미리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결정적 순간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이 수시로 전화해 상황을 점검할 만큼 특별한 관계였다는 얘기다.
원조 '윤핵관' 정진석, 충남 공주 출신...계엄 옹호 "폭동인지 비상조치인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자료사진) ⓒ 연합뉴스
충청 지역 인사를 언급함에 있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이기도 하지만 윤석열이 대선후보에 오르기까지 뒷받침한 '원조 윤핵관'이기 때문이다. 대선 정국 당시 정진석은 국민의힘 의원 중 가장 먼저 윤석열을 홍보하고 입당을 권유하며 대선 출마를 설득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정진석은 충남 공주가 고향인 5선 의원으로 국회 전·후반기 국회부의장,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4월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정치계 금수저' 집안으로 부친 정석모는 6선 국회의원·내무부장관·치안국장(현 경찰청장)·충남도지사를 지냈다. 조부 정인각(창씨개명 오타니 마사오)은 일제강점기 당시 계룡면장을 지냈는데 국방헌금 등 적극적 친일 행위로 조선총독부에서 만주사변 공로자로 표창을 받았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윤석열 내란 사태와 관련해 계엄 직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윤 대통령을 말렸지만 되레 윤석열으로부터 '정 실장은 빠지십시오'라는 소리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용현에게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소리쳤지만, 오히려 김용현이 노려보면서 '계엄해야죠'라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그러나 계엄 실패 이후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 구속이 결정되자 "헌정 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 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야당 탓으로 돌리며 사실상 정당했다고 옹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후보로 공주·세종 출마 박종준... '찬양' 노래 헌정한 김성훈
▲2012년 2월, 새누리당 공주·연기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박종준 전 대통령실경호처장. 사진은 당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김종술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그는 공주에서 초·중·고(공주사대부고)를 졸업하고 경찰대에 진학했다. 경찰대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만 21세 나이로 행정고시에 최연소 합격했다.
이후 경찰청 혁신기획단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경찰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공주시 선거구에 출마해 당시 민주통합당 박수현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낙선 후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경호실 차장을 지냈다.
2016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세종시 선거구에 출마해 무소속 이해찬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낙선 후 한국철도공사 상임감사를 지낸 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이 국방부장관으로 부임하자 대통령경호처장으로 임명됐다. 살펴보면 그가 경호처장에 발탁된 데는 충남 공주 출신에다 정치적 지향이 같은 국민의힘 계열이고, 정진석 비서실장과의 친분 등이 두루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종준과 정진석은 동향인 데다가 지역 선‧후배 관계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2024년 11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 골프 논란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적극 저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김성훈 대통령경호실 차장은 대전 동산고를 졸업하고, 이후 경호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29년간 대통령 경호처에서 근무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서울 구로을)에 따르면 김성훈은 2023년 8월 대통령 부친상 때 장례 업무를 도맡아 한 계기로 윤 대통령 부부의 눈에 띄어 승승장구했다. 이후로도 김건희 여사의 생일 의전차량으로 이벤트를 기획하고 2023년 여름 윤 대통령 부부의 여름 휴가 때는 해군 함정을 동원해, 지인들을 불러 파티를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특히 대통령경호처 창설 60주년 행사에서 윤 대통령을 위한 노골적인 찬양 헌정곡을 만들어 경호처 직원들을 부르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안 물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하려 하자 인권위 소속 공무원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전 출신인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검찰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헌법재판관 재임 때에는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와 관련 '(통합진보당의 행위는) 소위 대역(大逆) 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냈다.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는 탄핵 심판 이유로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는 의견을 남겼다.
그런데 안 위원장은 이번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및 수사에 대해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상정하려 해 논란을 자초했다. 안 위원장은 해당 안건에 계엄 관련 형사 소송이 끝날 때까지 심판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공수처와 국수본 등 수사기관에 체포와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는 안을 담았다. 이 일로 국가인권위원회 권한을 윤 대통령 개인 보호를 위해 남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 위원장은 평소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의견과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밝혀왔음에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발탁돼 윤 정부의 '역주행 인사'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꼽혀왔다.
12.3 내란 과정부터 현재 탄핵 심판 변론을 변호인에 이르기까지 내란 주도 또는 비호에 '충청파'가 유독 많은 데에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데다 육사로 대표되는 학맥, 윤 대통령의 총애, 김용현과의 친분, 대통령 비서실장(정진석)까지 '충성파'가 전면 배치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정권퇴진 대전운동본부(대전운동본부) 관계자는 "매주 집회 때마다 자유발언을 하는 시민 중에 '대전·충청 출신들이 대거 내란을 주도하거나 비호하는 것이 수치스럽다'며 '이를 상쇄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라는 분들이 꼭 있다. 실제 많은 시민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그 때문인지 시민대회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전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윤석열 구속 파면! 국민의힘 해체! 사회대개혁 대전시민대회'는 1월 18일 기준으로 21번째를 맞았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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