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음모론 신봉의 극우 표퓰리즘 왜 득세할까
기자명 조신 KSOI 상임고문   입력 2025.02.06 07:58  
 
[조신의 정치 내러티브]
청년 세대 경제적 상실감이 극단주의 부추겨 진영갈등 확대
양극화∙불평등이 강화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 무너져
 
16일 윤석열 체포에 흥분한 청년들이 서울서부지법 담을 넘어 난입하고 있다. 이들은 현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폭력으로 발산하며 극우 이념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윤석열 체포에 흥분한 청년들이 서울서부지법 담을 넘어 난입하고 있다. 이들은 현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폭력으로 발산하며 극우 이념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지식이 힘이 아닌’ 시대에 갇혀 있다.” 불안의 문제에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미국 사회학자 마사 벡의 말이다.
 
정보화혁명 시대에 우리가 가진 것은 인터넷 정보 엔진이고, 매일 뉴스에서 보는 무섭고 불안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 서로를 잔인하게 공격하고 적대시하는 모습들에 사로잡혀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지식의 엔진이 아니라 분노와 불안의 증폭기로 작동한다. 지금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지식이 길어내는 진실이 아니다. 진위와 상관없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이 돈이 되고, 힘이 되는 세상이다.
 
소셜 미디어의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정치적 가스라이팅이다. 요즘 득세하는 극우 표퓰리즘 세력은 성공적인 소셜 미디어 전략을 구사한다. 웬만한 자극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을 점점 화나게 하는 고의적인 수법을 쓴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퍼뜨려 분노와 갈등을 유발하고 두려움을 파는 전략이다. MIT 연구에 따르면 가짜뉴스는 진실보다 6배 빠르게 확산되며, 두려움과 분노를 담은 내용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 ‘두려움’보다 우리 뇌를 강력하게 자극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나 음모론은 단순한 허위정보가 아니라 ‘생리학적 전쟁’의 도구인 셈이다. 
 
이런 아노미적 현상의 근원적인 토양은 무엇일까. 많은 연구자들이 분석하는 두려움과 분노의 저수지는 1980년대, 90년대부터 우파가 주도하고 좌파도 대세로 받아들였던 신자유주의와 재정 긴축을 축으로 하는 ‘실패한 경제 시스템’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사라졌고 집값은 치솟았다. 인플레와 함께 실질임금은 떨어지고 노후는 불안하기만 하다.
 
먹고 사는 문제는 불안 그 자체이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조정력이 힘을 잃으면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고착화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세계 주요 23개국 대상으로 자국의 경제 상황을 평가(2023년)한 결과, 한국은 86%가 ‘나쁘다’고 답했다. 놀랍게도 아르헨티나(89%)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잘못된 현실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옳은 일이다. 문제는 정치권, 특히 극우 표퓰리즘 세력이 그 분노를 엉뚱한 방향과 대상으로 유도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있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를 보자면, 2022년 주요 19개 선진국 국민의 65%가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은 10명 중 9명이 ‘갈등이 있다’고 했고, 그 중 절반(49%)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국 중 최악이다. 
 
특히 앞선 세대에 비해 경제적 성공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고 배제의 상실감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은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노력으로 성공한다"는 약속이 거짓임을 깨닫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정치 및 경제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그들이 경험한 적이 없는 독재를 부를지라도.
 
이러한 현상은 여러 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202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160개국 젊은이들 대상의 조사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을 점점 더 느끼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퓨 리서치 센터의 지난해 조사에서도 경제적으로 발전한 12개국 시민(세대와 상관없이) 중 3분의 2가 민주주의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만족도 또한 2021년 53%에서 2024년 36%로 낮아졌다.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를 함께 성공시켰다고 자부하던 대한민국이 실은 민주주의와 경제의 동시적 위기 상황에 놓인 지가 오래됐다.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이 오히려 강화되는 현실 속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의 심각성은 ‘서로 다른 진영의 갈등’을 넘어 ‘공동의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정권 교체를 외치는 진영이 이 위기를 극복할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치에 대한 혐오가 커지는 것은 물론 백척간두의 민주주의가 쓰러질 수도 있다.
 
조신은 한국일보에서 17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이후 참여정부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관(대변인), 서울시교육청 공보관, 문재인정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상임위원 겸 기획단 단장 등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 성남시 중원구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총선에 출마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감사,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원장 등 공공기관에서도 일했다. 현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상임고문으로 있다. 다양한 정책 경험을 토대로 국가 미래 비전을 고민하는 진보 정치인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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