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 취임 첫날 속기록 보니, 둘이 투표만 반복했다 
2표 나오면 공영방송 이사 선임...3회 연속 2표 없으면 투표 종료
KBS 이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출 과정, 짠 것처럼 비슷해 
기자명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입력   2025.02.13 19:52 수정   2025.02.13 20:10
 
▲지난해 7월31일 이진숙 위원장이 첫 회의를 개최하는 모습. 사진=방통위
▲지난해 7월31일 이진숙 위원장이 첫 회의를 개최하는 모습. 사진=방통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직접적인 탄핵 사유였던 지난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이 드러났다. 면접도 없이 단 2명이 투표로 결정하는, 숙의 과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이사 선임 과정이었다. 
 
미디어오늘이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4년 7월31일 ‘제34차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KBS 이사 지원자 52명,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지원자 31명 가운데 KBS 이사 11명, 방문진 이사 9명을 무기명 투표로 뽑았다. 만장일치에 해당하는 2표 득표자가 나오면 이사에 선임되는, 전례 없는 방식이었다. 
 
투표 종료 방식도 특이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방통위 사무처는 “만약 2표를 득표한 자가 3회 연속으로 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당일 투표 절차를 종료하고 나머지 이사 추천과 이사 임명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종료 방식을 결정한 취지 등에 대한 설명은 속기록에 없었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32분 방문진 이사 선출을 위한 1차 투표를 시작했다. 1차 투표에선 2표 득표자가 4명 나왔고 2차, 3차 투표에서 2표 득표자는 각각 1명씩 나왔다. 이후 4차, 5차, 6차 투표에서 2표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투표를 종료했다. 각각의 투표 시간은 1분이었다. 
 
이날 결정된 6명의 이사들이 현 방문진 이사 중 어느 이사의 후임자인지를 결정하는 투표도 이뤄졌다. 9명 중 6명을 뽑는 해당 투표에선 단 한 번의 투표로 두 사람의 일치된 의견이 나와 추가 투표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추천할 KBS 이사 선출 과정도 유사했다. 1차 투표에서 2표 득표자가 5명 나왔고 2차, 3차 투표에서 2표 득표자가 1명씩 나왔다. 이후 4차, 5차, 6차 투표에서 2표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투표를 종료했다. 
 
신임 이사들이 어느 이사의 후임자인지를 결정하는 투표 역시 앞선 투표처럼 단 한 번의 투표로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했다. KBS 이사와 방문진 이사 선임 모두 6차 투표에서 끝났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렇게 오후 5시8분 시작한 회의는 1시간 36분 만인 6시44분 폐회했다. 
 
지난해 야당이 줄기차게 공개를 요구해 왔던 속기록이 드러남에 따라 ‘2인 의결’을 둘러싼 논란 외에도 당시 의결 과정의 정당성을 두고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법 제46조 2항에 따르면 ‘KBS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11인으로 구성한다’고 나와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법 제6조 1항에도 ‘진흥회에는 임원으로 이사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이사를 둔다’고 나와 있다. 이날은 회의 결과 KBS 이사 11인, 방문진 이사 9인 구성이 완료가 안 되었기 때문에 일부 이사를 선임할 것이 아니라 법 취지에 맞게 이사 선임 자체를 보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가능해 보인다. 
 
속기록에 등장하는 “나머지 이사 추천과 이사 임명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 대목도 추후 논의 시점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법으로 정한 정원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공영방송 이사회가 불법적으로, 기약 없이 운영되는 상황을 2인 방통위가 자초했다는 지적 역시 가능하다. 
 
투표를 통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더라도 이날 두 사람이 얼마든지 토론 등을 거쳐 11명과 9명의 이사를 합의해 구성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는 점도 의구심을 일으킨다. 암묵적인 여야 정당 간 공영방송 이사 추천 비율이 KBS 이사회 7대4, 방문진 이사회 6대3인 가운데 공교롭게도 2인 방통위는 여권 몫에 해당하는 인원만 결정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이 여당 몫 이사만 임명하겠다고 사전 협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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