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증거 채택 쟁점 된 이진우 조서, "대통령 지시로 임무 더럽혀져"
강혜인 2025년 02월 19일 14시 30분
 
지난 18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9차 변론에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문제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 송진호 변호사는 재판부가 해당 증거를 채택하겠다고 말하자 곧장 반발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 4일 탄핵 심판 5차 변론 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해당 조서가 변호인의 입회, 자유의사에 의한 진술 등 적법절차에 의해 작성되었냐'는 재판부 질문에 자신의 형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답하지 않았다. 당사자가 재판정에 나와 해당 조서에 대한 진술을 거부한 만큼 탄핵심판의 증거로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윤 대통령 측 주장이다.    
 
이어 윤 대통령 측 대리인 조대현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여러  진술조서를 피청구인 측 동의 없이 증거 채택하는 것이 현행 형사소송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항의 퇴장'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문형배 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미 두 차례 이상 재판부 의견을 밝혔고, 이의 신청 시기를 놓쳤다고 답했다. 
 
특히 이진우 전 사령관의 검찰 진술조서의 경우, 진술 과정이 다 녹화돼 있기 때문에 현행 형사소송법의 완화된 전문증거(재판정에서 이뤄진 직접 진술이 아닌 서면 등 간접 형식으로 법원에 전달되는 증거) 법칙을 적용하여도 "(증거로서) 가장 강력한 조건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재판관은 재판관 평의를 개최하여 대통령 측의 요구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타파가 탄핵심판에서 채택 여부를 놓고 쟁점이 된 핵심 증거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진술조서 내용을 취재했다. 또 검찰, 국회, 헌재에서 달라진 이 전 사령관의 진술을 비교·분석했다.
 
헌재에선 "적법했다', 검찰에선 "저의 임무가 더럽혀져"
 
“제가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단어가 ‘체포’입니다. ‘끌어내라’는 말도 들었고, ‘부수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대통령으로부터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없습니다.”
 
서로 내용이 배치되는 이 두 문장은 모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 전 사령관은 특수전사령관, 방첩사령관과 함께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진압 작전에 직접 참여한 주요 군 지휘관 중 한 명이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처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이 전 사령관의 진술은 검찰, 국회, 헌재 등을 오가며 조금씩 달라졌다. 국민들에게 공개된 헌재 재판정에서는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 등 핵심 사실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지만, 수사기관에서의 태도는 달랐다.
 
△ 지난해 12월 27일,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기소하며 발표한 자료에 담긴 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통화 내용
 
이 전 사령관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 기일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이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검찰총장까지 하셔서 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국민을 상대로 전세계, 전 국민에게 방송을 통해서 얘기를 하시는데 그게 위헌이다, 위법이다 생각을 할 하등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도 그 부분은 적법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또 그는 헌재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체포 관련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이 전 사령관에게 “출동 시에 (국방부) 장관이나 대통령으로부터 국회로 가서 국회의원들의 본관 출입을 막고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못 하게 하라는 지시는 받은 바 없죠”라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계엄 당시 대통령,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3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사령관은 전혀 다른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서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에) 대통령과 세 차례 통화를 했다”며 “대통령이 세 번째 통화에서 ‘문을 부수고 끌어내라’고 할 때는 국회의원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윤 대통령의 측근인 석동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체포의 ‘체’자도 안 꺼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동의하지 않는다. 제가 들은 단어가 ‘체포’다. ‘끌어내라’는 말도 들었고, ‘부수라’는 말도 들었다”며 “(윤 대통령 측이) 변명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 사건에 대해서는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김용현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알려진 “4명이서 1명씩 들고 나올 수 있지 않냐"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이 전 사령관 진술 조서에 등장한다. 이 전 사령관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것은 제가 생각하는 임무가 아니었다”며 자신은 비상계엄이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따랐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령관은 또 “대통령의 두 번째 통화부터 마음이 상했다”며 “세 번째 통화를 하면서는 대통령이 문을 부수라고 했다. 대통령이 저희 병력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대화가 되지 않았으며 막 화를 냈다. 그때 대통령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건성으로 응했다. 대통령과의 세 번째 통화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는 것을 정확히 인식했고, 저의 임무가 더럽혀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진우 사령관의 선별적 답변... 검찰도 지적
 
다만 지난해 12월 말 검찰 조사에서도 이 전 사령관의 기억과 진술은 '선별적'이었다. 일부 대목에서는 대통령의 행적을 증언하고 책임 문제를 제기했지만, 또 일부 대목에서는 답을 피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조사하던 검찰로부터 “진술인의 기억이 너무 선별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이 전 사령관은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묻는 조국 전 의원 질의에 대해 “그 당시 상황이 굉장히 긴박해서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이러한 태도는 검찰 조사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국회 활동을 방해하려 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발언,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이 전 사령관- 윤석열 대통령 세 번째 통화)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은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 발언을 들은 당사자는 이 전 사령관이다. 
 
검찰은 이 진술을 이 전 사령관이 아닌 이 전 사령관의 수행 장교 A 씨 등으로부터 확보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20일 군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라는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12월 19일 체포 지시 사실을 부인하는 윤 대통령 측 기자회견을 보고 ‘대통령이 이 사건을 주도했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사실을 털어놓는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총’과 관련된 발언을 검찰 조사에서 털어놓지 않았다. 검찰은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 이 전 사령관에게 물었지만, 그는 "아마 맞을 것 같다. 저는 그 워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대통령과 두 번째 통화 이후에 트라우마를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로부터 “(총과 관련된 부분은)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냐”며 추궁을 받고서야 “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만 기억이 났다. 저는 정말 백지 상태였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에게  “(부하가) 총과 관련된 진술을 하기 전까지 수사기관에 왜 아무 진술을 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이 전 사령관은 “제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의 네 번째 통화, 즉 “2번, 3번 계엄을 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발언은 12.3 비상계엄이 단지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핵심 진술이다. 
 
검찰은 이 진술을 확보한 뒤 이 전 사령관에게 ‘대통령이 이 같은 말을 한 것이 맞는지’ 물었다. 이 전 사령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검찰이 “그렇다면 (이 전 사령관의 부하가) 거짓말을 하는 거냐”고 캐묻자 “그런 말을 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저는 모르는 일”, “수사로 밝혀달라”는 태도를 유지했다. 
 
증거 나와도 '사전 인지 못해', 진실보다 개인 안위?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형사상 책임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시종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특히 처벌의 경중이 달라질 수 있는 비상계엄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의 문제에 대해 끝까지 부인했다. 이 전 사령관이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 본인의 형사 재판 준비를 위해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는 정황이다.
 
계엄 사태 직후 특전사, 방첩사, 수방사, 정보사 등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각 군 사령관들은 국회에 출석해 계엄 사실을 TV를 통해 윤 대통령 담화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국회 발언,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이 속속 나오며 이러한 주장은 뒤집혔다.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김용현 장관이 무슨 상황이 있을 것 같으니 부대에서 대기하라고 해 대기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어 검찰이 이 전 사령관이 △ 12월 3일 오후 9시 48분쯤 일부 부대장들을 대기시킨 정황 △ 국회에 수방사 병력이 출동했던 사실을 작전지휘권을 가진 합참은 몰랐던 정황 등을 토대로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과 미리 교감을 했던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이 전 사령관은 사전에 알지 못했고 “김용현이 미리 얘기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 전 사령관에게 “행동에 대한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아는 사실을 그대로 진술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 전 사령관은 “기억이 나게 되면 꼭 연락 드리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의 휴대폰에서 비상계엄 하루 전인 12월 2일 작성된 메모를 확인한 상태다. “의명 행동화 절차를 구상해 보았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메모다. 
 
△ 지난해 12월 31일 검찰이 이진우 전 사령관 등을 기소하며 발표한 자료에 담긴 이 전 사령관의 휴대폰 메모 내용.
 
이 전 사령관은 이 메모에 “최초 V님 대국민 연설 실시 전파시 ▲전 장병 TV시청 및 지휘관 정위치 지시 ▲전 부대 장병 개인 휴대폰 통합보관 조치 및 영내 사이버망 인터넷망 폐쇄 지시” 등 대통령 연설 이후 실행 계획으로 추정되는 내용을 적어 놓았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이 전 사령관 측은 이 메모에 대해 “서울에서 비상상황이 벌어지는 것에 대비해 통합방위사태 매뉴얼에 맞춰 수방사의 역할을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작진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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