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윤 대통령,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하라해 ···목소리 다급했다” 계엄 전후 8번 통화
입력 : 2025.02.20 11:09 수정 : 2025.02.20 12:10 유선희 기자
 
“의원 체포” 닦달, 뜻대로 안되자
해제 후에도 2번 더 조 청장에 전화
“덕분” 발언 들은 조 “뼈 있는 말”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조지호 경찰청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해제 이후까지 총 8차례 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직접 했고, 계엄 해제 이후에는 별다른 해제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조 청장으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조 청장은 검찰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포고령 1호’를 근거로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내렸다고도 진술했다.
 
조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전화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며 “그 뒤에 다섯 번의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고, 여러 번 전화에서도 똑같은 내용과 톤으로만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3시간30분 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김봉식 당시 서울경찰청장, 윤 대통령,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종북 세력” 등을 운운하며 계엄 선포 계획을 말했다. 그리고 군과 경찰이 장악할 기관으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언론사 MBC 등, 여론조사 꽃 등의 명단이 적힌 A4 용지를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 조 청장은 당시 윤 대통령 계획의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는데, 윤 대통령은 포고령 1호를 거론하면서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닦달했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되고도 윤 대통령에게서 두 차례 전화를 받았다. 이 통화에서 조 청장은 “국회 봉쇄 해제 지시를 받지는 않았다”고도 밝혔다. 또 다른 통화에 대해선 보다 구체적인 진술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4일 오전 5시쯤 조 청장에게 전화했다. 조 청장은 검찰에서 “대통령이 ‘조 청장’이라고 하기에 제가 ‘죄송하다’고 했더니 대통령이 ‘아니야, 수고했어. 덕분에 빨리 끝났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은 “뼈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국회의원 체포’를 닦달했지만 윤 대통령 뜻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끝났다” 등의 말에는 다른 뜻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취지다. 김봉식 전 청장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 청장으로부터 들은 이 통화 내용을 ‘격려로 받아들였다’고 했지만, 조 청장의 진술은 달랐다.
 
조 청장은 이날 오후 7시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세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냈는데, 헌재가 ‘구인영장’을 발부하자 결국 출석하기로 했다. 조 청장에 대해선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두고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