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간첩' 가짜뉴스는 '캡틴아메리카-미주 한인' 합작품 - 뉴스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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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간첩' 가짜뉴스는 '캡틴아메리카-미주 한인' 합작품

기자명 애틀랜타= 이상연 기자   입력 2025.02.19 15:01  

 

[중국인 간첩 가짜뉴스 제작 과정 들여다봤더니]

中 대사관 침입시도 혐의 안병희 "내가 스카이데일리 취재원"

美거주 일부 한인 우파 인사 '트럼프 측근' 가장해 허위 제보

경찰, 해당 가짜뉴스 보도 기자 출금...해당 매체 무더기 제재

 

트럼프 정치자금 기부 사이트. 10달러 이상을 내면 누구나 '트럼프 내각급 자문위원'이 될 수 있다.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서 99명의 중국인 간첩이 체포됐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 매체 ‘가짜뉴스’의 취재원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마블 영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각종 보수집회에 등장하고 있는 안병희씨는 16일 SNS를 통해 "내가 스카이데일리에 중국 간첩 체포 기사를 제보한 정보원"이라고 주장했다. 

 

'미 육군 예비역이며 트럼프 1기 때 활동하던 미 블랙요원'이라고 주장하는 안씨는 "스카이데일리의 5.18 기사를 보고 용기있는 언론이라고 생각해 정보를 줬다"면서 "그 과정에서 기사를 쓴 허겸 기자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전했다. 

 

안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더 나아가 "허 기자는 내가 불러주는 대로 기사를 썼고 기사가 마무리되면 내가 교정을 봐줬다"면서 관련 통화 녹취가 100건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허겸 기자는 이에 대해 "안씨가 여러 소스 가운데 한 명은 맞지만 백악관을 포함한 미국 현재 취재원과 국내외 정보기관 취재원들의 첩보를 종합했다"고 해명했다. 

 

허 기자가 밝힌 백악관 관련 취재원으로는 미국 LA에 거주하는 김회창씨가 거론되고 있다. 미주 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반대집회를 열고 있는 김씨는 자신을 한미동맹강화재단 회장이자 트럼프 대통령 내각급 자문위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달 30일 기사를 통해 "김회창 트럼프 대통령 자문위원이 미 국무부로부터 중국 간첩단의 미국 압송이 팩트라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한인 유튜브 채널인 'NNP뉴스'도 김씨의 주장을 전하며 스카이데일리의 보도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김씨가 맡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내각급 자문위원(Cabinet-Level Advisor)는 트럼프 정치자금 모금사이트(https://www.winred.com)에 10달러 이상을 기부하면 주어지는 명예직책으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LA 지역에 거주하는 또다른 한인 우파인사인 이안범 국가원로회의 미국서부지회 전 회장은 한인 유튜브 채널 '원용석의 진실 정치'에 출연해 "트럼프 측에 확인해보니 스카이데일리의 기사는 엄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채널 운영자 원용석씨는 이씨와의 인터뷰 후 별도의 영상을 통해 "스카이데일리의 기사는 100% 가짜뉴스"라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로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중국 간첩단 사건을 브리핑했다"고 보도했던 유진철 전 미국 공화당 연방하원 후보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태다. 

 

경찰은 선관위로부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된 허겸 기자에 대해 지난달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뒤 지난 4일 허기자를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며 허기자는 경찰에 구체적인 취재원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 12일 스카이데일리의 관련 기사 6건에 대해 '자사 게재 경고(공개 경보)' 결정을 내렸다. 

 

한편 자신을 미군 블랙요원이라고 주장하는 '캡틴아메리카' 안병희씨는 지난 2018년 서울 강남구 구의원에 대한애국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이력에 '대한민국 육군병장 만기제대'라고 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아메리카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