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군인 1600명이 불법명령 거부 못한 결정적 이유
[김형남의 갑을, 병정] 무조건적 상명하복 문화 고치려면 '불법 명령 거부권' 법제화 논의 시급
사회 김형남(khn8911) 25.02.26 13:14ㅣ최종 업데이트 25.02.26 13:14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 2024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들이 투입되고 있다.유성호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비롯한 헌법기관을 공격해 헌정질서를 마비시킬 목적으로 대통령이 일으킨 친위 쿠데타다. 윤석열의 명령에 따라 불법 비상계엄에 투입된 군인은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 종합해도 1600명이 넘는다. 군대가 자기 나라 시민을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이처럼 많은 군인들이 무비판적으로 위헌·위법 명령에 따랐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서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함을 그 이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군은 국민의 군대이며, 군인 역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다. 모든 국민이 그렇듯 군인도 헌법과 법률을 따라야 하며, 군대도 당연히 헌법과 법률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 총을 든 군인이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들은 국군이 아닌 반란군에 불과하다. 때문에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명령을 따르는 행위는 '상명하복'이 아니라 '반란 가담'에 불과하다. 그 어떤 명령도 헌법과 법률에 우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군에는 무조건적인 상명하복을 요구하며 헌법과 법률의 앞줄에 상관의 명령을 놓는 폐습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해병대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하자, 국방부는 박정훈 대령을 즉시 보직해임하고 '항명죄'로 수사, 기소하고 구속까지 시도했다. 지난 1월, 1심 군사법원은 항명죄 사건에 무죄를 판결했지만 군은 아직도 박 대령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고, 박 대령은 보직해임으로부터 장장 1년 7개월을 별다른 임무도 없이 외딴 사무실에서 홀로 유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다. 불법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이 죄가 되고, 군인으로서의 앞길이 막히는 일이 되는 것이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이다.
'불법 명령 거부권'의 필요성

▲구속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 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헌법재판소 화면 캡쳐
이러한 폐습이 쌓여 결국 12.3. 내란에 1600명이 넘는 군인이 동원되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실제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전군지휘관회의를 열고 장성들에게 '내 말에 따르지 않으면 항명'이라 협박하며 내란 가담을 종용했다.
때문에 국회에서는 '불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와 의무'를 법제화하는 방향을 두고 다양한 안이 오가고 있다. 12.3. 내란 이후 김한규, 김현정, 홍기원, 이연희, 이학영, 용혜인, 민형배 의원이 각각 총 7개의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불법·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일견 이러한 법안들은 법률에다 '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조항을 집어넣는 것처럼 큰 의미가 없는 '선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군인의 '불법 명령 거부권'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독일군은 불법 명령 문제를 두고 꽤 오랫동안 고민을 이어온 군대 중 하나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치하의 독일 국방군은 히틀러의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온갖 명령을 그대로 수명하고 따랐다. 때문에 종전 이후 독일연방군을 재창설한 이래로 독일은 군대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여러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해 부심했다. 그중 하나로 독일의 현행 '군인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는 불법 명령에 대한 거부권이 명시되어 있다. 법에는 '반인도적이거나 직무 목적 외의 목적으로 내려진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은 항명이 아니다'라는 조문과 '범죄가 될 수 있는 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조문이 명문화되어있다.
그런데 이 법에 추가로 담긴 독일인들의 고민은 더 있다. 상관이 내린 명령이 불법 명령이 아닌데 부하가 불법 명령이라고 인식하고 거부한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 경우 독일은 '착오에 의해 정당한 명령을 불법 명령으로 간주한 경우', 그러한 착오가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닐 때에 항명의 책임을 면해주고 있다. 이는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항명으로 간주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무력을 사용하는 군대의 특성상 부하가 상관의 정당한 명령을 불법 명령으로 오인하고 따르지 않아 발생할 문제보다 만에 하나 발령된 불법 명령을 문제의식 없이 따를 때 발생할 문제를 더 크게 본 것이다.
독일은 '불법 명령 거부권'을 규정하면서, 실제 상황에서의 '명령 거부'가 실효성을 띨 수 있게끔 토대도 갖춰줬다. 군인이 명령을 수명할 때 그 명령의 불법성을 고민하는 것을 의무화한 셈이다.
반면 우리 국방부는 명령을 따라야 하는 수명자가 받는 명령마다 위헌,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점, 명령의 위헌·위법성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수명자가 명령을 이행하는데 혼란을 겪거나 항명죄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불법 명령 거부권을 법제화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국방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참고)
장병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싶은가

▲서울의 한 터미널 인근에서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그러나 명령을 내리는 사람도, 따르는 사람도 모두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이다. 당연히 명령을 발령할 때도, 수명할 때도 그 불법성을 따져봐야 한다. 소위 '돌격 앞으로' 같은 작전 명령을 하나하나 따져보라는 말이 아니다. 평시에 자국민을 향해 무력을 사용하라는 명령, 전시에 전쟁법에 위배되는 반인도적 명령, 민간인을 향해 무력을 사용하라는 명령 등은 당연히 그 불법성을 따져 거부하는 것이 맞다. 군 스스로도 이러한 명령들의 불법성을 판단할 능력을 개별 군인들에게 교육시키는 것이 장래에 장병들을 전범이나 범죄자로 만들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도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위헌·위법임이 명백한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명령, 인간의 존엄성 또는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명백한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명령, 법령규정이 정하는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명령, 임무와 관계없이 발령자의 사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명령 등은 마땅히 거부할 수 있게끔 명시해야 한다.
아울러 위와 같은 불법·부당 명령을 수명한 자는 지체 없이 이를 발령자의 차상위 지휘관 또는 관계수사기관에 지체없이 보고, 또는 신고하여야 하고, 불법·부당 명령을 보고,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군은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이고, 무조건적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폐습은 우리 군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때문에 단순히 법률 상 군인의 명령 복종 의무에 '정당한 명령을 따라야 한다'와 같은 포괄적인 단서조항을 달거나, 지휘관에게 적법한 명령만 내리라는 상식적인 수준의 조문을 추가하는 것으로는 작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개별 군인들에게 불법·부당 명령을 거부할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 인식을 바꾸고, 실제 불법·부당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불법 명령 거부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과, 무분별한 항명죄 처벌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디테일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 내란에 가담했다는 오명을 남긴 군을 국민의 군대로 환골탈태시키고, 12.3 내란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자면 국회는 물론, 국방부 역시 전향적으로 '불법 명령' 문제에 임해야 할 때다.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3내란] 홍장원 메모 “대통령 전화…한동훈·이재명 잡으러 다닌다고” - 한겨레 (0) | 2025.02.27 |
---|---|
(윤석열탄핵)"헌재 출석 때마다 식사준비팀도 움직여"…경호처는 "보안사항" - JTBC (0) | 2025.02.27 |
[12.3내란][계엄의 비용] "연말 대목 날리고‥계엄 이후의 밤, 손님이 사라졌다" - MBC (0) | 2025.02.26 |
(국정농단)[돌비뉴스] 한동훈 "비대위 맡기 전에도 사퇴 요구받아"…그 뒤엔 김 여사가? - JTBC (0) | 2025.02.26 |
만난적 없다더니...홍준표-명태균, 같은 행사 참가 사진 또 나왔다 - 오마이뉴스 (0) | 2025.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