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노린 거죠, 대통령이?"…국회 침투 명령에 현장 군인들 '당혹'
입력 2025.03.06 19:33 유선의 기자 JTBC
 
"역사의 흐름 속에 있는 듯" "이건 지옥"
당혹감·자괴감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 확보
 

 
[앵커]
 
JTBC가 확보한 녹취록에는 내란 사태에 가담했던 군인들이 국회로 들어가라는 등의 지시를 받고 당황해 하는 발언들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이곳은 지옥 같다", "대통령이 지금 뭘 노리는 거냐"는 대화가 오갔는데 이 내용은 유선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4일 0시 13분.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은 시각, 김창학 수방사 군사경찰단장은 국회 근처에서 박모 육군 2군단 군사경찰단장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예전 명칭으로는 헌병대장, 산전수전 다 겪은 대령들인데도 '국회로 들어가라'는 명령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김 단장이 "너희도 소집됐냐"고 묻자 박 단장은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라면서 "이건 지옥"이라고 말합니다.
 
김 단장이 "역사의 한 흐름 속에 있는 것 같다, 나중에 평가할 것"이라고 말하자, 박 단장은 훗날을 예감한 듯 "그러면 다 때려 맞겠죠, 우리는"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현장 군인들의 심정은 당시 같은 곳에 있던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도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조성현/수방사 제1경비단장 (탄핵심판 8차 변론) : 저희가 보호해야 할 시민들이 저희의 행위를 막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의아해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박 단장은 급기야 "대통령이 지금 뭘 노리는 거냐"고 물었고 김 단장은 "모르겠다, 우리는 군인이니까"라고만 답했습니다.
 
그날 자신들이 왜 국회를 뚫고 들어가야 하는지 현장 군인들은 전혀 몰랐다는 사실 역시 조 단장의 증언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조성현/수방사 제1경비단장 (탄핵심판 8차 변론) : 국회를 통제하는 문제도 그렇고 또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과업도 그렇고 그것을 들었던 군인 누구도 그것을 정상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같은 시간 합참 벙커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30년 가까이 국가에 헌신해 온 군인들은 이렇게 현장에서 영문도 모르고 국회를 침투한다는 당혹감과 시민과 맞선다는 자괴감에 시달렸습니다.
 
[영상취재 김영묵 박재현 / 영상편집 류효정 / 영상디자인 최석헌]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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