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즉시항고” 게시글, 검찰 내부망서 2시간 만에 삭제
이유진 기자 수정 2025-03-14 16:40 등록 2025-03-13 10:54

임은정 부장검사가 2022년 7월 서울 중구 메디치미디어 출판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금이라도 항고해야 한다”고 적은 자신의 글이 검찰 내부망에서 2시간여 만에 삭제됐다고 12일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게시했던 글 전문을 공개했다.
해당 글을 보면 임 부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금번 구속 취소 결정에 동의하지 않음을 이유로 불복절차인 즉시항고 또는 항고를 하지 않은 채 ‘여타 구속사건 처리 시 종래와 같은 방식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라’는 지시는 우리나라 현대사는 물론 검찰사에 길이 남을 ‘심우정 총장님’의 지시라 사료되는데, (이 지시가) 이프로스 총장게시판이나 공지사항이 아니라 쪽지로 전파되어 부득이 제가 대신 올려드린다”고 적었다.
임 부장검사는 전날 대검이 전국 검찰청에 내려보낸 지시사항을 첨부파일로 같이 올리며 “법원 결정에 동의하지 않고 그래서 다른 사건들에 적용하지도 않을 산정 방식이라면 지금이라도 즉시항고, 최소한 항고라도 해야 총장님은 별론으로 남은 검찰의 명예를 다소나마 추스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해당 글은 “올린 지 20여 분 만에 ‘검찰총장 게시판’ 글 등록권한이 제한되고 2시간 반 만에 삭제됐다”는 게 임 부장검사의 주장이다. 그는 “검찰총장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동의할 수 없어 향후 다른 사건들은 종래와 같이 구속기간 산정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구속 취소 결정에 불복절차(즉시항고)를 취하지 않겠다고 하고, 그런데도 자리에 연연하겠다는 게 놀라워 궁리하던 차 이프로스 구성원이라면 누구든 ‘검찰총장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음을 확인하고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장님 꼭 보시라고 올린 글인데 봐야 할 분이 혹 못 보셨을까 봐 널리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글의 구체적인 삭제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70년 넘게 법원과 검찰이 적용해 온 날짜 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을 버리고 시간 단위 계산법을 적용해 윤 대통령이 구속 기간 만료 뒤에 기소됐다며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심 총장은 이같은 법원의 결정이 “오랫동안 형성돼 온 법원과 검찰의 실무 관행에 맞지 않아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위헌 소지가 높다며 불복 절차인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대신 본안 재판에서 다투도록 수사팀에 지휘했다고 심 총장은 밝혔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검찰 내부에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심 총장의 불복 절차 없는 석방 지휘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자 대검은 11일 전국 검찰청에 종전 방식대로 피의자 구속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 단위로 계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단 한 번의 예외를 설정한 다음에 다시 원상복구했다. 대단하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결국 대한민국 5천만 국민 중 윤석열만 특별대우를 받은 것이 기정사실화되었다”(박주민 민주당 의원), “그러면 즉시항고를 안 한 건 어떻게 설명이 되냐”(김용남 전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등의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이 14일까지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기존처럼 구속기간을 계산하라는 대검 지시로 인해 즉시항고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계속해서 일수로 계산하겠다고 하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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