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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역대급 인파 모였다…100만 시민의 외침 “윤석열 파면하라”
집회 중에도 계속 불어난 인파, 전국 각지에서 상경버스 행렬도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5-03-15 20:13:27 수정 2025-03-15 20:26:29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5.03.15. ⓒ뉴시스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광화문 일대를 빼곡히 채웠다. 주최측 추산 100만여명이 모인 역대급 인파였다. 안국역부터 경복궁역까지 이르는 전 차로도 비좁아, 골목 곳곳까지 ‘윤석열 파면’을 외치는 시민들이 들어섰다.
윤 대통령 파면이 지연되면서 벌써 100일 넘게 비상계엄 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광장의 외침은 더욱 커졌다. 100만여명이 한목소리로 바란 건 단 하나,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이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범시민 대행진을 열었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엄중한 시기인 만큼, 비상행동은 이번 주말을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로 정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제주부터 광주·전라, 부·울·경, 대전·충청, 강원, 인천·경기, 서울 등 전 지역의 시민이 광화문으로 달려왔고, 서울 외의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도 10만여명의 인파가 모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전국농민대회를, 야5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범국민대회를 각각 진행한 뒤, 범시민대행진에 합류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5.03.15. ⓒ뉴시스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은 건 난데없는 윤 대통령의 석방이었다. 경기도 광주에서 14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신승룡 씨는 “윤석열 탄핵이 가결될 때 국회 앞에서 울려 퍼지던 ‘다시 만난 세계’를 들으며 취해있던 저를 반성한다. 100일 넘게 진행되는 장기투쟁 속에 ‘이만하면 됐지’ 하며 지쳐있던 제 모습을 반성한다”라며 “계엄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윤석열 파면이 기각이라도 됐다면 조금의 일상조차 없어질 텐데 이걸 망각하고 지쳐있던 내 잘못이었다.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다시 다짐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제가 좋아하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제가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었음을 / 쉼 없이 흐른다면 그토록 꿈꾸는 바다에 이미 닿아있다는 것을.’ 쉼 없이 여러분과 함께 투쟁하겠다. 이곳에서 함께 집회 중인 제 아내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놀고 있는 사랑하는 딸, 이곳에서 함께하는 동지들, 모든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학생 김민아 씨도 “사법부가, 검찰이 윤석열을 탈옥시키는 걸 봤는데, 열불이 나서 집으로 갈 수 없었다. 광장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구나, 끝까지 안심해선 안 되겠구나, 이건 전쟁이구나 생각했다”며 “저들은 두 시간짜리 계엄이었다고 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는 1년의 4분의 1을 집회 속에서 보내지 않았나. 우리는 결코 언제 국민에게 총칼을 드리울지 모르는 세상, 국민을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찍고 처단하는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두 번의 계엄을 겪었다는 68세 시민 김정경 씨도 무대에 올랐다. 김 씨는 지난 100일간 투쟁을 이어가며 더 밝은 빛을 내는 응원봉으로 바꿔 들었다며 3개의 응원봉을 직접 소개했다. 이어 “저는 아주 잘 싸우고 있다. 어둠이 진할수록 저는 더 큰 응원봉으로, 더 큰 밝음으로 싸우고 있다. 저들이 더 어두워질수록 저는 더 힘이 난다”며 “70이 거의 다 된 제가 왜 이런 힘이 나는 비결은, 12월 3일 이후 한국 현대사를 저와 여러분들이 공동 집필하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전남 목포에서 상경한 시민들. ⓒ목포시민주권행동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울산에서 상경 중인 시민들. ⓒ울산시민연대
전국 각지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전제버스를 대절해 광화문으로 집결했다. 경남에서 상경한 경남비상행동 전옥희 공동대표는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지역에서도 매일 집회가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 대표는 이어 “서울까지 오면 불편함이 많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오는 이유는 우리의 빛이 항쟁의 한 점이 되어 윤석열을 파면시키는 거대한 역사를 함께 쓰기 위해서”라며 “혐오와 증오를 내뱉는 자들을 압도해 헌재가 당장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언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비상행동 “우린 단 하루도 참을 수 없어
헌법재판관들은 고통받는 주권자 얼굴 바라보라”
내주에도 매일 집회·행진 이어가기로
파면 이뤄지지 않을 시, 주말 200만 집회 예고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15명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날부터 단식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로 8일째 단식 중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의 외침이 헌법재판관들에게 윤석열 파면을 명령하도록 목소리를 높이자”라고 호소했다.
양 위원장은 “줬다 빼앗는 것이 더 기분 나쁘다는 말이 있다. 때린 데 또 때리면 더 아픈 말이 있지 않느냐”라며 “윤석열이 웃으면서 걸어 나온 그 길, 피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기어가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이 구속되고 우리는 혹시나 조금 느슨해지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대선도 해야 하고 사회대개혁도 중요하다. 그런데 윤석열을 파면시키지 못하고 내란세력을 척결하지 못한다면 그 어느 것도 실현될 수 없다”며 “작은 차이는 뒤로 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모두가 함께 이 광장에서 싸워야 하지 않겠나. 함께 약속하자. 오늘부터 윤석열이 파면되고, 재구속되는 그날까지 조금의 긴장도 늦추지 말고, 모두가 이 광장에서 함께 싸우자”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3.15. ⓒ뉴시스
집회 말미 단식 중인 15명의 비상행동 공동의장단들이 무대에 올라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윤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비상행동은 “누군가는 17일에 파면될 것이다, 아니다 20일에 파면될 것이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라도 더 참을 수 없다”며 “헌법재판관들은 자신이 어떠한 지위에 있는지 똑똑히 기억하시라. 고통받는 주권자 시민의 얼굴을 바라보시라. 헌법과 민주주의 파괴를 사력을 다해 막아내는 이들에게 더 기다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하시라”라고 일갈했다.
비상행동은 다음 날인 16일은 물론 내주 평일 저녁에도 집회와 행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19일을 ‘민주주의 수호의 날’로 선포해, 시민들에게 광장과 일터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실천을 제안할 예정이다. 아울러, 내주까지 파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민 20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집회에 많은 인파가 모여 행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안국동, 종로1가, 종로3가 등을 행진하며 윤 대통령 파면을 다시금 외쳤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의 범시민대행진이 열린 가운데, 인근 카페에 지지문구가 붙어 있다. 2025.03.15.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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