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가짜 보수 언론” 절독 주도하는 尹 지지자들
2017년 박근혜 탄핵 국면 이어 조중동 비판하는 대통령 지지층
“조중동, 자유 우파 유튜브를 언론으로 보지 않아” 대결 양상도
윤 대통령이 유튜브에서 보수신문 비판한다면 조중동의 선택은?
기자명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입력 2025.03.15 16:22 수정 2025.03.15 16:25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모습. ⓒ연합뉴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 이어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윤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조중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는 김건희 여사의 음성까지 등장하며 조선일보를 향한 지지층의 적개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2017년에 비해 신문의 영향력은 하락하고 유튜브의 영향력은 높아진 상황에서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주도권’ 대결 양상까지 보인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은 조중동 절독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씨는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유죄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씌워진 혐의는 조작된 정치 탄압이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한 것을 두고 개선장군 같다며 민주당의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짜 보수 친민주당적 행태를 보이는 조선일보,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제는 조선일보 같은 가짜 보수언론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조선일보가 국민을 속이고 좌파 프레임에 동조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절독운동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유튜브 채널 ‘배승희 변호사’ 배승희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중하라는 조중동, 이준석 띄우고 한동훈 띄우고 윤석열 끌어 내리기 앞장섰던 사람들 바로 조중동이다. 레거시 언론 전부가 윤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가 벌였던 조선일보 절독 운동, 결과가 나오고 있다. 구독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열차는 떠났다. 절독 운동은 계속된다”면서 “조중동은 우리가 보수의 리더다, 이러면서 따라오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사 이기주의에 빠졌던 것이다. 권력이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끌어 내리려 했다. 보수의 탈을 쓰고, 사실 보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 고성국씨는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의 칼럼을 언급하며 “중국 간첩 99명 체포가 괴담이라고 한다. 사실 보도 언론은 백안시되고 사실로 위장한 거짓들은 대박을 터뜨린다고 한다. 조선이나 조중동은 자유 우파 유튜브들을 돈벌이 코인팔이 집단으로 본다. 언론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수신문은) 자유 우파 유튜브를 경쟁사로 보고 해코지한다. 상권 침해 세력으로 본다”며 조선일보를 향해 “토요일 날 회사 앞에서 50m만 걸어 나와라. 광화문에 모인 자유 우파 눈에 보이는 대로 써라. 그게 팩트야. 그러면 가만있어도 구독해 줄게. 좌파한테 눈치 안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선일보 절독이 이뤄지고 있을까. 수도권의 한 신문지국장은 “양상훈 칼럼이 나오면 평소보다 지국에 전화가 더 온다”며 “절독 전화를 받아보면 조선일보를 배신자라 부르고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해서 보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열불이 터진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해당 신문지국장은 “12월 탄핵 이후 조선일보 유료 독자는 1만5000명에서 2만명 정도 빠졌을 것”이라고 귀띔한 뒤 “유튜버들 입장에선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이 되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그게 조선일보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가 지금보다 절독이 심했다”고 덧붙였다.

▲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모습. ⓒ연합뉴스
“이렇게 모여도 제대로 보도되는 곳 못 봤죠? 태극기집회 인원은 축소되고 촛불집회 인원은 부풀려질 겁니다. 우리에겐 신문도 지상파도 종편도 없습니다. … 우리가 모두 언론이 되면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애국 혁명을 일으킵시다!”(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 발언) 보수신문을 향한 적대감은 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자들에게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태극기집회에서 등장했던 구호나 발언의 공통점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었다. 조갑제닷컴은 “조선일보는 촛불시위 주도단체의 위험성을 덮어 미화 해주고 언론에 대한 상호비판과 검찰에 대한 견제를 포기했다”며 “적개심보다 더 강한 건 배신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무렵 언론의 조작·왜곡보도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주장은 ‘신의한수’, ‘정규재TV’, ‘참깨방송’, ‘최대집의 지하통신’ 등 유튜브채널을 통해 확산되었다. 2017년 초 조갑제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중동과 한겨레가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쏟아내자 화가 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태극기집회는 언론에 대한 저항운동 성격도 있다”고 했으며 “기성 언론은 조작과 선동의 공범집단”, “조중동은 한 번도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뉴데일리 주필은 ‘탄핵 폭동의 주인공’으로 아예 홍석현, 방상훈, 김재호 등 조중동 사주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7년에서 2025년 사이 8년간 보수신문의 영향력은 하락했고 유튜브의 영향력은 증가했다. 2017년 초 국회 탄핵으로 직무 정지된 박 대통령의 정규재TV 단독 인터뷰는 신문에서 유튜브로, 보수의 주요 플랫폼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 직전 여권 인사들에게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만약 석방된 윤 대통령이 유튜브에 출연해 보수신문을 비판한다면 조중동은 2017년과 비교하기 어려운 혼란에 놓일 수 있다. 보수신문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통령이 극우화되고 제1 보수정당까지 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면 보수신문은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8년 전에 비해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이 높은 점도 고민을 깊게 한다. 현 상황을 두고 한 방송사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조중동의 시대를 끝내고 있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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