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임박…이론이 아닌 '생존'이다
[기고] 한미 FTA 체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송기호 변호사  기사입력 2012-03-12 오전 7:46:07                    

 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에 전면 반대한다는 총선 연대에 합의한 9일, 미국 정부는 매우 중요한 포고문을 미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에 공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FTA 이행 포고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에 따라 미국의 관세율표(HTS)를 개정한다고 포고했다. 그리고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한미 FTA에 따른 관세율표 개정 내용을 공고했다(Publication 4308).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수출품의 품목별로 3월 15일 이후부터 2021년까지의 매년 관세율 인하 내용을 210페이지에 걸쳐 고시했다(여기에는 면으로 만든 여성용 자켓과 블레이저의 원산지 기준이 여전히 누락된 상태로 있다).

오바마가 고치지 않은 것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조항이 미국법에 어긋날 경우 한미 FTA 조항을 무효로 한다'는 미국 이행법에 손을 대지 않았다. 또한 미국 정부가 한미 FTA를 위반할 경우 한국 사람이 미국 정부를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 없도록 한 미국 이행법도 고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월 26일, 한미 FTA 때문에 한국 제품 수입이 늘어 피해를 본다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관세를 더 매기는 조치(세이프 가드)를 미국 기업이 쉽게 신청하도록 하는 규정을 공고했다(19CFR206.33(c)). 이에 의하면 제품이 한국 등에서 수입될 경우 미국 기업은, 그 한국 제품 때문에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했다. 원래 이러한 주장을 하려면 그를 뒷받침하는 사실 자료를 제출해야만 하지만, 한국산 제품에 대한 조치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이를 면제해 준 것이다.

또한 특별히 한국산 제품에 대한 조치를 신청하는 미국 기업에 대해선 반드시 한국산 자동차와 경쟁 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신청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한국산 자동차 수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것이다.

한미 FTA체제의 일방적 출범 문서

미국 관세율을 고친 오바마의 포고문과 무역위원회의 공고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관세 이외에는 미국의 기존 사회 제도를 변경하지 않는다는 포고인 동시에,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일방적 한미 FTA 출범문서이다.

이제 오는 3월 15일이 지나면, 한국 내부에서는 오바마의 포고문이 가져다 줄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이익을 누리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게 된다. 오바마의 포고문은 그들의 이익을 실현시켜 주는 법적 장치이다.

가령 한국산 자동차를 예를 들어 보자. 미 무역위원회 공고를 보면 다음과 같이 2021년까지의 한국산 승용차의 관세율을 고시했다.

ⓒ송기호

한미 FTA는 더 이상 단지 이론이나 전망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집단에 그것은 구체적 이익이 유지되느냐 없어지느냐의 생존과 이해관계의 문제가 된다. 게다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한미 FTA 체제에 따른 이익과 손해가 더욱 극명해지고 커진다. 위 표를 보면 2016년이 되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2.5%가 없어진다. 위 표는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2016년, 아니 영구적으로 한미 FTA가 지속되기를 바라게 한다. 반면 2016년이 되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의 관세는 10%가 낮아질 것이다. 한미 FTA는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이해관계가 되었다.

그러므로 오는 3월 15일 이후의 한국 사회는 한미 FTA를 바꾸려는 힘과 그것을 유지하려는 힘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충돌의 강도는 지난 2006년 1월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 협상 선언 이후의 6년 동안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강력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래서 한미 FTA 체제를 전제로 해서 돈을 투자하거나 기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이들은 한미 FTA의 변경을 강력히 거부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 할 것이다. 반면, 한미 FTA로 인하여 피해를 더욱 극명히 보는 사람들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강력히 변경을 요구할 것이다.

국민적 공감과 지지가 없으면 한미 FTA 체제에 대응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저 총선과 대선을 맞는 1회용 연대만으로는 한미 FTA 체제에 대응할 수 없다. 국민과 함께 가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한미 FTA 정보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이를테면 미국이 한국인 유학생의 미국 취업을 위하여 제공하겠다던 전문직 비자 쿼터 문제를 보자.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쓴 책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를 보면 김 전 본부장은 2007년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미 FTA를 재협상할 때, 전문직 비자 쿼터를 제공한다는 서한을 받았다고 했다(p.244."수정된 전문직 비자 쿼터 서한 내용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께 재가받기 위해 서류를 전했다. 대통령 재가를 받은 시간은 늦은 오후였고, 뉴욕행 대한항공편이 이륙하기 직전에야 간신히 탑승했다.").

그러나 지금의 외교통상부는 전문직 비자 쿼터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받은 서한 따윈 아예 없었다고 법정에서 공식 답변하고 있다(서울 행정법원 2011구합15138사건). 그리고 김 전본부장이 말하는 서한에 대해선 "협의 초반기에 추진이 시도되었다가 무산된 초보적 단계의 문서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들이 한미 FTA에 대해 정확히 알려면 김진표 전 민주당 대표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과 협력해서 통과시킨 통상절차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이 법은 오히려 FTA의 진실을 밝혀 줄 정보를 지금보다 더 감출 수 있도록 했다. "협상의 상대방이 자국의 이해와 관계되는 정보라는 이유로 비공개를 요청한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제4조). FTA 협상에서 상대방 나라의 이해와 관계가 없는 정보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상대국이 비공개를 요청한다는 이유로 자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상절차법은 폐지해야 한다.

▲한미 FTA 발효가 임박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한미 FTA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민영화 저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국민의 생존권을 지켜 낼 민영화 저지와 경제 민주화가 매우 중요하다. 전기, 철도, 수도, 가스, 의료 보험, 우체국 등 공공 서비스가 민영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영화가 한미 FTA와 결합하면 다수 국민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은 온통 기업의 돈벌이 공간이 될 것이다.

아무리 한미 FTA가 금지하더라도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에 맞서 중소 상인과 골목 상권을 보호하는 조치를 과감히 해야 한다. 아무리 한미 FTA가 금지하더라도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 우선적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아무리 한미 FTA가 금지하더라도 영리 병원 폐지를 입법화해야 한다. 아무리 한미 FTA가 국민건강보험의 보험약값 결정을 사실상 민영화하려고 하더라도 보험 약값은 미국 제약회사의 입김에 좌우되지 말고 공공 기관이 결정해야 한다. 미국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쌀은 이미 한 해 소비량의 10% 정도를 외국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으므로 한미 FTA에서는 계속 제외해야 한다. 민영화 저지와 경제 민주화, 나아가 한미 FTA를 위해 4월 총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미 FTA 개정 협의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바탕으로 해야 한미 FTA 체제에 대응할 수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과 한미 FTA 협의는 개정 협의라는 형식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일본과의 FTA를 겨냥해서 오히려 한미 FTA를 미국의 요구에 맞게 바꾸려 할 것이다.

이 험한 길을 국민의 지지를 잃지 않고 가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이 길은 단지 미국과의 FTA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와 FTA를 하더라도 한국이 옹호할 사회 가치 모델을 국민과 함께 세우는 길이 될 것이다.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미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지지와 결단을 얻어 낼 때, 한국은 한미 FTA 체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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