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강정 프레임' 작전, 중앙ㆍ조선 '호흡' 동아 '헛발'
[지난 주 이 뉴스]구럼비 바위 발파와 제주해군기지 문제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입력 2012.03.11  23:50:23
바다 건너 이름 모를 바위의 생사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한 주였다. ‘구럼비 바위를 살려달라’는 외침이 인터넷과 SNS를 굽이쳐 남해 바다 건저 제주 강정 마을로 향했다. 정부와 해군은 지난 7일 새벽 제주 강정 마을 구럼비 바위 발파를 시작했다. 5년여를 끌어왔던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본격화 된 ‘일대 사건’이었다.

대다수의 언론은 ‘특보 체제’를 가동하며, 구럼비 바위 파괴에 대한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질문은 여러 가지였고, 전해야 할 상황은 다급했지만 결국, 구럼비 바위의 문제는 언론으로 하여금 파괴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안보를 외치는 자와 평화를 말하는 자, 미국을 추종하자는 세력과 그러지 말자는 세력 사이에서 ‘너는 어느 편이냐’를 묻는 사건이 되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복잡하게 펼쳐져있는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적 쟁점들을 집약적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사건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가 중요하다. 이 문제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는 다른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사건에서 보통 조중동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정확히 표본화해 보여준다.

구럼비 발파가 시작 된 7일 이후, 조중동이 어떤 1면을 선택했고 또 논점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이 관찰된다. 조중동은 우선, 상황을 ‘야권 때리기’의 정치적 프레임으로 설정했다가, 곧 여의치 않음을 깨닫는다. 그리곤 비본질적인 꼬투리를 잡아 아예 프레임을 바꿔치려 한다. 프레임이 바뀌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이자 그땐 대놓고 ‘우리가 남이가’의 흘러간 유행가를 불렀다.

구럼비 바위에 대한 정치적 프레임을 제시한 8일자 중앙일보 1면

▲ 8일자 중앙일보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의 정치적 프레임이 '야권의 말바꾸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8일자, 중앙일보는 ‘노무현의 대양해군, 스위치 눌렀다’는 1면 제목으로 뽑았다. 중앙일보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방개혁 2020’과 함께 추진한 핵심 외교안보프로젝트였다”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공로를 온전히 참여정부로 돌렸다. 참여정부가 ‘국방개혁 2020’을 입안해 ‘대양해군’이 시작될 수 있단 논리다.

구럼비 발파를 맞아 참여정부에 때한 때늦은 공치사로 시작한 이 기사의 의도는 그러나 “노 전 대통령 때 총리로서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역설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이 신경민 대변인 등과 달려와 ‘결사반대’를 주장했다”는 문장에서 극적 반전을 이루며, 낯간지러운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중앙은 이 문제를 정치 프레임화하며, 야권의 말 바꾸기 논란을 직격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은 이 기사에서 현장을 찾은 정동영 의원이 “우리가 집권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양껏 부각했다. 누가 읽더라도 정 의원의 오만함에 불쾌할 기술이었다. 중앙의 메시지는 ‘이렇게 말을 바꾸는 세력이 심지어 겁박까지 한다’는 것이었다.

구럼비 바위 너머 다른 프레임을 기획한, 9일자 조선일보 1면
   
▲ 10일 조선일보는 '기지 프레임'을 '해적 프레임' 으로 넘어서고자 하는 대담한 기획을 선보였다.

중앙이 프레임을 제시했지만, 8일 저녁까지만 하더라도 구럼비 바위 발파에 대한 여론은 찬성론자의 일방적 열세였다. 다른 걸 모두 떠나서 천혜의 자연 경관을 파괴하고 굳이 기지를 건설해야 하느냐는 상식적 당위론에 밀렸다. 행위의 기획자가 참여정부라고 하더라도 결국 실행자는 이명박 정부라는 점이 받아들여지는 모양새였다.

이에 대해 회심의 반격을 기획한 곳은 조선일보였다. 중앙이 프레임 설정에 주력했다면, 조선은 설정된 프레임으로 부족하단 걸 깨닫고 프레임을 추가하는 전략을 택했다. 9일자 조선일보는 ‘해군기지 프레임’에 ‘해적 프레임’을 추가하는 기동전의 극치를 보여줬다.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 예비후보인 김지윤의 트위터 멘션을 1면으로 뽑아 통진당은 물론 야권연대의 대상인 민주통합당까지 한 줄로 타격한 조선의 대담함은 왜 조선이 조중동 가운데서도 1등 신문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해적’이란 표현을 ‘해군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읽고, 이를 다시 ‘국가에 대한 모독으로 확장’해 그렇다면 이들은 참으로 ’불안한 자들‘이 아니냐는 것으로 귀결 짓는 조선 특유의 3단 논법이었다.

평소, 통진당의 대표가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관심을 갖지 않던 조선일보다. 아직 후보도 아니고 그저 예비후보일 뿐인 한 20대 후보의 발언에 유례없을 호들갑을 그것도 1면에서 떤 조선의 이 편집과 선택은 문제를 인식하는 여론의 프레임 자체를 바꾸려는 의도된 기획이었다. 조선이 보여준 발군(!)의 모습 이후 문제의 프레임은 어느 정도 바뀌었다.

프레임이 뭔지도 이해 못하고 덤빈, 10일자 동아일보 1면
   
▲ 중앙과 조선이 그나마 프레임을 설정하고, 기획한다면 동아는 여전히 '우리가 남이가' 정서에 호소하는 퇴행적 진영의 모습을 보였다. 10일자 동아일보 1면.

중앙이 주어진 프레임 안에서 정치적 설정을 하고, 조선이 아예 프레임 자체를 뛰어 넘으려는 기획을 했다면, 10일자 동아일보의 모습은 왜 동아가 조중동 가운데서도 만년 3등, 지는 신문으로 밀려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진부했다.

10일자 동아는 1면에 김지윤 예비후보의 ‘해적’ 발언에 울분을 토하는 한 노인의 사진을 ‘제독의 눈물’이란 자극적 제목으로 실었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9일자에서 김지윤의 발언을 떠들썩하게 다룬 조선이 치고 빠진데 비해, 동아는 상황에 대한 논리적 접근은 생략한 채, 바로 보수의 말초신경, 감정에 호소하는 ‘찌라시’의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조중이 애써 펼치고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진영 논리’로 퇴행시켜  고립하는 선택이 되고 말았다. 바뀐 프레임을 확대 강화하고자 했다면, ‘해군이 해적이 아닌 논리적 접근’으로 나아갔어야 했을 텐데, 퇴역 장성의 눈물을 강조한 동아의 호소는 상황을 오히려 익숙한 갈등과 진영 대립으로 문제를 이끌며, 기지 찬성 진영뿐만 아니라 반대 진영의 결속도 가속화하는 악순환 구조에 문제를 몰아넣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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