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의 '침대 축구' 주범, 한덕수·최상목 퇴장 마땅
[주장] 4월 4일 탄핵 선고 이후라도 공직 윤리 바로잡기 위해선 응징 불가피
오태규(ohtak) 25.04.02 15:54ㅣ최종 업데이트 25.04.02 15:54
 
국무회의 참석한 한덕수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오른쪽)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 뒤 자리에 앉고 있다.
▲국무회의 참석한 한덕수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오른쪽)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 뒤 자리에 앉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 경기에서 종종 벌어지는 '침대 축구'는 아주 야비하고 비겁한 전술입니다. 정면승부를 하면 질 게 뻔하다고 생각하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구사하는 반스포츠적인 행위입니다. 경기를 즐기려는 관중은 안중에도 두지 않습니다. 오로지 지지 않는 것만 목표로 합니다. 엄살 부리고 드러눕고 시간 끌면서 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침대 축구의 말로는 승부에서도 지고 관중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내란 세력이 구사한 전술이 바로 '정치판 침대 축구'였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변론 종결 38일 만인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예고하면서 드디어 지긋지긋한 내란 드라마도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마은혁 재판관 임명 거부로 쓸데없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진하게 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침대 축구 책임까지 사해 줄 순 없습니다.
 
2차 미임명은 1차와 비교할 수 없는 중죄
 
'헌법파괴범' 한덕수 권한대행 고발 및 엄벌촉구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헌법파괴범' 한덕수 권한대행 고발 및 엄벌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덕수는 헌재 재판관 당장 임명, 공수처는 내란범죄자 한덕수 당장 구속" 등을 촉구하고 있다.
▲'헌법파괴범' 한덕수 권한대행 고발 및 엄벌촉구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헌법파괴범' 한덕수 권한대행 고발 및 엄벌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덕수는 헌재 재판관 당장 임명, 공수처는 내란범죄자 한덕수 당장 구속"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그가 대행을 맡은 뒤 바로 마 재판관을 임명했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렇게 늦어지지는 않았을 터입니다. 헌재가 변론을 종결하고도 40일 가까이 기일을 잡지 못했던 것은 분명히 이상 사태였습니다. 8-0 전원 일치 탄핵 인용을 자신했던 헌법학자들도 헌재의 시간이 늘어지면서 점차 재판관 8인의 의견 대립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3월 24일 나온 한덕수 대행에 대한 헌재 판결에서 드러난 각 재판관의 논리와 성향이 더해지면서 탄핵 인용과 기각 '5-3 교착설'이 유력하게 떠올랐습니다. 더불어 거리의 긴장도 한층 커졌습니다. 그가 마 재판관을 임명했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한 대행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되기 전에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게 1차 침대 축구라면, 헌재에서 기각 판결을 받고 복구한 뒤에도 임명하지 않은 것은 2차 침대 축구입니다. 2차는 1차와 비교할 수도 없는 중죄입니다. 가중처벌 대상입니다.
 
헌재는 그에 대해 '5(기각) 대 1(인용) 대 2(각하)'로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다섯 명의 재판관이 분명하게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최상목 대통령 대행 시절에도 마 재판관의 미임명이 헌법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복귀 이후 한 대행은 헌재의 위헌 결정을 두 번이나 연속으로 무시한 것입니다. 서민은 단돈 몇 백 원을 훔쳐도 감옥에 가는 판에, 헌법을 두 번이나 짓밟은 한 대행을 그냥 놔두는 건 정의에도 형평에도 맞지 않습니다.
 
최상목 경제 부총리의 책임도 가볍지 않아
 
한 대행의 복귀로 기획재정부 부총리 자리로 되돌아간 최상목의 죄도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한 대행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뒤 대행 자리를 이어받은 최 부총리는, 국회 몫으로 뽑힌 3명의 재판관 중 마 재판관만 자의적으로 제외하고 2명만 임명했습니다. 전임 대행인 한덕수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며 '여야 합의'를 전제로 마 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강짜를 부렸습니다. 국회 의결이 곧 여야 합의를 뜻하는데도 멋대로 법을 창조한 것입니다. 그가 서울법대 출신에 행정고시 수석 합격자였다고 하니, 자기의 논리가 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면 한덕수나 최상목이 마 재판관을 끝내 임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나라가 안팎에서 급속하게 거덜 나는 게 명확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저의 상상력으로는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의 지지 세력인 국민의힘, 그리고 전광훈-손현보 일당을 돕겠다는 목적 외에 다른 걸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의 신뢰 잃은 헌재, 재조직화 요구 분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 조국혁신당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3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 조국혁신당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3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인 헌법재판소와 헌재 재판관들도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실제로 헌재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헌재 해체론과 존속 불필요론이 맹렬하게 분출했습니다. 4월 4일이 지나간다고 해도 헌재를 헌법 제정권자인 시민의 뜻을 반영하는 기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겁니다.
 
전 세계인이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군인이 총을 들고 국회와 선관위를 침탈하는 명명백백한 위헌·위법 장면을 지켜봤는데도 그런 것 하나 신속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헌재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는 여전히 타당합니다. 윤석열이 박근혜보다 백배 천배나 더 헌법을 파괴하는 죄를 범했는데도 의견 대립이니 교착상태니 하는 말이 나오는 헌재를 그대로 존속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울분은 호소력을 잃지 않습니다.
 
고구마처럼 꽉 막힌 탄핵 정국을 초래한 책임자를 책임 순으로 늘어놓자면 그 맨 앞에 한덕수가 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다음이 최상목이고, 그 뒤에 헌재 재판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덕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헌재가 선고 기일을 발표하기 전에 마 재판관을 임명하는 마지막 한 수가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헌재가 전격적으로 기일을 발표하면서 그가 마 재판관을 임명하느냐, 마느냐는 변수에서 사라졌습니다. 마 재판관 임명 카드로 정국 주도권을 쥐려던 속셈이 박살 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한덕수·최상목 응징 없이 공직윤리 복원 불가
 
'헌법파괴범' 한덕수 권한대행 고발 및 엄벌촉구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헌법파괴범' 한덕수 권한대행 고발 및 엄벌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덕수는 헌재 재판관 당장 임명, 공수처는 내란범죄자 한덕수 당장 구속" 등을 촉구하고 있다.
▲'헌법파괴범' 한덕수 권한대행 고발 및 엄벌촉구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헌법파괴범' 한덕수 권한대행 고발 및 엄벌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덕수는 헌재 재판관 당장 임명, 공수처는 내란범죄자 한덕수 당장 구속"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관료로서 한덕수는 시종 의(義)가 아니라 리(利)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자의 표현을 빌리면 군자가 아니라 전형적인 소인배입니다. 젊은시절 출세를 위해 고향을 세탁하려 했단 의혹이 있었고, 고관이 되었을 때는 발탁해 준 전임자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전혀 정책과 이념이 다른 새 말로 갈아타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국무총리에서 이명박 정권의 주미대사, 윤석열 정권의 국무총리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출세 가도를 달려온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그는 주미대사 시절, 7일간이나 치러진 노 전 대통령의 국장에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그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잘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최상목도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좀스러운 인물임이 새삼 확인됐습니다. 내란 정국에서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경제 수장이 원화를 팔고 달러 상품에 2억 원이나 투자한 것은, 법률 위반 여부를 떠나 공직 윤리 파탄자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퇴장감입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 속에서 나라의 기강이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이 있듯이, 고위 공직자가 썩은 탓이 큽니다. 내란이 일어났는데도 각료 중에서 한 명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없는 게 모든 걸 말해줍니다. 그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공직 윤리 파탄의 대표이자 주범인 한덕수·최상목은 꼭 응징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립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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