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비선조직' 차기 정권을 노린다.
아이엠피터  2012/03/19 07:00

2010년 MBC PD 수첩에서 보도하여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민간인 사찰'이 새로운 증언으로 다시 재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민간인 사찰에 관여했던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주무관은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과의 녹취록을 포함하여, 활동비,증거 인멸 등을 증언했는데, 이를 토대로 검찰은 새롭게 팀을 꾸렸고, 장 주무관을 소환해 수사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합니다. 

'민간인 사찰'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검찰총장마저 성공한 수사는 아니었다고 말할 정도로 형편없던 수사가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고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런데 '민간인 사찰'이라는 아주 중대하고 엄청난 범죄사실을 파헤치려면 그 몸통을 찾아야 합니다. 그 몸통을 찾다 보면 지금 이명박 정권을 움직였던 자들이 누구이고, 어떤 형태로 정권을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과연 '민간인 사찰'을 했던 '비선조직'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예측해보겠습니다.

■ MB정권 창출 1등 공신 '선진국민연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를 지원했던 단체 중에는 '선진국민연대'가 있습니다. 박영준 전 국무차장과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주축으로 2007년 결성된 조직입니다. '선진국민연대'는 당시 전국 200여개 각종 단체를 하나로 묶었고, 대선 당시 등록 회원만 500만 명에 가까웠습니다. 

이들의 조직력을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그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BBK 등의 공세에도 530만표로 이긴 건 '선진국민연대' 500만 회원 덕분이라고 계속 믿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대통령 주변 인물이 그게 아니라고 해도, 그때마다 ' 그건 내가 잘 안다.더 말하지 말라'고 말을 끊을 정도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선진국민연대' 당선 축하 모임에 비공개로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위기 때마다 여러분들이 강력한 동지와 협력자가 돼주고 잘못하면 건강한 비판자가 돼달라. 가까이 있어 달라”며 이들의 노고를 극찬하고 지속적인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조직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선진국민연대 간부 250여명을 모두 청와대까지 초청하여 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은 MB 정권에서 승승장구했으며 청와대는 물론, 국회, 정부기관 등 요직에 임명됐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출신들의 보은인사 출처:조선일보

MB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선진국민연대 실무자급들은 청와대 행정관 등 청와대로,중앙위원이나 의장,지역 대표는 관변단체나, 공공기관 이사장 급으로 대거 진출했습니다.

이들은 막강한 조직력을 앞세운 1등 공신으로 불렸고, 이명박 대통령은 일개 사조직에 불과했던 선진국민연대 핵심인사들에게 엄청난 혜택과 자리를 하사했습니다. 

■ MB 비선조직 '메리어트 호텔 모임'

지난해 민주당은 정치권 인사들이 서울 강남의 메리어트 호텔에 자주 모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모임에 참석한 인사들이 MB 정권의 정부 및 공기업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에 참석한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선진국민연대 출신의 박영준 국무차장,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 정인철 청와대 비서관 등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단순한 모임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이 모임은 실제 MB정권의 '비선조직'으로 역할을 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왔습니다.

'메리어트 호텔 모임'에 참석한 인사들이 연루된 각종 의혹들을 보겠습니다.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 참석한 '메리어트 호텔 모임'이 민간인 사찰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영호 비서관 혼자서 그 일을 했을리는 만무합니다. 박영준은 물론이고 그 윗선 (박영준은 원래 이상득 보좌관 출신) 의 지시 내지는 암묵적 동의로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점을 우리는 익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인철 비서관은 마치 경제수석처럼 행세하고 다니면서, 공기업, 은행장 모임을 통해 청탁과 인사개입을 했다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은 국민은행 경영자문역으로 활동하면서 와인 수입업체 '와인 프린스'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편리를 봐주었다는 의혹도 받았습니다. 

민간인 사찰부터 공공기관 인사, 그리고 특혜 대출은 물론이고 각종 비리에 연루된 이들을 보면서, 선진국민연대가 1등 공신으로 대접받으면서 각종 이권과 권력을 맘대로 누렸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 다시 정권 창출에 도전하려고 몸부림치는 '동행 대한민국'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이번 4.11총선에서 새누리당 대구 중남구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습니다. 또한 정인철 전 기획관리비서관은 경남 진주,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부산 사상구를 노렸으나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좌절됐습니다. 

이처럼 박영준,정인철, 김대식은 국회에 진출하려고 했으나 탈락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그냥 가만히 있을까요? 

▲ 2009년에 열린 '동행대한민국' 출범식 출처:동행대한민국

'선진국민연대'는 지난 2008년 10월 해체를 선언합니다. 이유는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의 비리와 각종 의혹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조직명만 바꾸고 건재한 상황입니다. 

선진국민연대의 핵심 브레인은 '선진국민정책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유선기 이사장이 관리하고 있으며, 일반 조직은 '동행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이들은 4.11총선은 물론이고 앞으로 있을 대선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먼저 민주평화통일자문회라는 국내 232개,해외 35개 조직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시 및 각 지역별 체육 연합회, 자원봉사대 등의 이름을 내건 조직들이 대부분 '동행대한민국'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재외국민투표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재외동포 재단 이사장도 권영건 선진국민연대 출신입니다. 이번에 겨우 연임이 안 됐지만, 아직도 그의 입김은 재외동포 재단에서도 통하고 있습니다. 

▲ 4대강 사업 반대를 규탄하는 보수단체 시위 출처:연합뉴스

우리는 흔히 보수우익 단체들의 시위를 그냥 단순한 수구꼴통이라는 이름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들의 행동은 꼴통에 가깝지만, 조직력만은 최고입니다. 각종 시위에 나오는 보수단체들은 나름 지역에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사람 동원이나 투표, 거짓 진술을 홍보하는 데 적극적입니다. 

'동행대한민국'이라는 단체도 사실 겉으로는 자원봉사 등의 사회 활동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도 정부시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종북좌파나 빨갱이로 모는 집회에 빠짐없이 나가기도 합니다.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가장 가까운 예는 작년 한나라당 7.4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던 점입니다. 말은 사회공헌공동체 협의회라고 하고 봉사단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정치적 영향력은 물론 지지 성명을 내기도 합니다. 

'동행대한민국'과 같은 단체가 무서운 이유는 서울은 구별로 전국은 소도시까지 이들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이 투표에 영향력을 끼친다면 적게는 몇 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 표가 움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들이 공천에서 탈락한 사실을 두고 힘을 잃었다고 하는데, 이들이 국회에 나가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서는 선거에는 막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전국적인 조직망이 가동된다면 앞으로 대선과 같은 전국 규모의 선거에서는 충분히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 2011년 10월20일 국회에서 열린 '동행대한민국' 행사 출처:동행대한민국 화면 갈무리

'동행대한민국'은 2011년 10월20일, 10.26 서울시장 선거가 있기 불과 6일 전에 국회에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서울시장 선거가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내년 대선이 좌파 정권 10년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시사 평론가들이나 정치학 박사들의 정치 예상을 형이상학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들은 이상과 관측,전망을 말하지만, 실제로 어떤 조직이 어떻게 누구를 위해 뛰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좌파정권 10년 운운하며 정권을 잡기 위해 노력했던 조직이 누구였는지, 그들이 정권을 잡고 무엇을 했는지를...

누군가는 밝은 미래를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총선과 대선을 기다리지만,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사람을 끌어모아 조직을 만듭니다. 이들이 만든 조직은 지난 MB정권에서 민간인을 사찰하고, 대한민국 요직에 앉았으며, 부정부패를 일삼았습니다. 

'동행대한민국' 참으로 아름다운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동행은 국민이 아닌 권력자와 그들의 뒤만 쫓아다니는 자들의 동행만을 의미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닌 썩은 먹잇감을 즐겨 먹는 하이에나들의 세계를 또다시 만드시렵니까?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