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황당 기자회견'... 비밀이 풀렸다
[분석] '불법사찰' 총리실, 여론조작에 조 의원 동원했나
12.03.31 16:31 ㅣ최종 업데이트 12.03.31 16:31  김도균 (capa1954)

▲ 김종익 KB한마음 주식 특혜 매수 의혹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작성한 '김종익 KB한마음 주식 특혜 매수 의혹' 문건은 지난 2010년 7월 8일 조전혁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의혹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문건 중에는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진 지난 2010년 7월 김종익 KB한마음 대표의 비리를 폭로한 새누리당 조전혁 의원의 문건이 사실은 공직윤리지원관실 내부에서 작성되었다는 것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앞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 인멸 사건의 정황을 잇따라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은 지난 28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당시 김종익 KB한마음 대표 비리를 폭로한 새누리당 조전혁 의원의 문건이 사실은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것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장 전 주무관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2010년 7월5일 또는 6일 지원관실 여직원 컴퓨터를 이용해 김 대표의 비리를 적은 A4 1장짜리 문서를 저장하지 않은 채 출력했다"며 "당시 한나라당에 제보해 발표를 하게 해서 여론의 흐름을 좀 바꾸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
 
장 전 주무관은 또 "진 전 과장이 직접 줬는지, 제3자를 통해 전달했는지는 모르지만 '조 의원에게 갖다줬다'는 얘기를 한 것은 분명하다"며 "김 대표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재판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에게 유리해지는 날이 있을 거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같은 달 7일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의 지시로 수원에서 하드디스크를 파괴하고 오후에 대포폰을 돌려주기 위해 전화했을 때 최 전 행정관은 여의도에서 시내로 나가는 중이라고 했다"며 "당시 진 전 과장과 동선이 일치했다는 검찰의 말을 미뤄 보면 문서가 전달되는 과정에 최 전 행정관도 함께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찰 문건 내용, 조전혁 의원 기자회견 내용과 거의 일치
 
▲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 연합뉴스

실제 조전혁 의원은 이튿날인 7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에 대한 비리를 폭로했다. 조 전 의원은 당시 김 대표가 주식을 취득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고, 전 정권 실세에 비자금을 조성해준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지난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최종석 행정관은 대통령 인수위에서 같은 방에 있었고, 진경락 과장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서 "(KB 한마음 관련해)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제보가 너무 구체적이고 확실해서 당장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당시 기자회견과 최종석 행정관과는 아무 관계도 없고 기자회견 내용의 출처는 제보자"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작성한 '김종익 KB한마음 주식 특혜 매수 의혹'이란 제목의 문건은 "05.4 KB 내부 하청조직인 신용협동조합(주주:KB 직원)을 'KB한마음'이란 자회사로 변경·설립하면서 100명이 넘는 퇴직 점포장 중에서 김종익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주식을 액면가로 매각, KB한마음을 김종익 개인 회사로 만든 점"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문건은 또 KB구조조정 과정에 대해서도 "강정원 행장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한 이유는 노무현 정권의 인적 청산 필요성 이외에 자신의 스톡옵션을 확보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였으며, 이를 선두에서 실행한 자는 당시 인사담당 부행장 김정민과 인사부장 손광충(부행장 역임), 김종익(명예퇴직 선동자)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고 적시하고 있다.
 
조전혁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의혹은 이 문건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당시 조 의원은 "국민은행의 아웃소싱업체인 '뉴스타트한마음(구KB한마음)'이 공개매각을 하였더라면 상당한 이익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퇴직 지점장중의 한 명인 김종익씨에게 주식의 대부분을 거저 주다시피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국민은행 내부 얘기를 들으면 정권실세와 친분이 두터운 당시 김정민 부행장(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과 손광충 인사부장이 결재하고, 강정원 행장까지 가세해 김씨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의 폭로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에 근거한 것이라는 의혹은 또 있다.
 
이 문건이 '대책' 항목에서 "국회에서 의혹 제기, 금감원 등에서 진상조사, 보고토록 조치"한다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문건은 "김종익의 좌파 성향 및 불법행위 아킬레스건을 적시함으로써 배후 세력들의 자진 이탈 유도"라는 문구로 끝을 맺고 있다.
 
당시 민간인 사찰 사건의 실체가  "전 정권 실세들과 결탁한 소수의 경영진 및 관리자들이 국내 최대의 금융기관인 국민은행을 사유화해 비자금 마련의 통로로 삼고자 하는데서 불거진 권력형 비리"였다고 주장한 조 의원의 기자회견이 실상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기획 아래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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