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낙동강에 뿌려진 시멘트 물…위험하지 않다고?
SBS | 권영인 | 입력 2012.04.01 14:57

"시간만 좀 충분히 있었더라면....."

4대강 보 현장 취재를 나갔을 때 현장 관계자가 넋두리하듯 말했다. 자연스레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왜요?"
"좀 아쉬워요. 좀 충분히 준비하고 설계하고 그랬더라면..."

'...' 속에 담긴 뜻은 다시 물을 필요가 없었다. 4대강 보 공사현장에 강바닥에 큰 구멍이 생겼다. 구멍이라고 하기엔 거대한 웅덩이다. 그 관계자는 자기 공사 현장에 길이 500m 폭 100m 깊이 27m 짜리 바닥 웅덩이가 생겼다. 웅덩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상황을 지켜보며 서로 나눈 대화였다.


'세굴현상'. 급격한 유속이나 유량변화로 바닥이 깎여나간 현상을 말한다. 지금 4대강 보 현장 15곳 중 7곳에서 세굴현상이 발생했고, 5곳은 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왜 세굴현상이 발생하는 건가요?"
4대강 보 현장에 가기 전 환경전문가에게 물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댐을 모래 위에 지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댐이 아니라 보이지 않습니까?"
"규모는 웬만한 댐보다 더 큽니다"
"댐과 보는 뭐가 다른가요?"
"댐은 암반 위에 세우지 절대 모래바닥에 짓지 않습니다."

그랬다. 보를 세우고 수문을 만들던 지난해 여름 큰비를 몇 번 맡으면서 세굴이 생겼다. 보 아래쪽으로 물이 빠르게 흘러가면서 바닥에 있던 모래가 쓸려간 것이다. 특히 잔모래가 많은 하류지역으로 갈수록 심했다. 환경단체들은 세굴을 방치하면 보 있는 곳까지 모래가 쓸려나가 결국엔 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4대강 본부 측은 강바닥 아래로 내려가면 암반이 있고, 보 역시 암반까지 기둥을 수천 개를 박아 지은 것이라 안전하다고 방어했다.

처음에는 세굴이 과연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가 궁금했다. 정부는 자연스러운 일반 현상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렇게 거대한 웅덩이가 생긴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만나고 취재를 거듭하다보니 보가 무너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세굴을 가볍게 넘기려는 관계자들의 대응은 못마땅했지만, 보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논리적이었다. 이제 이 아이템은 버려지는 길로 가고 있었다.

"현장에서 보강공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세요?"
환경전문가가 물었다.
"아뇨"
"강바닥에 콘크리트를 채워넣습니다"
"굳혀서요?"
"아뇨 그냥 생으로 집어넣습니다"
"그게 굳나요?"
"굳긴 굳어요. 그런데 굳으면서 시멘트 물이 새어나가겠죠"

죽어가던 아이템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듯 했다. 현장에 가봐야 했다. 어떻게 공사가 진행되는지 보고 싶었다. 함안보, 강정보, 칠곡보, 합천보를 돌아봤다. 정말 양생 안 된 콘크리트가 레미콘에서 곧바로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떤 공법이냐고 물었다. 시공사 측 대답은 이랬다.

"물 속에 토목섬유라고 부르는 원단을 깔아둡니다. 그리고 파이프를 통해 물속에 있는 원단 속으로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모르타르를 집어넣습니다. 세굴로 발생한 웅덩이 사면을 이불처럼 덮어서 추가 유실을 막는 거죠."
" 물속에서 시멘트가 새지 않나요?"
"특수공법으로 일정한 압력을 가해 집어넣으면 안 샙니다. 문제 없습니다."

함안보에서만 길이 100미터 폭 25미터짜리 거대한 원단을 바닥에 깔고 모르타르를 주입했다. 이런 원단만 12개가 들어갔다. 모르타르의 양만 만3천 톤, 레미콘 천 대 분량이다.

한 번 보고 싶었다. 과연 물 속에서 어떻게 되는 건지. 물속에서 시멘트가 굳는다는 것도 신기했고, 어떻게 토목섬유 안에서 시멘트가 새지 않는지도 궁금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사용된 똑같은 토목섬유를 구했다.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서 물을 채운 수조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모르타르를 주입했다. 결과는 아래 사진과 같다.


집어넣자마자 시커먼 시멘트 물은 새어나왔고, 두삽, 세삽 거듭될수록 수조 속은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탁해졌다. 물론 실제 강에서는 유량도 많고, 유속도 있어서 물에 상당부분 희석될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수조바닥을 확인했더니 새어나온 시멘트가 잔뜩 깔려있었다. 물에 희석됐더라도 강바닥 여기저기에 깔려있겠다 싶었다.

"시멘트는 어떤 독성을 갖고 있나요?"
환경전문가에게 물었다
"시멘트는 강알칼리입니다. 물을 알칼리로 만들죠"
"얼마나 심한가요?"
"우리가 함안보 수질을 재봤더니 PH9.7이 나왔어요"
"그건 어떤 수준의 물인가요?"
"5급수도 안됩니다. 미국에선 PH9가 넘어가면 생명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환경전문가가 PH 9.7이 되는 물에 금붕어를 넣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실험조건이 유사하다고 보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그 장면이 너무나 충격적일 것 같아서 그 제안은 거절했다. 또, 시멘트 속에는 발암물질인 6가 크롬과 각종 중금속이 함유돼 있다는 설명도 해줬지만, 반론도 적지 않아서 그 의견도 일단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4대강 세굴로 발생한 웅덩이를 메우기 위한 보강공사 때문에 보 주변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은 논리적이었다. 시멘트가 유실되다보니 웅덩이를 메운 구조물도 강도가 약해져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왜 물 속에서 양생하는 건가요?"환경전문가에게 다시 물었다.
"돈하고 시간 때문입니다"
"왜죠?"
"엄밀히 말하면 세굴현상이 발생했으면 물막이를 하고 물을 빼내고 공사를 해야 합니다. 바닥이 얼마나 파였는지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정확하게 시공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물막이 하는데만 수백억 원이 들어갈 겁니다. 또, 공사기간은 몇 달이 더 걸릴 거구요. 완공시기를 하루라도 앞당겨야하고, 게다가 턴키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들이 가뜩이나 이익이 없다는 4대강 공사에 또 수백억 원을 추가로 쓸 수 있는 여유가 없을 겁니다."

이제 4대강 사업본부와 시공사 측 이야기를 다시 들어야 했다.

"실험을 해 봤더니 시멘트가 일부 유출되는 것을 봤습니다."
시공사 측과 정부 측 관계자를 같이 만난 자리에서 물었다

"많지 않을 겁니다."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시멘트 배합과정에 들어간 물은 새어나올 겁니다. 하지만, 그 물이 빠져나오고 나면 새로 유출되는 시멘트는 적을 겁니다."
"물막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공법은 여러 차례 시공을 통해서 인정을 받은 공법입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시공을 못했겠죠."
" 물속 섬유에서 시멘트가 얼마나 빠져나가도 되는지 기준은 있습니까?"
"음....없습니다"
"이 공법과 관련해 무슨 기준이 있습니까?"
"강도죠. 섬유 안에 시멘트가 강도가 나오면 덜 빠져나갔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4대강 본부 측 입장도 같았다. 토목섬유 공법을 쓸 때 최종 강도만 따져볼 뿐이지 시멘트가 얼마나 유출돼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었다. 논리는 같았다. 강도가 나오면 시멘트는 많이 빠져나가지 않았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제 정리를 할 때가 왔다. 한 쪽은 치명적인 오염원이라고 말하고, 한 쪽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기자 일을 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내 결론은 이랬다. 정부 측 입장을 십분 반영해 환경오염이 되지 않았다고 하자. 보강공사 후 구조물이 튼튼하게 자리를 잡아 추가 세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하지만, 세굴은 발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시멘트 물은 새나갔다. 더욱 중요한 건 사전에 충분히 설계한 뒤 바닥보호공을 깔고, 서둘러 공사하지 않았더라면 아예 할 필요가 없었던 세굴 보강공사였다.

초기에 만났던 현장 관계자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시간만 좀 충분히 있었더라면....."
4대강 보 현장 취재를 나갔을 때 현장 관계자가 넋두리하듯 말했다.
자연스레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왜요?"
"좀 아쉬워요. 좀 충분히 준비하고 설계하고 그랬더라면..."
'...' 속에 담긴 뜻은 다시 물을 필요가 없었다.

권영인k0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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