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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사람 찍으면 사찰해서 사표 받았다"
'BH하명사건 처리부'와 '원충연 수첩' 일치..."'방해세력 제거' 정치적 사찰"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2-04-04 19:59:59 l 수정 2012-04-04 20:11:40

민주통합당 MB심판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이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와 원충연 수첩 내용을 비교하면서 정치적 목적의 BH 하명 사찰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통합당 MB심판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이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와 원충연 수첩 내용을 비교하면서 정치적 목적의 BH 하명 사찰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철수 기자

지난달 29일 KBS 새노조가 공개한 사찰문건 2619건 중에는 '하명사건 처리부'가 있다. 이 문건 곳곳에는 'BH하명'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BH는 청와대(Blue House)를 뜻하는 영문 약자다. 따라서 사찰문건에 등장한 'BH하명'은 청와대의 불법사찰 개입 의혹을 짙게 한다. 그러나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의 불법사찰 개입을 부인했다. 임 실장은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일부 직원이 청와대에 제보돼 총리실에 이첩 혹은 확인 요청된 사항을 별도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제보, 신고 또는 민원접수된 사항 중 일부는 총리실에 이첩해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업무처리 관행이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5일 'BH 하명'에 따라 실제 사찰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분석자료를 내놨다. 민주통합당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MB심판위원회)는 사찰문건 2619건 중에서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와 공직윤지리원관실에서 사찰 업무를 담당했던 원충연 전 사무관의 '수첩'을 비교해, '하명사건 처리부'에 기재된 사안이 실제로 사찰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밝혔다.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 순번 1번에는 2008년 7월 대한적십자사 이세웅 총재를 사찰한 기록이 등장한다. 원충연 수첩에는 2008년 8월 7일 회의 내용으로 '한적 다른 대로 조사(민정). 2B 입장에서 조금 더 정확한 자료. 빠르게 조사, 이중플레이, 공공의료과와 담당사무관 대질' 등이 적혀 있다. 여기서 '2B'는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비선보고를 받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을 지칭한다. 원충연 수첩 15, 16쪽에는 '외부 - 청와대, 총리실, 검찰청, 국정원. 동향보고 수신자:경찰청, 국정원, 사회수석실, 인사수석실'이라고도 적혀 있다. 

MB심판위원회 이재화 변호사는 "2008년 8월 7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및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이세웅 총재를 축출하기 위해 뒷조사한 후 사찰자료를 통해 이세웅 총재로 하여금 사표를 수리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경찰청과 국정원도 관여한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청와대에 제보나 민원이 접수되어 그것을 국무총리실에 이첩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민정수석실과 이영호 비서관의 지시에 의해 총재를 축출기 위해 사찰을 한 것임이 밝혀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웅 총재는 2008년 8월 15일자로 사표를 냈다.

국가시험원 김문식 원장 사표 건도 마찬가지다.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에는 '연번:2. 대상자:김문식, 진행상황:완료'라고 기재돼 있다. 원충연 수첩에는 '복지부 합류,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 원장 김문식(61세, 경기). 경기고, 연세대 의대, 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임기:2010. 5. 7. 감사관과 통화하여 업무추진비 확인. 형님 사업 보증으로 월급 1/3 압류. 국시원 사무국장:OOO(골수)'라는 사찰내용이 적혀 있다. 

원충연 수첩을 보면, 청와대나 총리실의 해명과 같이 'BH하명'이 단순한 이첩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정적 제거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하명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MB심판위원회 이상갑 변호사는 "(원충연 수첩) 9월 22일 회의내용 기록을 보면, '첩보 입수, 공직 기강, 하명 사건, 10월부터 방해세력 제거'라고 적혀 있다. 그 아래로 한국조폐공사 사장 등이 언급돼 있다. 이런 분들에 대한 사찰 실시 목적이 내부에서도 방해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실시됐다는 것을 수첩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광식 조폐공사 사장 건에 대해 '하명사건 처리부'에는 '순번:3, 건명:한국조폐공사 감사, 대상자:공기업 임원 사표 거부, 진행상황:완료, 비고:12.1 사표'라고 적혀 있다. 김광식 사장이 사표를 거부하자 압박해서 사표를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원충연 수첩에는 '김광식(53세, 대전), 보문고, 충남대 사회, 희망제작소 부소장, 임기:2010. 2. 27, 판공비 월 130만원, 연봉 9천만원' 등이 기재돼 있다. 

이렇듯 하명사건 처리부에 기재된 내용은 실제로 사찰이 이뤄졌는데, 2008년 7월 31일부터 같은해 12월 1일까지 원충연 수첩에는 하명사건 중 대한적십자사 이세웅 총재, 국가시험원 김문식 원장, 한국조폐공사 김광식 감사, 소방검정공사 박규환 감사 등을 사찰한 기록과 이들이 모두 임기를 마치기 전 사표를 낸 기록들이 적혀 있다. 

MB심판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은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에 순번으로 매겨져 있는 부분과 원충연 수첩의 (사찰) 내용이 일치한다"라며 "청와대가 사표를 받아야 되는 (공사 사장, 감사 등의) 사람을 찍어서 지시를 내리면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사찰을 해서 강제로 사표를 내게 만든 것이 BH하명 사건이다.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다"라고 밝혔다. 

이상갑 변호사는 "원충연 수첩과 하명사건 처리부 모두 (2010년 민간인 사찰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검찰 수사기록 중 일부"라며 "물증이 충분히 확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를 부실하게 했거나 축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재화 변호사도 "원충연에 대한 3차례의 피의자 심문조서를 보면 검사는 KB한마음 김종익 대표와 관련한 메모의 의미만 묻고 다른 메모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다"라며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어서 보지 못했거나 외압에 의해서 수사를 안 했거나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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