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민 PD “개콘 개그맨들, 내 파업소식에 충격”
1박2일 PD “국민예능 시작 때…국민께 죄송” 추적60분 PD “파업 잘 안 알려져 가슴아파”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입력 : 2012-04-04  17:40:36   노출 : 2012.04.04  17:43:01
 
KBS 새노조(위원장 김현석·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총파업이 30일째를 맞으면서 그동안 조용히 파업에 참여했던 <개그콘서트> <해피선데이> ‘1박 2일’ <승승장구>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의 PD들이 전면에 나섰다.

이들 예능 PD들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새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으로 인해 시청자들에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한 목소리로 죄송하다면서도 기본을 바로잡는다는 이번 파업의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박지영(승승장구), 고민구(불후의 명곡), 최재형(1박2일), 서수민(개그콘서트)PD -왼쪽부터 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수민 KBS 2TV <개그콘서트> 메인연출(PD)는 지난 1달 간 파업으로 다섯차례 연출에서 손을 놓게 된 것을 두고 “(방송제작이) 시청자에 대한 예능 PD의 서비스인데 불편을 끼쳐드리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일부 ‘자기들만의 이야기(파업의 목적)를 관철시키려 프로그램을 이용해 파업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 같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서 PD는 “여러 시각이 있다는 것도 알고, (파업에 대해) 불편해할 사람도 있다는 것 안다”며 “프로그램을 못보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시면 오히려 힘이 돼 빨리 파업이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KBS 개그콘서트를 연출하는 서수민PD  이치열 기자 truth710@

서 PD는 특히 파업 5주차를 맞으며 개콘 출연 개그맨들로부터 많은 안부문자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파업에 참여하게 돼 일부 개그맨들이 충격 받는 친구도 있었다”며 “안부 문자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을 통해 서 PD는 “이번 파업이 승리해야할 가장 이유는 기자와 PD가 어떤 싸움이나 목소리를 낼 때 함께 귀를 기울여나가는 분위기가 되지 않고, 계속 한 쪽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가 개선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형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 연출자는 “국민예능 프로그램(1박2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마당에 잘 살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파업 초기엔 제작을 했지만, 파업 4주차부터 방송이 정상적으로 나가지 않는 상황이 됐다”며 “기대해주는 시청자에 가장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고민구 KBS 2TV <불후의 명곡> PD와 박지영 <승승장구> PD는 “자식같은 방송을 두고 나와 가장 좋은 수준의 프로그램을 시청자들게 제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PD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KBS 방송을) 만들어놓는 게 급선무라 생각해 이 자리에 왔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라디오·시사교양 PD들은 일부 방송이 결방되거나 연출자가 다 빠졌는데도 방송에 차질이 없거나 시청자에 파업하고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라디오 연출자인 강요한 KBS 2FM <데니의 뮤직쇼> PD는 “내가 하던 프로그램 듣는 것이 마음이 굉장히 불편하다”면서 특히 “(한달째 파업을 하는데도 방송에) 차질이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파업 참여한다는 것을 시청자·청취자 여러분께 알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파업 이후 세차례 결방한 KBS <추적 60분>의 김영선 PD도 “파업 후 세 번이나 결방했는데 방송이 안나갔다는 것조차 잘 알려지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는 전원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PD는 특히 “한진중공업 사태를 취재할 때 노동자들이 ‘너무 방송사들이 안 다뤄준다’며 힘들어했다”며 “이제는 우리가 이런 입장이 됐다. 왜 싸우는지 시청자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PD는 “이번 싸움은 기본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이라며 “이런 점을 많이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영선(추적60분), 권혁만(소비자고발), 서수민(개그콘서트)PD 이치열 기자 truth710@
 
19년차 라디오 PD인 박천기 KBS 3라디오 <내일은 푸른하늘> 연출자는 “‘낙화가 될 지언정 사쿠라는 되지 않겠다’는 출사표를 던지고 자식같은 프로그램 던져놓고 나왔다”며 “부끄럽지 않기 위해 파업에 참가해 순도높은 투쟁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최근 이명박 정부가 무차별적인 민간인 사찰 뿐 아니라 김제동, 김미화, 윤도현 등 사회참여형 연예인들마저 사찰 대상에 포함시킨 사실이 밝혀진 것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23년째 다큐멘터리 PD를 하고 있는 권혁만 KBS <소비자고발> 선임PD는 연예인 사찰에 대해 “연예인은 프로그램 얼굴인데, 연예인 개인에겐 인격살인에 가깝다”며 “또한 그들은 우리 프로그램에 동거동락하는 얼굴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사찰과 같은 의미”라고 비판했다.

권 PD는 “정권의 불법행위와 무관하게 이들을 보호해야할 방송사인 KBS에서 MC선정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소신발언 하는 연예인을 솎아내는데 앞장섰다는 것이야 말로 우리 프로그램에 대한 잘못되고 해악같은 행위”라며 “김미화 윤도현 김제동 모두 유무형의 KBS 자체 내 압박에 의해 물러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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