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또 '선거개입' 사고쳤다
선관위 경고에도 복지 '딴지'..."정치권 복지공약에 최소 268조원"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2-04-05 09:48:43 l 수정 2012-04-05 10:05:40

기재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1차관, 김동연 2차관 ⓒ민중의소리/뉴시스

기획재정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 2월 '복지TF'를 꾸린 기재부는 정치권의 복지공약이행에이 소요된다고 4일 밝혔다. 

기재부 복지TF는 이날 과천청사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3차 회의를 열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복지공약 266개를 모두 집행하려면 기존 복지 예산 92조6천억원 외에도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TF를 이끄는 김동연 2차관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는 없다. 나라 살림을 맡았다는 책임을 다하도록 복지공약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양당의 재원조달방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그대로 실현되기도 어렵다. 재원을 끌어와도 추가로 추계한 재정소요와 격차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정치권의 복지재원 조달방안에 대한 평가 자료도 준비했지만 발표하지는 않았다. 김 차관은 "복지재원 추계에서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밝히면 특정 정당에 유불리할 수 있어 발표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월20일 1차 복지TF회의에서도 정당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로 드러난 복지공약을 모아 추계한 비용은 연간 43조~67조원, 5년간 220조~34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도 김동연 2차관 "현재 정치권의 공약들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하는 수준"이라며 "한정된 재원 여건에서 정제되지 않은 복지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꼭 필요한 서민복지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1차 발표 때부터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복지TF가 선관위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2차 발표를 강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선거 이후로 발표를 연기하라고 여러 차례 구두로 경고한 선관위는 복지TF의 발표에 대해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법 위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총선 이후에도 복지TF의 활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차관은 총선 이후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평가 공개 여부에 대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중앙선관위가 선거기간 특정 정당에 의도하지 않게 유.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하라고 권유했음에도 기재부가 복지정책에 시비를 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런 행태를 즉시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 의장은 기재부의 발표에 대해 "복지정책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것으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중지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강행한 4대강 사업이나 부자감세가 국가 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않던 관료들이 양극화 극복을 위한 복지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열린 기재부 복지TF 1차 회의
지난 2월 열린 기재부 복지TF 1차 회의 ⓒ뉴시스

한편 기획재정부의 선거 개입이 사실상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기재부 수뇌부의 의중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박재완 장관은 지난 2월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선거를 앞두고 다듬어지지 않은 복지공약이 양산되고 있다"며 "재정의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복지공약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장관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출신으로 MB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을 지내다 노동부 장관에 이어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때부터 '선거를 앞둔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취임사에서는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테레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밖에 신제윤 기재부 1차관도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 포퓰리즘 때문에 웃음을 잃었다"며 "공무원 생활 30여년을 했는데 선거를 여러번 치뤄봤지만 요새가 가장 심한 것 같다"며 "관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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