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돈다발, 청와대가 빼갔나?
민간인 사찰 '증거 인멸' 자금 추적 실마리... 검찰 수사 의지에 달려
12.04.05 08:49 ㅣ최종 업데이트 12.04.05 08:49  김시연 (staright)

▲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지난해 4월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5,000만원 돈뭉치를 촬영한 사진. 5,000만원은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으로 묶인 5만원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로 구성되었다. ⓒ 오마이뉴스 <이털남>

민간인 사찰 증거 인멸에 사용된 5천만 원 돈다발의 '몸통'은 밝혀질까?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4일 청와대에서 '증거인멸 무마용'으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5000만 원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5천만 원 돈다발 주인공은 청와대?
 
이 사진은 장 전 주무관이 지난해 4월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전달한 돈다발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둔 것이다. 앞서 장 전 주무관은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했다고 들었다"고 밝혔지만 장석명 비서관과 청와대는 돈 전달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 돈다발은 5만 원 신권 지폐 100장씩 10뭉치가 '관봉' 형태로 묶이고 비닐 압축 포장까지 된 상태에서 전달됐다. 돈다발을 묶은 띠에는 '수량 1000장'이란 표시와 함께 기호 '00272', '포장번호 0404'라고 명기돼 있고, 지폐 일련번호 역시 'CJ0372001B'부터 'CJ0373000B'까지 끊김없이 이어져 한국조폐공사에서 나온 상태 그대로임을 알 수 있다. 이 돈다발이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거쳤다면 자금 출처를 밝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발행국은 이날 <오마이뉴스> 보도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은행은 은행권에 기호와 번호(낱장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한국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납품한 시기와 장소는 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조폐공사에서 납품받은 은행권은 한국은행 발권국과 지역본부에서 보관하다 금융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무작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언제, 어느 금융기관 앞으로 지급되었는지를 알 수는 없다"고 밝혔다.
 
▲ 민간인 사찰 자금 흐름도 ⓒ 고정미

2천만 원 넘으면 FIU 등록... 자금세탁방지제도 제구실할까
 
결국 남은 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거래 기록이다. 자금 세탁이나 불법 자금 유출입을 감시하려고 마련된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에 따라 하루 2천만 원 이상 현금 입출금할 경우 거래 정보가 FIU에 자동 등록된다.
 
다만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시중 은행에서 현금 5천만 원을 한 번에 인출했다면 거래자 성명과 주민번호, 계좌번호, 인출 시점, 창구 위치 등 거래 정보는 FIU에 자동 등록되지만 인출한 지폐의 일련번호나 권봉에 적힌 번호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지폐 일련번호만으로 누가 인출했는지 추적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5천만 원이 한꺼번에 인출된 게 분명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거래를 거쳤다면 FIU에 금융거래정보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5000만 원 이상 현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경우는 드물고 내부 전문가들이 자금 세탁이 의심될 경우 의심거래보고서도 작성하고 있다"면서 "검찰이나 경찰, 국세청 등에서 범죄 수사 목적으로 요청하면 영장 없이도 금융거래정보 열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단 한국조폐공사가 문제의 5천만 원 돈다발을 한국은행에 납품한 시점부터 이 돈이 장진수 전 주무관에서 전달된 시점 사이, FIU에 등록된 5천만 원 이상 금융 거래를 집중 추적한다면 자금 출처를 찾는 게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불법 자금 세탁을 막으려고 마련된 자금세탁방지제도가 제구실을 한다면 남은 건 검찰의 수사 의지인 셈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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