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박근혜 편이 더 공정했다?
일방적 홍보장 된 단독 TV토론... 과거사 등 민감한 부분 전혀 언급 안해
12.11.27 10:35 l 최종 업데이트 12.11.27 10:35 l 민동기(press21)

▲ 박근혜 TV토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단독 TV토론 (YTN 화면 캡처) ⓒ YTN

"이 무슨 거성 쇼도 아니고 박근혜 쇼!" 
"정말 황당하네요. 토론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듯. 토론=홍보?" 
"이거 정말 부창부수네!" 
"구직 체험하는 공주님" 
"나 참 반장 뽑나?" 
"면접... 제 선택은 탈락입니다." 

26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단독TV토론'에 대한 SNS 반응입니다. 실제 어제(26일) TV토론을 보는 동안 감상평이 SNS에 계속 올라왔는데 주로 '한심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어제 박근혜 후보 '단독TV토론'은 한국 방송사에 한 획을 그은(?) TV토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투성이였다는 얘기입니다. 

토론회 구성과 내용이 전반적으로 문제였지만, 본격적인 TV토론이 시작되기 전 방송된 '예고 화면'은 압권이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TV토론'이라는 자막과 함께 청와대가 배경으로 등장하더니 갑자기 '하얀 빛'이 청와대 뒤쪽에서 등장합니다. 그러더니 화면 전체가 '반짝반짝' 밝게 빛을 내게 합니다(SBS 기준). 현직 대통령 TV토론도 아니고 단독으로 진행하는 특정 대선후보 TV토론에 이 무슨 어이없는 행태인지. 올해 초 방송됐던 SBS <힐링캠프> '박근혜 편'이 훨씬 공정하고 세련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올해 초 방송된 SBS <힐링캠프> '박근혜 편'이 더 공정했다? 

이번 박근혜 후보 단독TV토론의 문제점에 대해 오늘자(27일) 일부 신문이 지적하고 있는데 보도 내용을 간략히 추려봅니다. 

"미리 짜놓은 형식에 따른 '나홀로 토론'에 깊이 없는 질문, 사회자의 지나친 개입, 제한된 정책토론 주제 등 내용까지 대선 후보의 토론으론 보기 드문 '특이한 토론'이었다 …  국민이 박 후보를 면접하는 콘셉트로, 포맷과 패널 선정이 모두 캠프에서 낸 안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 정책비전 설명까지 약 15분 동안은 패널도 없이 박 후보가 혼자 말하는 독무대였다 … 정책 주제는 박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수도권 및 2040세대를 겨냥해 가계부채 문제, 하우스푸어 등 주택문제 등에 집중됐다. 외교·안보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경향신문 2012년 11월27일자 5면) 

▲ 경향신문 경향신문 2012년 11월27일자 5면 ⓒ 경향신문

"새누리당이 준비팀을 꾸려 내용과 형식, 방청객 등을 미리 준비한 탓에 긴장감이 떨어진 토론회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 새누리당이 토론회 시작 전까지 패널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구설에 휘말렸다. 토론회 패널로 나온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 '고소영' 내각 파문 당시 한 방송 토론회에 나와 '현대사 과정에서 땅 투기를 안 한 사람이 거의 없다, 안 한 사람이 바보 아닌가'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출신이자 뉴라이트 싱크넷 회원 출신이다." (한겨레 2012년 11월27일자 5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TV토론 방송이 방송 3사는 최소한의 중계인력만 파견한 채 송출만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번 박 후보 토론방송이 특정 후보 행사 방송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백기승 공보위원은 '송출을 제외한 방송의 모든 과정은 우리 캠프에서 전담한다'며 '이는 원래 (단일화 토론 때 했던 것처럼) 해왔던 관례에 따라 하게 된 것이며, 방송 내용과 형식 일체를 SBS 쪽에서 관여하지 않고, 다른 지상파 방송이나 종편, 보도채널에 송출을 배분해주는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2012년 11월26일 온라인판) 

▲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2012년 11월26일 보도 화면캡처 ⓒ 미디어오늘

사실 이번 박근혜 후보 토론회는 시작 전부터 편파방송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대본 유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어제(26일) 토론에서 유출됐다고 알려진 대본과 비슷한 내용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유출됐다고 알려진 대본에 '왜 시장 보러 갔는데 달랑 8천 원만 들고 가셨어요?'라는 대목이 있었는데 이는 어제 방송에서 자갈치 시장 방문 사진과 함께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박근혜 후보와 관련해 민감한 부분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박 후보 캠프 의뢰를 받은 외주제작사에 의해 제작된 토론회인데다 새누리당이 준비팀을 꾸려 내용과 형식, 방청객까지 미리 준비했는데 민감한 부분이 언급될 리가 있겠습니까. 

<한겨레>가 오늘자(27일)에서 보도한 것처럼 "과거사 인식 문제나 의사 결정 과정의 불투명 문제, '불통' 논란,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의 갈등 등 수차례 박 후보의 과제로 지적된 부분에 관한 물음"이 절대 나올 수 없는 일방적 홍보방송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무슨 대선후보 TV토론회?... 방송사와 새누리당은 부끄러운 줄 알라 

이런 정도라면 '이게 무슨 대선후보 TV토론'이냐는 비판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언론은 더욱 그래야 합니다. 대본 사전유출 의혹에다 일방적 홍보방송 논란까지 불거졌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지요. 

하지만 KBS·MBC·SBS 지상파 방송3사를 비롯해 거의 대다수 언론이 '박근혜 후보 홍보방송'으로 전락한 TV토론의 문제점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문제점은커녕 박 후보가 TV토론에서 밝힌 정책공약을 화사한 사진과 함께 다시 한 번 강조해주는 '간접홍보'까지 해줍니다. 일부 언론이 대본유출과 관련한 논란을 다루기는 했지만,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공방으로만 보도할 뿐입니다. 이건 전형적인 '공방 중계보도' '알리바이형 보도'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사실 오늘자(27일) 발행된 신문(전국단위종합일간지 기준) 가운데 가장 발가벗고(?) 박근혜 후보 홍보에 나선 곳은 조중동이 아니라 <서울신문>입니다. 예상과 달리(!) <조선일보>가 어제(26일) TV토론을 3면에서 간략히 언급하는 수준으로만 내보내고, <중앙일보>가 밋밋한 토론회였다는 평가한 것과 달리 <서울신문>은 적극적인 지면 배치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 서울신문 서울신문 2012년 11월27일자 1면 ⓒ 서울신문

1면 제목을 '박 "70%가 중산층 되는 나라 만들겠다"'로 뽑은 <서울신문>은 3면과 4면을 '박근혜 후보 TV토론' 기사로 채웠습니다. 물론 민주통합당의 토론회 비판과 이번 토론에서 '과거사 언급'이 없다는 점을 거론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어제(26일)의 TV토론을 다시 보여주는 수준이었습니다. 토론회 자체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오늘(27일)부터 대통령 후보 선거운동이 시작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대놓고 박근혜 후보에게 편파적인 신문과 방송이 즐비한 상황에서 과연 공정한 대선이 치러질 수 있을까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편파방송과 보도'를 하면서도 내부비판이 거의 없다는 것도 저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vs 문재인'이 아니라 '박근혜+조중동 및 친박 언론 연합 vs 문재인'의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게재했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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