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비보이 사건'…노동계 '박근혜 지지동원' 논란
한국노총 일부 노조위원장 "박근혜 지지선언에 동의없이 연명됐다"
김윤나영 기자  기사입력 2012-11-29 오후 3:44:12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비보이들이 "강제로 동원됐다"고 밝혀 파장이 일어난 가운데, 이번에는 노동계에서 박 후보에 대한 '동의 없는 연명' 문제가 불거졌다.

새누리당은 26일 '한국노총 서울지역 대표자들의 박근혜 후보 지지를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하고, "한국노총 소속 서울지역 20개사 노조 대표자들이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며 "더 많은 노동자들이 뜻을 모아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논평에서 "박근혜 후보야말로 '진정한 노동자, 서민의 벗'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여 전폭적인 지지를 결정했다"는 서갑순 금속노련 서울지역본부 위원장의 말을 인용했다.

새누리당 논평이 올라오자마자 한국노총 자유게시판에는 수십 개의 항의 글이 쇄도했다. 특히 박 후보 지지 단체로 이름이 올라간 20개 노조 가운데 아디다스코리아 노조, 한국환경공단 노조, 서울특별시청 노조는 "우리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동의 없이 지지명단에 이름 올려…서울노총 탈퇴할 것"

이춘수 한국환경공단 노조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박 후보 지지와 관련한 회의도 없었고, 있었더라도 어디에서 이뤄졌는지 모르고 가지도 않았다"며 "산하 조직의 아무 동의도 없이 (이번 지지선언 연명을 위에서) 결정했다"고 반발했다.

이 위원장은 "저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사람도 아니고 지지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라며 "굳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우리 조합원들이 직접 하지 왜 거기서 하느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번 연명 사태에 반발해 "한국노총 서울노총 지역본부를 탈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태 금속노련 서울지역본부 사무국장도 "(금속노련 서울지역본부 서갑순) 의장 혼자의 생각을 금속 서울지역본부의 결정사항이라고 올려 노동계에 환멸을 느낀다"며 "서갑순 의장은 이에 대해 해명하고, 금속연맹은 사실관계를 조사해 규약대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갑순 서울지역본부 위원장 "단위노조와 논의 안 했지만…"

새누리당의 논평에 언급된 서갑순 금속노련 서울지역본부 위원장은 박 후보 지지에 대해 "(산하 노조들과) 논의는 안 했다"면서도 "내가 서울노총 부의장이기도 해서 부의장단과만 이야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지지선언을 하지 않은 노조까지 이름을 올린 이유에 대해서 서 위원장은 "부의장들 가운데 참석한 부의장도 있고 통화가 안 됐던 사람도 있었다"면서도 다만 "(20개 노조) 명단을 누가 올렸는지는 나도 모른다"고 해명했다.

"노동계 지지에 대한 새누리당 측의 조급함이 빚은 해프닝"

노조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노동계 지지에 대한 새누리당 측의 조급함이 빚은 해프닝"이라고 평가했다.

노동계 소식에 정통한 한국노총 산별연맹 관계자는 "박근혜 캠프에서 노동 특보를 하는 사람들이 몇 분 있다"며 "문재인 노동 캠프가 1000여 개 노조 45만여 명의 지지선언을 이끌었는데, 새누리당 측으로서는 노동계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노동위원회 분과위원 가운데 한국노총 출신 인물은 최봉홍 의원, 김성태 의원, 신진규 전 울산본부 의장, 양병민 전 금융노조 위원장 등이다.

또 다른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지선언을 하려면 공식적인 결의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지지성명을 발표하니 현장 정서와도 괴리된다"며 "(새누리당과 밀접한 위원장이) 단위노조의 의견조차 묻지 않고 돌출행동을 해서 악수를 뒀다"고 분석했다.

한국노총 "대선후보 지지 관련 공식입장 아직 없다"

대선후보 지지와 관련해 한국노총의 공식방침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총연맹 기조가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지를 이어간다는 것인 만큼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대의원대회에서 지지할 대선후보를 새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산하 조직 지지선언을 보면 다양해서 총연맹이 어느 한쪽으로 정리하기에는 아직까지 신중하다"면서도 "결의를 통해서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면 조직의 입장이 아니라 서갑순 금속노련 서울지역본부 위원장 개인의 입장이겠지만, 총연맹이 다른 단위에 이래라 저래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박 후보 지지선언을 한 연명 노조 위원장으로는 서울시 버스노조, 한국환경공단 노조, 전국택시노련 서울지역본부, 금속노련 서울지역본부, 서울특별시청 노조, LG전자 노조, LG U플러스 노조, 대한항공 노조, 한국공항 노조, 롯데제과 노조, 롯데쇼핑 노조, 새마을 운동중앙회 노조, 대선제분 노조, 신영와코루 노조, 신영섬유 노조, 방림방적 노조, 철도서비스 노조, 건국대학병원 노조, 아디다스 노조 위원장 등이 거론됐다.
 
/김윤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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