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가덕도에 신공항” 애매한 표현, 당내도 혼선
강병한·이재덕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새누리당이 30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부산·경남(PK)을 방문,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촉발점이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발언이다보니 모순된 내용이 포함되고, 의미를 둘러싸고 내부의 해석도 엇갈린다. 

박 후보는 이날 부산 유세에서 신공항 입지 선정에 대해 “최고 전문가들이 객관적 평가를 내릴 것”이라면서 “부산 가덕도가 최고 입지라고 한다면 당연히 가덕도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신공항에 걸고 계신 부산시민의 기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후보는 이어 “부산시민 여러분께서 바라고 계신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신공항의 부산 가덕도 유치를 시사한 것으로 들리는 발언이다. 하지만 객관적 평가를 강조하면서 애매하게 가덕도로 위치를 언급하는 등 모순적인 입장도 엿보인다. 

부산 출신 서병수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후보는 진정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어디 위치하는 것이 국가 장래에 도움을 두는지 초점을 둔다”며 “정치적 고려를 절대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전문적 용역기관에 맡겨 위치를 결정하겠다고 (박 후보가)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늘 부산에서의 말도 그 연장선상에서 객관적 평가가 이뤄지면 ‘아마 가덕도에 신공항이 가지 않을까’ 그런 맥락에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객관적 평가와 정치적 고려 배제를 앞세우면서도 부산 가덕도 유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선대위 내부에서 당장 서 총장과 다른 해석이 나왔다. 박선규 대변인은 서 총장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신공항은) 어디 한 군데로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사무총장은 하나의 예를 든 것으로, 객관적 조사에 앞서 어느 쪽이라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박 후보도) 부산에서 예를 들어 물으니 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객관적 조사에 앞서 가덕도를 언급한 박 후보와 서 총장의 발언은 “거짓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 같은 혼선은 결국 박 후보가 대구·경북(TK)의 민심을 고려해 전문가 조사라는 ‘원칙’을 내세우는 동시에 부산 민심을 겨냥해선 가덕도를 거론하는 고도의 ‘정치적 고려’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앞서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부산 금정구 서동시장 유세에서 “TK표를 포기한 문재인 후보는 가덕도에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박 후보는 TK표도 받아야 하겠지만 PK표도 받아야 하지 않느냐”면서 “그런 특수한 입장인 박 후보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박 후보가 조금 애매한 표현으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약속하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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