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개입의혹 짙은데…검찰, 윗선은 캐묻지도 않았다
등록 : 2012.12.06 08:39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 회원들이 지난 6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불법사찰 재수사 기록 입수 검찰 재수사 어땠기에
문건에 ‘이대통령 지칭’ 수두룩한데, 
박영준·이영호 조사때 묻는 시늉만 뜬금없는 답변에도 다시 추궁 안해
이상휘 ‘입막음용 돈살포’ 진술에도 한차례 참고인 조사만 한뒤 불입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의 권력 투쟁으로 위기에 몰렸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비선 보고’ 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영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독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한마디 덕분이었다.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지원관실 문건에는 ‘上(상)’, ‘VIP(브이아이피)’ 등 이 대통령을 지칭하는 단어가 수두룩했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수사는 스스로 몸통임을 자처한 이영호 비서관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서 멈추고, 그 ‘윗선’으로 오르지 못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수만쪽에 이르는 재수사 기록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라인이 지원관실 활동에 개입했는지를 묻는 검사의 질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박영준 차장에 대한 신문조서를 보면, 당시 검사는 “지원관실 문건 중 ‘조치결과’에 ‘인사개입 추가해서 VIP께 보고(박차)’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당시 피의자가 인사개입 정보 등을 추가해서 VIP께 보고하라고 재지시까지 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고 질문했다. 박영준 차장이 내놓은 답변은 다소 뜬금없었다. “당시 ○○○을 둘러싸고는 시끌벅적했습니다. 제가 우연한 기회에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그런 안 좋은 얘기들이 있다는 얘기를 한 기억도 납니다.” 그러나 이렇게 맥락에 맞지 않는 답변에도 검사의 추궁은 더 이상 없었다.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가 됐는지를 묻던 신문은 갑자기 ‘김주훈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아느냐’는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후 “사실과 다르다”는 박영준 차장의 답변이 나올 때마다, 검사는 또 다른 주제의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이영호 비서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한 행동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습니다”라는 이 비서관의 거듭된 답변에, 근거를 들이대며 추궁하는 검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입막음용’ 돈 살포 수사에서도 이어졌다. 이상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까발리고 폭로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 지원관실 직원들한테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범인도피의 범죄 의사가 있었음을 실토한 꼴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상휘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을 뿐,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또 검찰 수사는 이상휘 비서관이 진경락 과장, 원충연 팀장 등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돈의 출처도 파고들지 못했다. 이 비서관뿐만 아니라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팀장 등도 돈 전달에 나서는 등 청와대의 조직적인 자금 조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이 비서관은 “가지고 있던 돈과 후배에게 빌린 돈을 나눠줬다”는 등의 답변만 반복했다. 현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범인도피 혐의 적용을 지렛대 삼아 강하게 추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4월 검찰 재수사 당시에도 입막음용 돈봉투를 건넸던 청와대와 총리실 직원 가운데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참고인이 있었으나,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를 접한 뒤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노현웅 김태규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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