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도 못 지킨 박근혜의 ‘세 가지 약속’
박상주  2012/12/04 11:43 

1. “현직 대통령 공격 안한다”더니 MB때리기 시작하고
2. "지킬수 없는 약속 안한다"더니 경제민주화 저버리고
3. "언론 자율성과 독립성 인정한다" 더니 방송3사 압박 

정치 모리배들의 조변석개(朝變夕改) 혹은 조삼모사(朝三暮四)는 흔하디흔한 일상의 일이다. 그들의 허언(虛言)을 하나하나 타내는 거야말로 무망하기 짝이 없는 짓. 그러나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그 당직자들의 식언은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국민들을 아예 대놓고 기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땅엔 눈멀고, 귀먹은 백성들만 살고 있는 줄 아는지….
 
지난 달 23일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야권 단일후보에 맞설 박 후보의 세 가지 전략을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저는 이것을 박근혜 후보의 위험한 실험이라고 규정한다”고 심하게 초를 치기까지 했다.
 
 
박 후보의 세 가지 대선전략 중 첫째는 “표를 얻기 위해서 현직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박 대변인은 “지금까지 여당의 모든 대통령 후보는 현직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선거 전략의 한 축으로 삼아왔다. 정동영은 노무현, 노무현은 김대중, 이회창은 김영삼, 김영삼은 노태우, 노태우는 전두환. 각각 현직에 있는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여당 대통령 후보들의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단 한 차례 예외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전략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기”다. 박 대변인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큰 불만은 정치인이 선거 전에 온갖 약속을 다 해놓고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전략은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언론은 스스로의 책임감과 노력으로 공기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박근혜 후보의 믿음”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런 세 가지 대선 전략을 며칠이나 지켰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가지 모두 채 일주일을 지탱하지 못했다. 첫 번째 전략은 지난달 30일 부산 서부버스터미널 앞 유세장에서 가볍게 깨져버렸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고, 이명박(MB)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다”며 현직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박 후보는 2일 강릉시 유세에서도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양적성장과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MB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박 후보가 첫 번째 전략으로 내세운 ‘여당 후보가 표를 얻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박 후보는 정말 ‘유체이탈 화법의 달인’이다. MB정권의 공동책임자 이면서도 때론 뚝 떨어져서 남 이야기하듯 한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박 후보는 MB와 함께 부자감세 100조, 4대강 사업 22조, 언론악법 날치기 등 숱한 실정을 저질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양측은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MB 내곡동사저 특검 연장 저지, 김재철 MBC사장 해임안 부결 공작, 야권에 대한 NLL 합동공세 등에서 찰떡공조를 과시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뻔뻔스럽게 우린 남남이라며 발뺌을 하시겠다고? 누구 말마따나 그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위장이혼’일 뿐이다.
 
박 후보의 두 번째 대선 전략인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기”는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말이다. 박 후보는 불과 한 달 전까지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를 무늬만 남긴 채 꿀꺽 식언해 버렸다. 지난 달 16일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재벌개혁과 관련된 핵심 항목들은 쏙 빼버렸다.
 
대표적으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중요 경제 범죄자의 국민참여재판회부, ▲대규모집단법 제정, ▲재벌총수 및 임원진 급여공개 등 경제민주화의 ‘앙꼬’들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내실 있는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던 국민들과의 약속을 한 순간에 저버린 것이다. 경제민주화 약속을 내걸고 영입을 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내팽겨진 헌신짝 꼴이 되고 말았다.
 
박 후보의 세 번째 대선 전략인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국민을 우롱하는 코디미일뿐이다. 지난 달 14일 문방위 간사인 조해진 의원을 비롯해 김장실, 염동열, 이우현, 이재영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한국방송공사(KBS)와 문화방송(MBC), 서울방송(SBS)등 3사를 돌면서 “방송 3사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만 편파적 보도로 일관한다”며 항의했다.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하는 건 고사하고 언론사를 대놓고 협박한 것이다. 공영방송을 장악한 것도 모자라서 아예 대선 홍보단으로 편입시키겠다는 횡포까지 부리고 있는 꼴이다.
 
박 후보는 이러고도 스스로를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고 우기려는가. 시정잡배들도 이처럼 뻔뻔스럽게 식언을 하지 않는다. 박 대변인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큰 불만은 정치인이 선거 전에 온갖 약속을 다 해놓고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던가. 그 말 그대로 인용해 고언을 드린다. 박 후보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온갖 약속을 다 해놓고 며칠 만 지나면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 잘난 수첩은 장식으로 가지고 다니시는 건 아닐 테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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