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조작 십알단, 보수 개신교의 작품
'십알단 목사'로 지목된 윤정훈 "직접 고용하지 않았지만 단체는 알고 있다"
데스크 승인 2012.11.09  21:23:11  정재원 (jlovej77)

▲ 윤정훈 목사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활동하는 십알단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 영상 갈무리)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한 개신교 목사를 중심으로 뭉친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이들을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라 부르며, 십알단의 활동을 폭로했다. 십알단은 개신교가 특정 정치 세력과 결탁한 탓에 붙여진 이름이다.

십알단이 알바(아르바이트) 계정으로 의심받는 이유는, 이들이 자신의 글을 자발적으로 올리기보다는 다른 트위터리안이 올린 글을 기계적으로 리트윗(재전송)하는 형태로 계정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운영하지만 자기 글은 하나도 없이 남의 글로만 가득 채운 것이다. 이들은 특히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몇몇 보수 성향 트위터리안의 글을 조직적이고 집단으로 리트윗하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상대 후보인 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비방 여론을 확대하는 데 열을 올린다. 안 후보의 다운 계약서 논란이나 논문 표절 의혹을 집요하게 공격하거나 NLL 논란을 키우는 식이다. 십알단 계정에서는 일반적인 이용자들과 같이 사적인 내용의 글이나 남들과 주고받은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로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목적으로 계정이 운영된다.

윤정훈 "십알단은 자발적 애국 보수", 누리꾼 "알바라는 정황적 근거 있다"

십알단의 리트윗 대상은 몇몇 보수 성향의 트위터리안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중 윤정훈 목사(소셜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나꼼수가 새누리당 공보 조직의 얼굴마담 격이라고 지목한 핵심 인물이다. 나꼼수가 윤 목사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대형 교회 부목사 출신으로 안철수 공격과 박근혜 옹호 트윗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누리꾼으로부터 십알단 목사로 지목됐다.

 
▲ 보수 성향의 파워 트위터리안인 윤정훈 목사는 안철수·문재인 야권 후보에 대해서는 공격적이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트윗을 즐겨 올린다. (윤정훈 트위터 갈무리) 

SNS 전문가를 자처하는 윤 목사도 의혹 당사자가 본인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윗 한 번만 RT(리트윗 Retweet의 약자) 하셔도 십알단 단원이 되십니다. 박근혜 대통령 시계를 선물로 드릴 예정입니다"며 박근혜 후보를 위한 10만 십알단 모집 공고를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알바 운영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윤 목사는 십알단을 "자발적 애국 보수"라 칭하며 "파워 트위터리안에게 대부분 이런 RT들이 붙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꼼수가 보수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트윗을 RT하는 계정들을 알바 계정이라 몰아세운다"며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사과하고 정정 방송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십알단 존재에 대한 여러 정황적 근거를 제시하며 윤 목사의 말을 반박했다. 한 누리꾼은 윤 목사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나꼼수의 폭로 전후로 리트윗 수가 현저히 차이 난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나꼼수의 폭로에 당황한 나머지 활동을 중단하거나 계정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목사 트윗에 대한 리트윗 횟수는 평균 300회 이상에서 30회 이하로 현격히 떨어졌다.

아울러 윤 목사의 트윗이 리트윗되는 시점이 특정 시간대에 발생한다는 점도 알바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지적됐다. 일반적으로는 트윗을 올리면 92% 이상의 리트윗이 한 시간 이내에 발생하고, 그 이후로는 리트윗되는 비율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마련인데, 윤 목사에 대한 리트윗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누리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목사의 글에 대한 리트윗은 글이 올라온 시점과 상관없이 특정 시간대에 급격히 올라가는 패턴을 보였다. 가령 오후 12시에 올라온 글이 전혀 리트윗되지 않다가 새벽 4시에 갑작스럽게 리트윗되는 식이다.

논란 일자 의혹 인정…"내가 고용한 건 아냐"

누리꾼의 반박이 거센 가운데 십알단을 자발적 애국 보수라며 알바 의혹을 부정했던 윤 목사는 결국 입장을 바꾸었다. 지난달 2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 알바봇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윤 목사는 직접 알바를 고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위터 알바를 돌리는 보수 기독교 단체를 알고 있다"며 "나도 억울한 피해자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단체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 단체에 피해를 줄 수 있어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개신교가 특정 후보를 위해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윤 목사는 현재 새누리당 디지털정당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19만 팔로워를 거느리며 외곽에서 새누리당을 돕던 윤 목사가 직접 당에 들어가 당원 대상으로 SNS 교육에 나선 것이다. 나꼼수가 제기한 십알단에 대한 의혹이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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