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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아이패드 소지했다는데'보도가 오보라구요?
[기자수첩]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입력 2012.12.13  14:05:34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토론장에 가방을 들고 입장하는 모습과 가방의 뭔가를 보고 있는 장면을 잡아낸 11일자 SBS 뉴스 화면 캡쳐. 선방위의 주장과는 달리 박 후보가 입장할 때 관계자로 보이는 이가 세트에 있어 충분히 저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와 달리 왜 박 후보는 가방을 갖고 입장한 것일까? 그리고 그 가방을 왜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본 것일까? 그 답은 선방위가 찾아야 할 문제이고, 관리해야 할 문제이다.

1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이하 중앙선방위)는 기자가 쓴 미디어스의 기사 ‘박근혜 TV토론 '아이패드 소지했다'는데’ 보도에 대해 ‘오보’라는 입장을 담은 ‘브리핑’을 발표했다. 중앙선방위는 “일부 인터넷 기사에서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이하 선방위) 공보 담당자는 아이패드가 맞다’라고 한 보도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졸지에 ‘오보’를 쓴 상황이 된 만큼 불가피하게 취재 과정의 전말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당일 기자는 중앙선방위의 공보 담당자와 통화했다. 통화는 11일 대략 오후 4시 경에 이뤄졌다. 사무실 유선 전화로 선방위 유선 전화와 통화했다.

당시, 그와의 통화는 크게 3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질문은 논란이 되고 있는 박근혜 후보 규칙 위반 여부에 대한 선방위의 판단이었다. 기자는 "박근혜 아이패드 건으로 전화했다"고 밝힌 뒤, 민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규칙 위반' 여부에 대해 물었다. 선방위 공보 담당자는 “규칙 위반이 아니다”라며 “안내 자료에 지참물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사전에 안내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공보 담당자의 얘기는 문제가 있지만 제재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1차 TV토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사랑의 열매’ 배지를 착용해 문제가 되고, 결국 제거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그는 “그것 역시 규칙과 안내 자료 위반은 아니었지만 새누리당 측에서 문제제기를 해와 이를 민주당에 알렸고 문 후보가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공보담당자도 동의하는 통화 내용이다.

전화를 끊기 전 마지막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아이패드가 맞느냐’고 물었다. 최종적인 확인을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그는 “민주당이 그렇게 말하고, 새누리당도 인정했다니 맞는 것 같다”고 말한 뒤 다소 긴 호흡을 쉬고 “아이패드라는 건 확인했다. 3차 토론 때에는 더 신경을 써서 잘 하겠다”고 말했다. 통화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관련 기사가 출고됐다. 관련 기사에는 공보 담당자의 발언이 거의 그대로 인용됐다. 기자는 당연히 취재의 기초 자료가 되는 대화의 녹취록을 갖고 있다.


▲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기사가 출고된 직후 전화를 걸어와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선방위 누구와 통화했느냐"고 물으며 "선방위에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관련 기사가 출고된 지 얼마 안 돼 공보담당자의 입장이 급변했다. 기사가 출고된 이후 박근혜 후보 캠프 이정현 공보단장이 직접 미디어스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 공보단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항의는 언론 입장에선 빈번한 일이기에 “선방위 관계자와 통화한 대로 쓴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공보단장은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런 기사를 써서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기자는 이 공보단장과 일면식이 없고, 처음 통화하는 사이였다. 이에 기자는 “선방위 관계자와 통화한 대로 쓴 것일 뿐”이라며 선방위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이 공보단장은 “선방위 누구와 통화했느냐”고 물었고, 기자는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공보담당자와 통화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보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첫 마디가 “왜, 기사를 그렇게 썼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한 그대로 썼다”고 말하자 “언제, 아이패드를 확인했다고 말했느냐”고 물어왔다. 옥신각신이 길어졌다. 그에게 앞서 통화한 내용의 풀 녹취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줬다. 이에 그는 “말했다는 사실 관계를 부인하지는 않겠으나, 아이패드를 확인했다는 건 선방위 입장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입장이 곤혹스러운 것은 알겠다”고 말하며 “이정현 단장이 전화를 해오고 일이 예민해져서 그런 것이냐? 아까는 아사무사하게 통화한 내용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정현 단장이 자신에게도 전화를 걸어왔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그에게 풀 녹취록을 사진 캡처 받아 보내주고, 2차례 통화를 더했다. 그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지만, ‘아이패드를 확인했다’고 말한 대목은 “민주당도 그렇게 말하고, 새누리당도 그렇다고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맥락이었다”고 주장했다. 통화를 한 당사자 입장에서 그의 이런 입장은 ‘녹취 문장을 읽어보고 구성해낸 해석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공보 담당자에게도 이 얘기를 고스란히 전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그와 나는 오래도록 ’주어‘가 없는 통화를 한 셈이고 그 역시 "규칙 위반은 아니다", "제재할 강제력이 없다", “3차 토론 때는 신경 써서 잘 하겠다”는 말을 굳이 할 필요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아이패드‘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공보 담당자와의 1차 통화는 기자 입장에선 의사소통이 완벽하게 이뤄진 취재였다.

기사가 출고된 이후 몇 가지 추가적인 사실이 확인됐다. 박 후보가 토론 당일 입장하며 가방을 들고 들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게다가 들고 들어간 가방이 두 개나 됐다는 사실이 다른 언론의 사진에서 드러났다.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지만, 새누리당의 해명은 그때 그때 드러나는 상황에 대해 최소한의 정도에서 맞춤한 것이었을 뿐, 애당초 ‘규칙을 위반하고 지참물을 들고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임기응변에 불과했다.

결국, 선방위는 12일 오후 최종적으로 “박 후보가 2차 토론회장에 가방을 소지한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나 “가방 안의 내용물은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것만으로도 명백한 규칙 위반인데, 선방위의 브리핑 어디에도 박근혜 후보가 규칙을 위반했다는 명시적 언급은 없었다.

대신 선방위는 흡사 새누리당의 대변인이 내놓은 브리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당시 상황을 변명하고 있다. 이건 공정한 토론 관리를 해야 하는 기관이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 변호의 성격도 있지만 박 후보를 ‘엄호’하기 위한 기술적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까지 SNS에서 유행했던 말을 빌어보면, "'박근혜 규칙위반' 해보세요" 이렇게 묻고 싶을 정도다.

‘오보’의 사전적 정의는 어떠한 사건이나 소식을 그릇되게 전하여 알려주는 것이다. 미디어스의 기사에 일부 ‘임의적 해석’이 있었다는 점은 겸허히 인정한다. 박 후보가 들고 간 지참물을 직접 보지 못한 상황에서 선방위 관계자의 말만 듣고 기사를 작성한 점, 그리고 박 후보의 행위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컨닝’이라는 가치가 기우는 어휘를 사용한 점은 엄중한 언론의 잣대에서 보자면, ‘왜곡’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사실로 추정되더라도 사실이라고 말하기 위해선 최대한 엄밀한 확인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직업인의 윤리 차원에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규칙을 위반한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규칙의 위반 사항에 대해 '오보'를 내고 심지어 취재와 전혀 다른 기사를 썼다는 것은 전혀 어불성설이다.

기자는 오히려 선방위가 박 후보의 규칙 위반 사실을 두고도 그 정도를 감해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아이패드’가 아닌 ‘가방 소지’로 상황을 재규정하려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보이는 것만큼만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공교롭게도 선방위의 그런 태도는 새누리당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새누리당과 이정현 공보단장은 시종일관 상황이 혼잡해 실수를 한 것일 뿐, 토론 과정에서 다른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을 관철시키고 싶어했다.

선방위는 그냥 ‘가방’이라고 한다. 정작 논란이 되는 아이패드 여부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그날, 박 후보는 무엇을 봤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공정한 관리자가 되어야 할 선방위도 아마 더는 알아보지 않을 것 같다. 정말, 궁금하다. 그렇다면 그날, 박 후보는 왜 그렇게 뚫어져라 가방을 쳐다봤던 것일까? 20년을 들고 다닌 가방이  정겨워서였을까. “아이패드가 맞다”고 말했지만, 뒤에 그 말의 의미가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아이패드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꾼 선방위 공보 담당자는 미디어스의 기사가 '곤혹스럽다'고 했다. 정말 곤혹스러운 건 무엇일까? 부디, 새누리당과 이정현 공보단장이 더는 선방위를 곤혹스럽게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정말 기자가 '오보'를 낸 것이라면 이정현 공보단장이 말한 대로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진심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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