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법? 박 후보의 어리둥절 교육정책
“교과서 바꾸면 사교육 줄어들어”…“학교에선 선행학습 막고 학교 밖에선 선행학습 가능”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입력 : 2012-12-16  20:58:44   노출 : 2012.12.16  21:21:31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6일 TV토론 자리에서 ‘선행학습 금지법’ 제정을 공약했다. 이날 박 후보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선행 학습을 금지하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온종일 학교’, ‘자유학기제’, ‘교과서 혁명’, ‘반값 등록금 실현’.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지금까지 내놓은 주요 교육정책 슬로건이다. 16일 TV토론에서 ‘전교조’ 논쟁 등에 가려 미처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박 후보의 교육정책공약 ‘실체’는 무엇일까.

EBS가 지난 10일 방송에서 정리한 대선후보 교육정책 분석에 따르면 선행학습 금지법은 일종의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등장한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교과서만으로 교육의 기본이 되는 교과서 완결 학습체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로 정보 위주의 교과서를 이야기 위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가 자주 언급한 이른바 ‘교과서 혁명’이다.

박 후보는 교과서 혁명과 함께 선행학습을 막기 위한 특별법도 낼 것이라 전부터 예고했다. 학교에서 교과과정을 벗어나는 문제를 금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같은 공약은 선행학습이나 교과과정 밖의 교육과정을 배제하고 올바른 교과서가 중심이 된 공교육체계로 사교육 중심의 기존 교육문화를 바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교과서 혁명’은 과거로 회귀하는 인상을 준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공교육 정상화로 사교육 대책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학부모의 자녀학습 선택권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며 박 후보의 공약을 두고 “과거의 과외금지법같이 위헌 결정 요소 부분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두고 김재춘 새누리당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은 “학내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공교육정상화특별법을 만드는 것”이라며 학외 선행학습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교육 위주의 한국교육상황에서 학내 선행학습만 금지되면 오히려 학외 선행학습은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과서를 잘 만들고 학내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한다고 사교육이 줄어들 거라 보는 시각은 매우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마지막 대선 TV토론회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가지 박 후보의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중·고등 교육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학생이 선택해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 시험을 안 보는 대신 진로체험이나 자치활동 등 체험 중심의 교육을 하게끔 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3년 연속 청소년 행복지수 OECD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한 한국에서 자유학기제만으로 박 후보의 바람대로 학생들의 꿈과 끼를 깨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청소년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학벌중심사회와 무관하지 않아서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부모의 궁극적 목표가 명문대 대학입학인 상황에서 학부모의 인식이 달라지거나 사교육 영역이 줄어들지 않으면 (자유학기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현장의 우려를 전했다.

예컨대 박근혜 후보는 외국어고·자사고·국제고는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대입 위주의 고교서열화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한 학기 시험을 안 본다고 스티브 잡스처럼 창발성이 생기는 것이 아닐뿐더러, 창발성을 저해하는 원인인 입시위주의 교육구조는 그대로 지속된다는 점에서 역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의 반값등록금 정책은 현실성이 있을까. 박 후보는 여러 유세현장과 대학생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약속했다. 국가장학금을 추가적으로 확충해 2014년까지 소득수준에 따라 25%에서 전액으로 차등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학자금 이자도 실질적으로 0%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장학금을 추가적으로 확충한다는 주장은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도 나왔던 공약이었다.

지난 11월 26일 박 후보는 국민면접토론 자리에서 반값등록금 재원조달 문제가 지적되자 “책임 있게 반드시 실천할 의지를 갖고 있다. 절대적으로 믿어도 된다. 여태까지 실천하지 못할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후보의 ‘의지’를 믿어달라는 것 말고는 정책실현여부를 두고 논리적인 설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후보는 0세에서 5세까지 무상보육을 약속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지난 11월 24일 전북대 거리 유세에선 “셋째 아이의 대학등록금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약들 역시 재원마련 방안을 확인할 수 없다. 

이밖에도 박 후보는 초등교육공약으로 방과후학습의 연장에 해당하는 ‘온종일 학교’를 내놨다. 맞벌이 부부아이의 경우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남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현실적 운영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방과 후 활동 연장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안 되어 있다. 교사들 입장에서 과도한 업무부담도 있다. 학생들의 안전문제와 식사문제도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후보의 교육정책은 ‘전교조 배제’ 외에는 실현가능성이 없어보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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