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토론에 나온 '박근혜' 후보의 치명적인 '오류'
아이엠피터  2012/12/17 07:30


18대 대선의 마지막 대선 TV토론이 어제 열렸습니다. 이번 대선 TV토론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사퇴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양자토론으로 열렸는데, '저출산,고령화 대책','교육제도 개선 방향','범죄예방과 사회 안전 대책','과학기술 발전 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를 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문재인,박근혜 두 후보의 공약과 정치적 식견, 후보자들이 가진 비전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의 실수인지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하는 행동인지 모르는 발언과 행동이 나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인지 분석해봤습니다. 

' 또다시 들고 입장한 박근혜 후보의 가방' 

지난 1,2차 토론회 당시, 박근혜 후보의 가방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아이패드가 있었다, 아니라는 공방도 있었지만 중요한 점은 가방을 들고 토론회장에 입장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을 두 번이나 겪고도 박근혜 후보는 이번 3차 대선 토론에도 또다시 가방을 들고 입장을 했습니다.

▲ 토론회장 화면에 잡힌 박근혜 후보의 가방. 출처:YTN 화면캡쳐

대선 토론이 있기 전 보도진을 향해 사진촬영을 하는 박근혜 후보 뒤편으로 박 후보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 보입니다.  화면상으로 볼 때 가방을 계속 소지하고 있느냐 없느냐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지만, 일단 토론회장에 가방을 들고 간 것은 확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저 가방이 무슨 문제냐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것은 엄연히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결정한 지침을 위반한 것입니다.

▲ 후보자토론회의 가방에 관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지침. 출처: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중앙방송토론위원회'에서는 후보자가 토론회장에 입장할 때 낱장자료 이외의 노트북,도표,차트.기타 보조 자료를 지참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 말은 결국 낱장 자료와 필기구를 제외한 소지품을 들고 토론회장에 입장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토론회장이라고 규정된 공간은 사회자와 후보자가 앉아 있는 무대를 말하는데, 그렇다면 가방을 들고 토론회장에 입장하는 것 자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공정한 대선 토론을 위해 사전에 합의된 규칙 안에 있는 것입니다.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를 떠나 규칙은 지키라고 만든 것이고, 합의된 사항을 후보자가 지키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꾸 규칙을 위반하는 모습은 박근혜 후보가 이런 규칙을 무시하는 성격(?)을 지녔다고 유권자는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 6인실과 4인실의 엄청난 차이를 모르는 박근혜 후보'

어제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출산,육아 정책에 관한 토론을 중에 문재인 후보가 지적한 4대 중증질환 재원 마련 대화 중에 "병실에 뭐 6인이 들어가고 4인 들어가고 그런 것까지 따져서 자꾸 얘기를 하실 필요는 없구요"라고 대꾸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발언은 건강복지 공약에 대한 크나큰 오류 중의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이자 가장 중요한 사안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암환자의 건강보험 비급여 구성비,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민국 암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 구성에는 선택진료비 항목이 제일 높지만, 그다음 환자가 제일 부담이 높은 것이 바로 병실료입니다. 이렇게 병실료에 대한 부담이 높은 이유는 현재 건강보험으로 적용되는 기준병실은 6인 이상이 입원하는 병실이기 때문입니다. 즉 5인 이하가 입원하는 병실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해 입원환자가 비용을 내야 합니다. 

대부분의 중증 환자가 입원하는 병원은 대부분 대학,종합병원입니다. 대한민국 대부분 종합병원은 기본적으로 6인실 병실의 기준율인 50%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것은 대학병원 병상의 50%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실이라는 얘기입니다. 

▲ 서울지역 상급종합병원 병실료 가격, 출처:스마트컨슈머

대학병원에 가서 '6인실로 입원하겠습니다'라고 해도 '지금 당장 6인실은 없고, 1인실에 며칠 입원하면 6인실로 배정해주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경우 하루 본인 부담금 1만 원만 내면 되는 6인실은 언제나 만원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1인실이나 2인실에 입원하면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한 달만 입원해도 입원실 비용으로만 무려 4백 2십만 원(고대구로병원 1인실 최저가 14만 원 기준)을 내야 합니다. 4인실이나 6인실의 차이가 왜 중요한지는 병원에 입원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특히 중증질환을 앓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절감하는 내용입니다. 


매년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하는 '건강보험진료비 실태조사'에서는 항상 선택진료비와 병실차액료가 비급여항목 중 1,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비급여 의료비의 55%가 넘습니다. 간병비는 둘째치고라도 이렇게 중요한 항목인 입원실 비용을 '그런것까지 따져서'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이라는 공약을 말할 수 있는지 참으로 의문이 듭니다. 

부자는 돈이 많기에 하루 수십만 원짜리 1인실을 가도 문제가 없지만, 일반 서민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병동데스크에 가서 '하루빨리 6인실로 옮겨주세요'라고 애걸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에게는 6인실,4인실이 그런 것을 따질 필요가 없겠지만, 서민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얘기였습니다. 

' 박근혜 후보의 선행학습금지법, 진짜 공약인가?'

어제 대선토론에서 가장 사람들의 귀를 의심하게 했던 단어가 '선행학습 금지법'이였습니다. 선행학습이라 함은 공교육 내에서 정상적인 수업진도보다 더 빠른 학습을 하는 형태를 말하는데, 대학입시만을 위주로 하는 학습 방법이라 뜻있는 교육자들은 선행학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선행학습 금지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주장했는데,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을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박근혜 후보 공약집에서 '선행학습' 단어를 검색한 결과. 나름 자료 잘 찾기로 인정받은 피터지만 박근혜 후보 공약집에서 선행학습 관련 공약은 찾기 어려웠다.

박근혜 후보의 398페이지짜리 공약집 어디에도 아예 '선행학습'이라는 단어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의 '선행학습 금지법'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지난 11월21일 박근혜 후보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교육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선행학습' 관련 공약은 기자회견에는 나왔는데, 공약집에는 없는 이상한 형태의 공약(?)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공약집에 빠지게 된 배경은 박근혜 후보가 주장하는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이 아직 제정조차 되지 않았고, 여기에 담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각종 시험과 입시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출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강력한 불이익 조치를 위하겠다'라는 부분이 '선행학습 금지법'이라는 단어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어와의 차이를 따지면 또다시 말꼬리 잡기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니, 박근혜 후보가 발표했던 '선행학습 시험 출제 금지'만 따지자면, 어떻게 적발하고(모든 초중고가 시험문제를 교육청에 매번 제출하고 확인??)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이 박근혜 후보의 '선행학습금지법'을 대선토론후 설명하고 있는 모습,출처:MBN, 19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으로 '공교육' 관련 법안 검색 결과.출처:국회 홈페이지

공약집에도 없고, 법안 제안조차 없지만, 기자들을 모아 놓고 '선행학습 금지법'을 말했으니 공약이 이라고 주장한다면 국민은 그대로 믿어야 할까요? 

특히 선행학습금지법이 발효되면 전국 모든 학원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문제점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국민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한 언론기사 말고 국민은 공약집을 통해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점검하고 사후에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기사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박근혜 후보의 '선행학습 금지법'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대선 TV토론이 왜 무서운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V토론이 시작하기 불과 5분 이내의 현장상황. 출처:오마이뉴스,MBN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18대 대통령 선거 TV토론이 어제 끝이 났습니다. 대선 토론이 진행되기 전부터 많은 언론은 당시 상황을 생중계로 보여줬는데, 혼자 있는 문재인 후보와 다르게 유독 박근혜 후보의 자리는 분주했습니다. 

마이크 테스트인지, 토론을 위한 최종 점검인지, 여성으로 화장을 고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똑같은 시간과 똑같은 토론 방식인데 왜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했다고 새누리당은 주장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네이버에 '무식'이라는 단어를 검색했을때 결과. 출처:네이버 화면 캡쳐

대통령 선거에서 TV토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국민에게 손쉽게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정책,공약을 보여주고 국민이 올바른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후보자가 토론 중에 상대방 후보의 공약의 허구와 문제점, 비효율성을 비판하는 것도 대선 TV 토론이 가진 장점입니다. 이런 장점을 단순히 '말꼬리 잡기'라는 공격은 대선토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접근방법 자체가 왜곡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어제 대선 토론에서 유난히도 '대통령하면 할거다"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반값등록금 "대통령으로 되면 할겁니다.(웃음)" 
원전 "만약에 제가 대통령이라면 확실하게 할겁니다." 
과학기술 "그래서 대통령 하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대한민국 대통령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 시절은 이제 지났습니다. 국민과의 소통과 합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을 2012년 12월19일 대한민국 국민은 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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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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